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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Apr 08. 2024

엄마의 빈 자리

엄마 없이 아빠의 기제사를 지냈다


엄마 없는 세상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천년 만년 사실 줄 알았지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예고없이 찾아오는 슬픔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간은 꾸역꾸역 잘도 지나 어느새 7개월이 되어간다.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에는 공간까지 있게 마련, 걷다가, 운전하다가, 멍하니 있다가 만나게 되는 무수히 많은 그곳에서 그때의 엄마와 마주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if'를 떠올리며 자책의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if가 if이지 않았다면 다른 결말이었을까?


더이상 엄마의 실체가 없다는 것을 모를리 없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 마음에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말한다. '엄마는 돌아가셨다.' 


주말 아침식사 시간,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아이   엄마는 어디에서 태어났어?

      응애~ 하고 태어난 곳은 충청도야. 할아버지가 광산을 운영하셨거든. 

남편   충청도야? 강원도 아니었어?

      충정도라고 했잖아~

남편   충청도 어디야?

      모르겠어. 내가 성인이 되면 태어난 곳에 데려가신다고 했었는데, 

         결국 함께 가보지 못한 채 아빠가 돌아가셨네.

남편   그럼 출생의 비밀을 풀지 못하겠네.

      엄마는 아실테니 엄마한테 여쭤보면 되ㅈ.......


나는 말끝을 흐린 채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순간 커질대로 커진 아이와 남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 심장이 쿵.'

' 아. 엄마가,  안계시구나.......'



엄마의 빈자리는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그렇다고 매 순간 슬픔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론 기쁨이, 때론 무념무상인채로 일상을 살고있다. 어쩌면 6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일들 덕분에  슬픔에만 머물지 않은 채 보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은 쎄다. 다름아닌 아빠의 제삿날이 온 것이다.  




5년 쯤 되었지 싶다.  딸 둘을 둔 엄마는 아빠의 제사를 두고 어디서 지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물으셨다. 명절에 당신 혼자 차례를 지내는 것이 버겁기도 하셨지만, 허전함에 쓸쓸함을 더 크게 느끼셨을 게 뻔하다. 그런 엄마를 보는 것 또한 편치 않았기에 일년에 두번 있는 차례는 사찰에서 지내고, 제사만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


엄마가 계시지 않은 지난 설날, 엄마와 아빠의 차례를 절에서 지냈다. 엄마의 부재가 훅 하고 밀려와 슬픔이 커졌지만 그런대로 참을만 했다. 그런데 집에서 준비하는 아빠의 기제사는 달랐다. 불과 1년전만해도 엄마와 함께였기에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비집고 들어오는 그날의 엄마 모습에 아팠다.


장을 볼 때, 음식을 장만할 때, 상차림을 할 때, 제사를 지낼 때. 아빠의 제사인데 자꾸만 엄마가 생각났다. 훌쩍 훌쩍, 눈물은 꾹 참아 몇 번이고 삼켰지만 콧물은 도무지 숨겨지지 않았다. 

"엄마....... 울어?"

옆에 서 있던 딸아이가 조심스럽게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외할머니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아이는 할아버지 제사에서 우는 내가 낯설었을 수 있다. 결국 자리를 피했다 


잠시 후,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시간. 제사를 마무리 할 때는 늘 했던 과정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제보살....... '  엄마와 함께 했을 땐 외우고 있는 반야심경 독송이 어렵지 않았다. 헷갈리는 부분에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스리슬쩍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져 급하게 검색을 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보고 하는데 자꾸만 끊겼다. 자꾸만 목이 메어 잇기가 어려웠다. 아빠 보다 엄마가 더 생각나는 건 나만이 아니겠지.


한달 후면 엄마의 생신이다. 

돌아가신 후 첫 생신에는 생신제를 지내는데 벌써부터 코끝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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