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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Mar 25. 2024

자퇴하겠다던 아이

중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기 전인 2022년 6월이었다.






 즐겁게 다닌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입에서 자퇴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열하는 친구들의 이름이며 재잘재잘 잘도 떠드는 아이의 학교 생활을 의심한 적 없었는데 자퇴라니. 하지만 나의 놀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차분한 말씨와 몸짓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대신 아이가 등교한 후에는 온갖 걱정을 사서 하며 수많은 변수들을 올려놓고 가정해 보았다.


 자퇴하고 싶은 이유는 친구 문제도 공부 문제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내 탓도 했다. 한참 예민한 시기, 선생님의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했기에 선생님을 우선 탓했지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없었던 아이가 어쩐지 자존감의 문제는 아닌가 싶은, 그래서 내가 잘 못 키웠나 하는마음에 자책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날마다 자퇴를 거론했다. 처음 자퇴라는 단어가 언급된 후 보름정도 지났을까? 이미 이유를 알고 난 후였기에 자퇴가 해결책은 아니라고 판단, 아이에게 미션(코앞에 닥친 과학시험을 95점 넘으면 혼자 할 수 있다는 증거로 보겠다고)을 주었다. 다행(?)히 아이는 주어진 미션을 실패해 자퇴 대신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자퇴한 거처럼 여름방학을 보내겠다고 선언하며 여전히 자퇴는 아이의 안중에 남아있는 거처럼 말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여름방학을 얼마나 짜임새 있게 보낼 수 있겠나. 자기주도학습이 잘 되어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방과 후의 일일 뿐. 결국 아이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여름방학이 끝나자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섰는지, 아니면 방학을 보내는 동안 속상했던 마음이 많이 풀린 건지 자연스럽게 2학기를 맞이했다. 친구들하고 노는 게 좋고 학교급식이 너무 맛있는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1학년을 마치고, 그 무섭다던 중학교 2학년을 무탈하게 보냈으며, 어느새 중학교 3학년이다. 어느 시기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냐마는 입을 모아 꽤나 중요하다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여전히 아이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한다. 문제를 해결할 때 쾌감을 느끼는 편으로 낑낑거리면서도 저 혼자 방법을 터득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요리에 재미를 느꼈는지 핫케이크 가루와 감자전분 등을 사달라고 요청하더니 이런저런 간식들을 만들어낸다. 라면을 끓여보고 싶다는 말을 했지만 아직은 불 사용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커가는 아이가 신기하다.(키가 작아 걱정이긴 하다.)


오늘은 하교시간이 늦어지는 아이가 걱정되어 문자를 보냈더니 담임선생님과 상담해야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하교한 아이는, 묻지도 않은 상담 내용을 얼굴 가득 번진 미소와 함께 전했다.

"엄마! 나 전교에서 10등 아니고 9등이래~ 선생님이 목표를 좀 높게 잡아보자고 하시며 3등 어떠냐 물으셨는데 간신히 6등으로 내렸어. 원래는 8등을 목표로 삼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안된다고 하시며 계속 조율하다가 6등이 된 거야."


 목표를 너무 허왕되게 잡는 것도 좋지 않지만 조금 높게 잡는 건 좋은 것 같다며 5등은 어떠냐 물었지만, 아이는 '어떻게 내린 건네~ '라며 '목표는 6등'임을 못 박았다. 상위권 아이들과의 경쟁은 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에 기특할 뿐이다.


 어차피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할 일. 다만 바람이 있다면 공부시간이 적은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잡은 목표로 인해 조금이라도 공부시간을 늘렸으면 하는 이다. 학원 한 번 안 다닌 아이가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하며 전교 9등이라는 게 나는 그저 대견하다. "그래서, 전교생이 몇명인데? 지역이 어딘데?" 이런말로 기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내 기준에 이만하면 잘하는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참 좋다. 요사이 힘든 일이 많아 속상함을 동생에게 자주 드러냈던 터라 10등이 아니라 9등이었다는 것을 굳이 동생에게 전했다. '그래~ 언니는 복 많은 거야~ 아휴~ 예쁜 것! 언니 힘내!'라는 말로 기분을 더 좋게 만든다.


건강하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잘 자라자!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 ^^. (2013년 1월)






그대는 아이들에게 그대의 사랑은 주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는 말라.
왜냐하면 아이들은 그들 자신만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그대는 아이들에게 몸이 거처할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거처까지는 줄 수 없으리니,
왜냐하면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들이 꿈에서라도 가 볼 수 없는 내일의 집 속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이 아이처럼 되려고 하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그대들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말라.
삶이란 나아가는 것이며 어제와 함께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에.......


-칼릴지브란의 예언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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