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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May 05. 2021

1교 본문 PDF를 받았다

난생처음교정 교열

출판사에서 1교 원고가 도착했다. 워드 파일로 보냈던 원고가 깔끔하게 편집되어 돌아온 게 마냥 신기하다. 머리말 원고에는 예쁘장한 일러스트가 붙었다. 내 이야기가 정말 책으로 나오는구나. 이제야 실감이 난다.


교정교열을 위해 원고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작년 말에 완성된 초고를 드렸으니 거의 반년만에 보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글이 너무 낯설다.


내가 이렇게 오글거리는 표현을 썼던가? 이 문장은 왜 이리 부자연스럽지. 통째로 글을 다시 쓰고 싶은 심정이다. 괜찮은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보인다. 이 문단은 이 이야기를 먼저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으면 더 자연스러웠을 텐데. 아, 여기는 오타가 났네. 이건 문장이 자연스럽지가 못하네. 이걸 다 수정하려면 글을 전부 뒤집어 엎어야겠지. 그건 일정상 곤란한데.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나름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지금 보니 서툴기 짝이 없는 시도들이 보인다. 어떤 부분은 편집자님께서 다듬어주셨지만 어떤 부분은 날것 그대로다. 6개월 만에 접한 내 글을 다시 읽는 과정은 부끄럽고 낯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정 및 교열은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부끄러운 표현들, 아쉬운 생각들을 다시금 읽고 다듬으면서 점점 완성도 있는 글이 되어간다. 마치 섬세한 보석을 세공하듯이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다듬어나간다. 


또, 교정을 보다 보면 이제 조금이면 진짜로 책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설렌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엔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도 되는 걸까. 내가 책을 쓸 수 있을까. 너무 보잘것없는 이야기는 아닐까.' 등등 책을 내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꾹꾹 눌러 담았다. 실제로 책이 될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진짜 책처럼 예쁘게 편집된 원고를 읽고 있으니 확실히 책이 진짜로 나온다는 실감이 난다. 이는 예상보다 더,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원고를 다시 읽으니 글을 썼을 때의 기분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경험담을 글로 풀어낸 만큼 글을 쓸 때 해당 경험을 되겪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땐 그랬었지. 참 고생이었어. 다시금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한 달 정도면 책이 출간되어 서점 매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땐 또 얼마나 색다른 기분일까. 출판사와 함께 책을 만들어간다는 이 특별한 경험을 끝까지, 무사히 마무리짓고 싶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새로운 책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마저 교정을 보러 간다. 계속 책 쓰는 삶을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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