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진실을 말하면서도 팀을 지켜내는 균형
솔직함은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가 핵심이다.
스타트업에서 리더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 중 하나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솔직함이 더 빠르게 팀을 성장시켰지만, 또 어떤 때는 오해를 만들거나 조직 분위기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나는 처음엔 시간이 더 비싼 가치니까 최대한 솔직하고 빠르게 소통하자고 생각했다.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이야기하는 게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태도라고 믿었다. 그래서 업무나 동료에게 부족한 점이 보이면 즉각 피드백했고, 결정에 이견이 있으면 회의 자리에서 바로 반박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깨달았다. 솔직함이 언제나 약이 되는 건 아니었다.
내 기준의 솔직한 한마디가 어떤 동료에게는 날 선 칼처럼 꽂혔다. 의도는 문제 해결이었지만, 그 순간 상대방은 '존중받지 못했다'는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공기는 얼어붙었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T냐구요? 예, 대문자 T입니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솔직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솔직하냐였다.
리더의 언어는 단순한 개인의 발화가 아니라, 팀 전체의 심리적 안전감과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조금씩 방식을 바꿔갔다.
➡︎ 솔직함은 즉시성보다 '맥락'과 함께 전달했다.
➡︎ 피드백을 공개적으로 줄지, 1:1로 할지를 상황에 따라 선택했다.
➡︎ 사람이 아닌 '일' 중심의 이해, 언어, 표현, 전달을 원칙으로 했다.
➡︎ 같은 일이라도 당사자의 맥락과 성향, 업무 스타일을 기준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 표현하기 전에 이 말이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리더는 언제나 솔직함과 안정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너무 솔직하면 팀은 불안정해지고, 너무 안정만 추구하면 솔직함이 사라져 성장이 멈춘다.
이 균형은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조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어떤 순간엔 더 솔직해야 하고, 어떤 순간엔 더 안정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감각이다.
솔직함이라는 건 그 안에 상대방을 지켜내고, 팀을 단단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결국 진짜 솔직함은 함께 오래 걷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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