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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달 Jan 08. 2024

[오늘독서] 사랑은 귀한 것만 나누는 건 아니다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4~6부

이번에는 막연히 부담을 느끼며 독서를 시작했다가,  이 책이 이렇게 재밌는 책이야?

하면서 감탄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하루 회사를 쉬면서 온종일 독서하며 보내는 여유가

온전히 독서에 집중하도록 해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나는 분위기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 같다. 꼭 가보고 싶던 카페에,

그것도 LP카페를 가서 좋은 음악을 배경으로 맛있는 케잌을 곁들이며 천천히 읽은 책은 너무 재밌었다.

독서를 통해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그리며 느끼는 즐거움을

이 책에서 느낄 줄이야!

최근에 빠져버린 바스크치즈케잌.

연말파티에 꼭 먹을 생각이다.


자투리 1시간 모바일로 바짝 공들여 쓴 글이 날아갔다....

임시저장 좀 잘 되게 서비스 개선해 주세요 브런치ㅠㅜㅜㅜ



안나 카레니나 4부는 3부에 이어

과 키티의 이로 시작한다.



레빈이 얼마나 키티에게 미쳐있는가를 사랑하는가 드러나는 문장이다. 그것도 맹목적인 사랑.

내 기준과 논리를 모두 버리고 상대를 따라가다니.


사실 사랑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사소한 문제들로 싸우는 건 상대를 나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생각과 이런 습관이 있는데 상대가 '나와 같지 않음'에서 반발심과 불편함이 생겨 나와 같기를 강요한다는데, 오히려 나를 내려놓고 사랑하는 이에게 모두 맞춘다니. 참 위험하게 느껴지는데 또 얼마나 큰 사랑인지 느껴진다.



맞아. 사실 <안나 카레니나>는 주인공의 이름만 달았을 뿐 사실 심리학 교재가 아닌 싶다.

논쟁은 할수록 타협점을 찾기보다

자존심 때문에 고집싸움이 되는 것이라 많이 느꼈다.



사랑의 기쁨.

순수한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찬 감정은 찬란해서 가늠하기 힘들지만, 이를 품은 사람의 미소와 따듯함과 행복에 전염되어 나도 행복해진다.



꽤나 귀여운 결혼미신인걸. 그래 주도권 중요하지!!ㅎㅎㅎ

이런 소소한 요소들이 드러나는 게 독자가 아니라 나도 두 사람의 결혼 행사에 마음 쓰는 가까운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반면 안나는 다소 우울한 흐름이다. 자기 비하에 빠져서 허덕이는 안나. 안나를 힘들게 하는 건 이혼을 해주지 않는 알렉세이도, 사람들의 비난의 시선도, 아들을 볼 수 없는 고통도 아닌 '바람을 피우는 나'이다. 손톱아래 바늘이 찔리는 것처럼 미세하지만 분명한 괴로움이 시작되어 안나의 온몸을 잠식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알렉세이와 헤어지던가! 생각했지만 저 문장에서 안나가 이해되고 안쓰러워졌다. 알렉세이와는 사랑으로 이뤄진 관계가 아니고 안나는 사무적이기만한 알렉세이로 인해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살다가,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을 하고 드디어 제대로 생생함이 가득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어중간하게 착하면 안 되는 이유려나. 미안함에 이도 저도 못하는 안나.



안나는 브론스키와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 전까지 고통스러워하다가 심신이 많이 지쳤다.  

그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게 된 알렉세이는 참 밉고 싫은 아내지만 그럼에도 연민을 느낀다. 진심으로 꺼려지는 존재였다면 상대의 고통에 통쾌함만 느꼈을 텐데 알렉세이 본연은 악한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다정하다거나 너그럽다거나 하는 마음이 미비했기에 안나를 힘들게 했던 거겠지.



그리고 알렉세이도 결국 딸바보였다. 내 피가 섞이지 않은 딸이지만 새로운 생명 앞에서 무한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진작에 아들을 그렇게 사랑해 보던가)

 

배우자의 불륜이라는 커다란 불행에 내가 갈가리 찢기는 경험을 거치고, 알렉세이는 드디어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알렉세이는 배운 게 아닐까. 완벽한 사람은 남들의 허점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미 타고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노력으로 동등한 수준을 갖춘 사람보다 코칭을 더 못하는 이유랄까.

나에겐 당연했기에 세분화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과만 반복해서 언급할 뿐이다.


나도 재능이 특출나진 않았지만 업무처리는 꽤 잘해와서 실수하는 이들에게 분노가 일었다. 어떻게 실수를 하지? 이것도 못해?

ㅋㅋㅋㅋㅋㅋㅋ다행히 사회적 가면이 탄탄해서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상대는 내 콧김이 분명히 보였으리라.


나도 시간이 흐르고 실수를 하면서, 실수를 하는 내가 어떤 상황에 상태인지 명확히 아니까 상대방의 부족함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다른 배경들이 세상엔 정말 많다- 하면서.



레빈의 형과 키티가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레빈은 키티에게 병에 걸려 죽어가는 형(그것도 매춘부와 함께 살아서 매춘부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곁에 키티를 두기 꺼린다. 어디선가 본 로맨스 소설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대하는 남편의 모습이 겹쳐졌다. 좋은 옷 좋은 장신구 좋은 든 게 아내에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이를 가질 수 있도록 집 밖에서 고생고생하는데~~ 아내는 그런 걸 그렇게 바라지 않는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봐야 하는 거였다. 물질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무튼 빈도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다가 키티에게 혼나고 감동을 받는다.(진정 아내바보..) 책에 묘사되는 장면들도 있지만 영화에서 키티가 형을 닦고 돌보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한다. 또 이를 바라보는 레빈의 모습도. 병자를 기꺼이 대하는 숭고한 인간이 나는 되기 힘들 것 같아서. 그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간병인을 따로 두는 것처럼.

   

사랑에 기쁨만 있는 건 아니겠다. 형제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나누고 더럽고 꺼려지는 일마저 함께 하는 거. 나는 그래서 아직 준비는 안 됐다고 느낀다. 좋은 것만 하고 싶어서. 상대를 위해 내가 과감히 불행에 함께 맞설 준비가 덜 되었다. 해야 한다 생각은 하는데 아직은 겁난다.




다시, 독후감을 쓰면서 많은 감상이 빠지고 수정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지금이 더 날림이긴 하다.


시작은 힘들었만 두 번 새롭게 글을 쓰는 것도 다른 느낌이구나. 명작은 이렇게 많은 감상을 남기는 건가 음미한다는 건 참 재밌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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