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전 11시 반.
'오늘은 뭘 먹을까요오...'
막내 또는 회계담당자가 물어온다.
면장님, 부면장님이 따로 약속이 있으신가보다.
안그러면 순두부, 된장찌개 이런거 미리 주문했을텐데
묻는 이유는 우리끼리 점심을 먹는다는 얘기!
20분 정도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 햄버거, 컵밥, 샌드위치 이런 거 포장을 해오거나
귀찮으면 가까운 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귀찮은데....근처에 먹을 데가 있어야 고르든 말든 하지....'
여기 식당이라곤 정식집, 중국집, 국숫집, 김밥집. 4군데 끝.
그리고 차로 10분 정도 나가면 있는 다른 동네 식당 몇 군데.
같은 음식을 매주 먹으니 질린다 질려.
한정된 선택지에서 골라야 하는 것도 질린다.
밥 주문 담당을 해본 사람으로써
매일 똑같은 고민..어차피 항상 먹는 거 먹을건데
왜 고민이 되는건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은
비빔밥 포장을 자주하던 가게가 여름이라
국수만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밥을 포장할 곳은 딱 한 군데 김밥집만 남았다.
근처에 유.일.한. 정식집에 대해 말해보자면
외관으로 봤을 때 장사가 되나~ 싶은 그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작년에 눈이 많이 오던 날,
손님이 면사무소 직원밖에 없었다.
함바집이나 다름없는 촌동네 식당의 단골 손님인
공사 인부들도 눈 때문에 쉬는 날인지 보이질 않았다.
식당을 둘러보다
파리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끈끈이와 눈이 마주쳤다.
애써 외면한다. 밥은 먹어야 하기에.
직원이 휴가를 가서 식사 교대할 사람이 없을 땐
종종 그 식당에서 배달을 시킨다.
시키고 싶어서 시킨다기보다 배달해주는 곳이 거기 뿐이고
비교적 빨리 갖다줘서 급할 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배달 그릇은 찐득찐득,
바닥에 수백번 구른 것 같은 배달 통은
구입 후 한 번도 닦지 않은 것 같은 비주얼이다.
국을 꼭 다 먹어갈 때쯤 혐오스러운 검은
물체가 등둥 떠다니는 걸 세 번에 한 번은 목격한다.
'다신 시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다음에 또 시킬 수 밖에 없다.
저 세상 위생을 자랑하지만 신기한 건 그래도 밥 먹고 한 번도 배가 아프거나 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깔끔한 식당 하나하면 장사 잘 될 것 같은데...'
애초에 장사엔 관심도 없지만
여기 식당 주인도 동네 사람에, 이장님 조카며느리인가 그래서
식당 하나 잘못 차렸다간
재룟값도 못 건지고 폐업신고 할 것 같아
고이 접어둔다.
작년에 식당 사장님은 그 식당 건물을 매수했다.
역시 독과점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