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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연 Jun 26. 2024

공부 머리는 따로 있는 건가...

한국 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했습니다.

작년 9월, 엄마와 이별을 하고 올해는 뭔가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했다.


지난 1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추가 접수기간이라는 지인의 말에 학교 홈페이지에 방문했고, 알맞은 '학과'가 있는지 살폈다. 글쓰기를 공부를 하고 싶어 국문과를 살펴봤지만 기존 전공과 너무 달라 편입은 무리겠다는 결론에 닿았다. 그렇다고 4년을 다닐 엄두는 내지 못했다. 살펴보니 '문화교양학과'가 적당해 보였다. 커리큘럼에 글쓰기 수업도 있고 내가 하고 있는 문화예술 기획과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수업들이 꽤나 포진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유일하게 졸업논문을 쓰는 학과라고 했다. '그래, 잘 됐다. 논문도 써보고 싶었으니 올해는 공부를 하는 거야.' 나에게 주는 안식년으로 생각하고 지원사업 대신 공부를 하기로 했다.


"자기야! 나, 방통대 편입하려고 하는데 같이 할래?"


중학교 3학년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도 되겠다는 이유까지 덧붙이며, 남편과 나는 방통대 편입을 결정했다.


성적장학금을 생각했지만




"나는 성적 장학금을 노려보겠어! 음하하하 "

신났다. 89학번인 나는 4년 내내 장학금을 면제받으며 장학금이란 걸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성적 장학금'을 받고 싶었다. 그때는 왜 이런 야무진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쯧쯧.

남편 또한 나와 다르지 않지만 본인은 졸업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남편의 목표가 그저 우습기만 했다.


성적장학금을 노리려면 5과목 이상을 수강해야 하는데 난 신청할 수 있는 최대치인 7과목(3학점짜리 6과목과 교양필수인 1학점짜리 1과목)을 신청했다. 포부가 대단했다. 남편은 나보다 일하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 과목을 줄이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기본적으로 세팅되는 과목을 고스란히 신청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기본 세팅 외 변경 가능)


문화교양학과. 교양을 쌓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중의 문화를 이해해 보겠다고 신청한 과목 '대중문화의 이해'는 이론적인 접근으로 어렵기만 하였고, 이해와 함께 외워야 할 게 많았다. 더군다나 제출해야 할 과제는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그때즈음엔  '뭐 하냐'는 질문에 '과제한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성적장학금은 나처럼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은 받을 수 없는 것, 졸업이 목표라는 남편의 생각이 현명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나의 목표도 졸업이라고 정정했다. 문제는 '과연 공부가 되고 있는 건가? ' 라는 것이다. 과제를 제출하기에 급급하고 강의를 되돌려 보기에 앞서 기출문제를 다운로드하여 겨우 보기 바쁘니, 공부와는 다소 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 중간시험 과제물을 제출하자마자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의 최상단에는 기말시험 범위와 일정이 올라와 있었다. 과제물의 양은 중간시험 때보다 더 많았고 시험 범위는 거의 교재 한 권 분량이었다.  

남편이 신청한 과목에는 700쪽이 넘는 책을 읽고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으니 수강하지 않기를 참 잘했다는 안도와 함께 우린 서로를 위로했다.


중간시험 직후부터 기말시험까지 남편과 나의 대화는 줄곧 "공부 많이 했어? 과제는?"으로 시작했다. 남편은 공부한다고 자정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기 일쑤. 나는 나대로 되지 않는 공부를 한다며 노트북을 닫지도 못한 채 일과를 하거나 급하지 않은 일들은 기말시험 이후로 미루며 티를 냈다. 사실 티를 낸다기보다는 약간의 불안함 때문일 수 있겠다.


시간은 잘도 지나 기말시험을 모두 마쳤다. 아이를 봐서라도 뻥점은 안되는데..... 성적 장학금은 고사하고라도 2학기 등록을 고민해야 할 판이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정규 대학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무슨 평생학습기관 정도로 생각한 나는 참으로 어리석었다.


2학기 등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부 머리는 따로 있나 봐~"

성적이 뜨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올A(4.4)를 받은 반면 나의 성적은 3.9에 머물렀으니 말이다. 남편은 일단 2학기 신청은 할 거라는데 논문은 쓰고 싶고, 공부는 어렵고. 아...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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