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넘게 씨름하던 글을 남의 손에 떠나보내며
오늘 드디어 출판사에 원고를 전송했다.
초고는 이미 8월 즈음에 완성되어 있었지만 초반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참을 붙잡고 있던 원고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 들여다보지 않았고, 학교 생활이, 시험이 바쁘단 핑계로 뒷전으로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마음을 다잡고 수정을 끝내고 전송까지 해버렸다. 메일은 보내졌다. 돌이킬 수 없다.
글은 꼭 그림 같다. 한때 미대에 다녔을 시절 내 작업을 미워하면서도 애정했다. 글도 마찬가지다. 내가 낳았기에 애정이 깊고, 또 아쉽기에 밉다. 더 잘했으면, 더 완벽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붙잡고 있으면 끝이 없으니까 타협과 마무리도 필요한 법이다. 또 그림이 완성되어 전시되는 순간부터 작가의 것만이 아니듯, 글 역시 세상에 내보이는 순간부터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 부로 내 글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출판사와 공유하는 것이 되었다. 출판사와 함께 가꾸고 수정하며 한 권의 책으로 나올 때까지 함께 애증을 겪으며 다듬게 되겠지.
또 그런 걱정도 든다. 내 원고가 정말로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책으로 나올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어떡하지?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중간에 계약이 잘못되지는 않겠지? 책을 내는 게 처음인 만큼 더 떨리고 긴장된다.
내 첫 원고가 무사히 책으로 나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