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o 13
"그녀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녀에게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빌면 되는 걸까요?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 하는 거겠죠?"
말하면서도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토크 콘서트는 망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했다.
자윤이 의외의 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 질문에 꽤 간절한 분이 계시네요. 그런 간절함, 좋습니다. 어떤 일이든 그런 간절함이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겁니다. 평소에도 그런 간절함을 가지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뭐든 해야 하냐고요? 그런데, 뭘 해야 할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나요?"
자윤의 질문이 뼈아프게 박혔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를 되찾고 싶다면 행동하고 노력하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라고 하셨죠?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뭐라도 해보려고요."
자윤의 표정이 미묘다. 하지만 곧 깊은 숨을 내쉬고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를 되찾고 싶다면, 행동하고 노력하라고, 할 수 있는 걸 모든 걸 하라고…, 했죠?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뭐라도 해보려고요."
그녀의 표정에 당황해 어눌하게 답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제가 기다리지 말라고 한 건, 아무 노력 없이 기도만 하며 원하는 일이 저절로 이루어질 거라 믿지 말라는 뜻이었어요. 기도를 멈추고 가서 빌라고 말한 게 아닙니다. 기도란 뭘까요?"
그녀는 꼭 내게 전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았다. 주변의 상황도 잊은 채 나도 모르게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기도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죠. 바라기만 하는 걸까요? 아니요, 기도란 바라는 것이 믿음으로 채워지는 겁니다. 결국에는 자기도 스스로 믿고 마는 것이고, 그게 바로 실상이 되는 거예요. 그게 기도예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한다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그 믿음이 실상이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그리고 최선을 다하고 기다려야죠. 기도에는 항상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렇다고 그녀가 싫다 하는데도 그녀를 붙잡고 매달리고 힘들게 한다면 그건 기도가 아니죠. 그건 욕심이에요. 이 정도 설명하면 알아들으시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녀가 말을 마치며 내 쪽을 응시했다. 자윤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봤다. 그녀가 알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제스처에 응답하고 싶었지만, 차마 거기에는 응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에는 내가 해야 했던 모든 것들이 있었으니까. 잊고 있던 마음들이 떠올랐다. 좌절되고, 오염됐던 믿음의 편린들이 살아남을 느꼈다.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토크 콘서트는 마무리됐다.
콘서트가 끝나고 객석을 나가는 사람들에게 패널들의 굿즈를 나눠줬다. 떠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비싼 돈과 귀한 시간을 내서 참여한 콘서트였을 텐데 개인적으로 그 시간을 활용한 자신에 대한 속죄였다. 사람들은 아마 개의치 않은 듯했고, 어떤 사람들은 연출로 생각하는 듯도 했다. 그래서인지 다행히도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는 꽤 괜찮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패널이었던 네 명 모두가 어깨를 토닥여줬다. 심지어 자윤까지도. 낯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그래도 옛 추억이 떠올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슴 깊이 고마움을 느꼈다.
대강의 정리를 마치고, 객석에 혼자 앉아 자윤이 했던 말들을 떠올려 봤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그게 무엇일까. 엘리아나를 떠올렸다. 그녀의 실망한 얼굴, 등을 돌리고 떠났던 순간,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나를 외면했던 순간. 그 장면들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녀를 되찾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었나? 다시 한번 자윤의 말을 되새겼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네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해요."
지금까지 너무 안일했다. 기다리기만 했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시간은 변화를 불오지 않았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고, 그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움직여야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했다. 하지만 생떼를 부려서는 안 된다. 욕심으로 그녀를 잡으려 해서도 안 된다. 그저 온 마음을 다해서 진심을 전할 뿐이다. 선택은 그녀의 몫이었다. 그 선택이 있기 전까지 모든 걸 다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믿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했다. 눈을 떴을 때, 시야가 조금은 맑아진 기분이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해야 했다.
비가 올 때까지. 진짜 기도를 해야 했다. 단순히 기다리는 기도가 아닌, 현실적인 기도, 그리고 믿음으로 가득 찬 기도. 비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차가운 머리와는 반대로 가슴은 뜨거웠다. 조용히 눈을 감아 심장의 박동을 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