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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l 11. 2024

나는 내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오십이 넘었는데 후회가 찾아오면 어쩌자는 건 가.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소리 내서 울기도 하고 잡을 없는 엄마를 붙잡고 울기도 하였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


도보여행을 할 때였다. 내 나이 서른 초반으로 기억한다.

인솔하시는 선생님은 내가 너무 느긋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이셨을까 치열하게 살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씀에 동의할 수 없었다. 편찮으셨던 아빠의 병원비를 보태며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치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살았다.


내게 닥친 힘듦은 내가 져야 할 책임으로 받아들이며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며 내 안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며 살았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삶의 태도 덕분인지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에도 나는 행복했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난 자꾸만 타인의 삶과 비교하게 된다. 


"엄마! 허준이 교수 알아?"

친구들이 딸아이를 보며 허준이 교수 닮았다고 했다기에 누구냐 물으니 수학자라고 했다. 이후 유퀴즈에 출연한 허준이 교수를 보게 되었는데 그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를 듣고는 감명받아 얼굴을 감싸며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다. 그로 사는 삶은 어떨까? 나는 좀 더 치열하게 살아야 했었을까? 다르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다르게 있을까. '부럽다'기 보다는 '멋짐'이 풍기는 타인들의 모습을 보며 궁금함은 어쩔 수 없다.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랐고 언제나 내 선택을 지지해 준 부모님 덕분에 후회스럽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후회되는 지점은 찾지 못한 채 반성이 앞섰다. 그리고 내 아이는 훌륭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 멋진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꾹 눌러 담았다. 


아마도 나의 이런 기분은 낯설게 느껴지는 내 모습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은행 앱을 통해 100일짜리 적금을 가입을 위해 신분증이 필요했고 사진이 맘에 들지 않는 운전면허증 대신 아주 오래된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시키는 대로 신분증을 촬영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는데 뜬금없이 지금 모습을 촬영하는 단계였다. 이용하지 않았던 은행이라 검증 단계가 까다로운 건지 모르겠지만 가입하려면 어쩔 수 없으니 촬영할 수밖에. 하지만 '신분증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계속 불일치로 도무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열 번쯤 시도했지만 결국 최근의 신분증으로 다시 진행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적금을 가입한 후 휴대폰을 열어 셀카 화면 속의 나와 마주했다. 

'누구... 세요?'

낯설었다. 

낯섦은 슬픔까지 가져왔지만 가시지 않았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일까?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나는 다른 모습이었을까?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만난 지금이다. 말보다는 삶의 태도로 보여주는 사람이고 싶고 그 태도와 닮은 결과와 만나길 바란다. 그전에 중간정산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는데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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