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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으로 나를 Zoom in/out하고 있다

해외에 있는 사람들과 매일 만나고, 성장하는 나를 만난다.

08:00 a.m.@LA

LA에 있는 동료와 코칭에 관한 미팅이 오늘 아침 8시에 잡혀 있었다. 벌써 한 달 전에 약속한 미팅이지만, 전날 저녁에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on이다(= 변동 없이 그대로 간다). 이렇게 최종 확인을 하게 된 건 지난번 미팅이 갑작스럽게 캔슬되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가족들이 있고 혼자서 미국에서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그녀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로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상태였다. 직장이 있어서 미국을 쉽게 떠날 수는 없고,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전부 있는 캐나다로 당장 가야 할지, 그 때는 난생처음 만나는 이 상황에서 심한 감정의 동요가 있었었다. 그녀가 느끼는 불안감은 온라인을 통해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더구나 그녀의 업무 자체가 사람들의 감정을 챙기는 일이다 보니 코로나로 더 바빠졌다고 했다. 코칭 연수를 받는 동안 세 번째로 만나는 나의 파트너. 오프라인으로 연수를 받을 때는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내면세계에 깊이 몰입되어 있어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는 깊은 이야기를 할 겨를이 없다. 이렇게 파트너로 만나게 되니 코칭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마치 펜싱이나 바둑을 하면서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과 같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09:45 a.m.@North Carolina

미팅과 미팅 사이에 잠깐 생긴 자투리 시간. 이번 주 주말에 있을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해 이메일을 보내고, 준비해 두었던 신청 링크를 띄운다. Zoom으로 새로운 삶의 형태를 사는 것을 커뮤니티 멤버들과 일상에서 경험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전국의 로컬 포인트 몇 곳과 미국의 로컬을 연결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다. 미래를 리드할 청소년들과 현재를 리드하고 있는 로컬 리더들이 함께 하고, 우리들의 삶을 Co-Creating 한다.


10:00 a.m.@경상남도

10시부터 다시 온라인 미팅이다. 이번에는 경남 김해에 있는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다. 원래는 90분으로 계획을 했고, 단 1분도 허투루 쓰이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열띤 대화는 일정을 넘겼다. 현장에서의 이야기로 우리는 2시간을 가득 채우고 10분을 더 미팅하고서야 다음 주를 기약했다. 화요일 10시 온라인 미팅은 벌써 15주 차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동료들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지금껏 함께 일하며 매일 같이 얼굴을 대한 익숙한 인물들처럼 느껴진다. 처음 온라인에서 만날 때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자기 발견과 시너지가 매주 펼쳐지고 있다.


14:00 p.m.@싱가포르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만난 새로운 동료와 미팅이다. 이 친구와 연결이 된 것도 흥미진진한 경험이다. 당장 급한 정보인데 주변에 물어보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이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관련 페이지들을 탐험하던 중 앗! 찾고 있던 정보가 눈 앞에 떴다. 나만 필요했던 일이 아닌가 보다. 삽시간에 전 세계 곳곳에서 댓글이 달렸다. 잠시 후 그녀에게서 페메가 왔고 우리는 첫 미팅을 잡았다. 미팅 전에 각자가 걸어온 여정을 짧게 나누었다. 깊은 공감을 하고, 파트너십 발동! 첫 미팅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임팩트를 거두었다. 목적이 뚜렷하고, 첫 출발에서 공감을 갖고 들어 갔기에 이런 결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를 통해 싱가포르의 마켓 분위기를 배울 수 있었다. 함께 무엇이 가능할지도 가만히 예측해 보았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앞으로 정기적인 미팅을 갖기로 했다. 한 발자국씩 일단 걸어가다 보면 조금 더 보일 것이다.

john-schnobrich-unsplash .jpg 사진: John Schonobrich on Unsplash

다음 미팅을 준비하며 일주일 전에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를 뒤돌아 보았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참여를 선택했었는지, 어떻게 일주일간 진행되었었는지, 이 프로젝트에서 만난 그리고 만나게 될 파트너들, 앞으로는 나는 어떻게 진행하고 싶은지에 대해 나 스스로 돌아보는 reflection 시간을 가졌다. 이 미팅 이후에도 오늘은 연이어서 쥼미팅이 잡혀 있다. 내 마음은 벌써 그 다음 미팅까지 달려가 있었다. 마음이 콩콩 뛴다. 하지만 걱정은 아니다. 설렘도 아니다. 디자이너의 마음인가? 지금은 여기까지.


자, 이제 다시 Zoom World로 들어간다.


17:00 p.m.@Japan, France, California, Korea

단지 일주일 전에 만났다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Community는 Bond 유대관계가 돈독하다. 첫 미팅에서 "Who I am" "Why Here" "Why Now"를 서로가 오픈된 마음으로 나누어서일 것이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들어오다 보니 모두에게 편리한 시간은 처음부터 없다. 누군가에게는 새벽이고, 누군가에게는 오밤중, 또 누군가에는 근무하는 한 중간일 수 있다. 한국 시간으로 5 p.m.! 해외에서 initiate 되는 미팅들이 그들의 오후 4-5시, 즉 한국은 한밤중인 경우가 많다 보니 오후 5시!라는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역시나 단 1시간 동안 나누기에는 지난 1주일, 아니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이 시간을 기다려 온 것이 보였다. 10명 남짓의 참여자들이지만 전체로 진행하기에는 너무 큰 주제였다. 15분씩 2회 소그룹으로 나누어져서 보다 자세히 서로의 생각과 방향, 경험치들을 나누었다. 이 프로젝트는 페북 그룹도 따로 있어서 24/7 동안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누군가는 아침에 올리는 포스팅 내용을, 누군가는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읽고 자는 경우가 될 수 있다. 관련 자료 resource를 나누는 페이지에는 액기스 정보가 친절한 분석 & 설명과 함께 올라온다.


이 그룹은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어서, 벌써 협업의 가능성들을 타진해 보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별별 생각들이 모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흥미진진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나는 일본인 동료 한 명과 공통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무척 반가워했다. 프로젝트 1주 차에 이렇게 의사를 타진해 보았으니, 5주 차가 될 즈음에는 어떤 모습일지 설렌다. 지금 그녀가 지구 상 어디에서 Zoom을 들어오는지는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아야 한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내가 태어난 나라가 아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접속하는 사람은 이번에도 나 혼자이다.


19:30 p.m.@양산 김해 동대문구 서초구 도봉구 청주

매주 Zoom에서 만나고 있는 또 하나의 커뮤니티. Zoom World에서 내 경험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영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만약 글로벌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내가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Zoom이 이렇게 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으리라. 언어를 하나 더 구사하게 된다는 것은 시간이 어마 어마하게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운 놀이처럼 여겨져야 나의 내적 동기가 외적 환경을 컨트롤할 것이다. 그래서 이 영어를 익히도록 돕는 커뮤니티는 내 시간 관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hane-rounce--unsplash.jpg 사진: Shane Rounce on Unsplash

21:00 p.m.@Canada

전략회의의 시간이다.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나를 아끼는 동료와 이렇게 정기적으로 미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했다. 내가 했던 주요한 선택지들과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시간이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늘 혼란스럽다. 시간적으로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하는 케이스를 먼저 들여다보았다. 어째서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지, 내가 찾고 있는 스페이스는 어디인지 등등을 명확히 파악했다. 조금 더 성장한 느낌이다. 이제 자축의 순간이다. 거대한 성공을 이루었다는 것은 아직 아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들을 한 알 한 알 챙겨서 꿰는 의식이다. 그 작업이 내가 가는 길을 밝혀주는 빛들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방해하고 있는 요소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미경을 끌어당기게 되었다. 짐작했듯이 덩어리가 크다. 이번 미팅으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다시 Zoom 미팅 일정을 잡는다. 캐나다와 한국의 시차를 고려해야 하기에 우리는 융통성 있게 시간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드디어 하루 동안 계획했던 온라인 미팅들을 다 했다. 만족스럽다.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내가 내 시간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내 프로젝트들이 조금씩 나의 색깔을 찾아내고 있다는 발견을 한 즐거운 하루였다.


다음 미팅은 영국 및 유럽 시간으로 오후 8시, 즉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 30분이다. 시간대가 어지중간해서 망설였지만, 쉽게 만날 수 없는 전문가가 하는 웨비나여서 일단 신청을 했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이 주제가 아니고, 이 웨비나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이 프로젝트들이 어떻게 발전이 되었는지, 참여자들의 반응, 프로그램 이후 참석자들과의 소통 등에 더 관심이 있다. 이 관찰들이 내 마케팅 시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Zoom덕분에 하루에도 5대양 6대주를 내 마음대로 오지랖 넓게 돌아다닐 수 있다.

내 마음이 내 나침반인 게 무척 행복하다.


#쥼미팅 #내마음이내나침반


* Top Photo: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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