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오고 나에겐 참으로 좋은 순간과 사람이 많아졌다. 그중에 사랑스러운 공간을 만나게 되는 것도 하나인데, 너무나 단정하고 오래 머물고픈 이 북카페가 그렇다.
친구의 방문추천을 여러 번 받았을 때에도 별생각 없었는데, 가장 애정하는 카페가 되어버렸다. 커피도 간식도 분위기도 다 좋지만 무엇보다 카페에 자주 오게 되던 이유가 지금 읽는 이 책을 꼭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나쓰메 소세키... 익숙한데? 하면서 골라 들게 된 책이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로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작품명을 알고 있어 친숙한 기분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수필. 그것도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말년에 쓰인 글이라 마음에 거리낄 것 없이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했다. 삶과 타인의 시선에 아등바등하는 느낌 없이 내가 나답게.
글을 읽다 보면 작가는 지나오는 삶에서 꽤나 예민한 인물이었음이 느껴진다. 가벼운 말 하나도 마음과 생각에 남겨지는 사람말이다. 그런 사람이 편안해졌다는 건 진실로 죽음을 생각하며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개인적인 경험담으로 넘어가자면, 매우 건강한 청년인 내가 특정한 원인 없이_병원에 가면 1. 잘 먹고 2. 잘 자고 3.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을 반복해 들으며_몸이 좋지 않다는 신호를 받았는데, 잠들기 직전 내가 몸에 힘을 툭 빼면 아침에 난 죽어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무튼 이렇게 잠들어 죽는다면~ 내가 남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하고 꼬리를 물며 생각해 봤는데, 결국 다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뿐이었다. 내가 싫어하던 사람도 나는 다른 세계로 가니 그 사람에게 했던 내 행동 중 언짢고 기분 나쁜 모습이 있었다면 기억에서 잊히길 바랐다. 날 싫어하는 사람도 내가 당신과 달리 삶을 지속할 수 없으니 그 사람에게는 어떤 승리일 수 있었는데, 그런 만족감을 가져도 좋았다. 또 나에 대한 억한 마음을 그려려니 생각하게 되고 흔쾌히 용서하게 되는 마음이었다.
동시에 사랑하는 이들에겐 잔인할 수 있지만 먼저 죽는다는 게 미안하진 않았다. 나의 죽음으로 큰 절망과 우울, 슬픔에 휩싸여 긴 아픔을 겪을 텐데... 피할 수 없이 이를 모두 느끼더라도, 그 시간이 짧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이가 있었다면 미련 가득하게 삶을 아등바등 붙잡았겠지만 단지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는 시간을 더 두기 위한 정도였을 것이다. 그다음 나는 죽음으로의 여정을 갔겠지?
최근에 이런 경험을 했었기에 이 책을 읽기 참 적절한 타이밍이었고 나도 몰랐던 좋은 선택이었다. 참 안 어울리는 단어의 조합이긴 한데, 나쓰메 소세키의 Nude한 모습은 부드럽고 세심한 문장력이 최고였다. 참으로 일본 문학과 감성을 대표하는 작가일 수밖에 없었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꼭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적어둔 글이었다. 이런 글을 알고 일본인들이 많이 사랑했던 거겠지.
나는 아직 주변인들의 인정과 사랑이 한참 고파서 눈치를 많이 본다. 나를 엄청 부담스럽게 하는 정도는 아닌데, 오도 가도 못하는 중에 다다랐다면 이 책과 내 감상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삶의 끝이라 생각하고 힘 빼고 가장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