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오를 거라는 얘길 들었다.
근거가 있었다. 미국은 물가를 부러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금리를 올릴 거다. 금리란 무엇인가? 돈의 값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건 달러의 값을 올린다는 뜻이다. 달러의 값이 오르면 미국으로 돈이 쏠린다. 세계가 달러를 가지려 애쓴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외화 유출이다. 그래서 한국 돈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게 더 좋을 것이다.
당시 나는 달러가 오를 거라 믿었다.
참 단순했다. ‘역대급’ 돈풀기는 ‘역대급’인플레이션을 낳았고, ‘역대급’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려면 ‘역대급’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뿐이다.
새해 들어 달러를 사고 싶었다.
내게 전략이 있었다. 그건 이코노미스트 H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방법은 이랬다. 하나, 달러가 쌀 때 조금씩 매입한다. 둘,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지거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면 달러가 오른다. 셋, 한국 주식을 주목한다. 왜? 역사적으로 달러가 상승할 때는 한국 주식시장이 하락했고, 반대로 달러가 하락할 때 한국 주식시장이 상승했으니까. 셋, 이때 비싸진 달러를 팔고 값싸진 한국 주식을 산다. 이것이 H가 애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이를 ‘스위칭’ 기법이라 불렀다. 시계 추가 움직이듯이 자산을 갈아타는 전략!
하지만 쉽게 흔들렸다.
달러가 강해지지 않을 거란 의견도 있었으니까. 미국 금리 인상이 달러의 상승이라는 건 상식이었다. 하지만 두 가지 변수가 있었다. 하나, 만약 인플레이션 쉽게 잡힌다면? 그렇다면 연준이 금리를 높게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 둘, 만약 유럽 경제가 회복한다면? 그렇다면 유로화는 강세다. 유로화의 강세는 달러의 강세를 누그러뜨린다.
그래서 용기가 없었다.
크게 잃을 리 없는 안전 자산인데도 벌벌 떨었다. 번 돈의 50%를 몽땅 달러를 사고 싶었으나 손이 안 움직였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움직였다. 가진 돈의 15%. 달러가 1200~1260원 일 때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하지만 실수였다.
나는 더 많은 돈, 아니 차라리 전 재산을, 아니 빤쓰까지 팔아서 달러에 몰빵했어야 했다.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달러는 기지개를 폈다. 거기다 러시아 전쟁이 유럽 경제를 초토화 시키며 유로화는 약세에 들어갔다. 미국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았고, 미국 연준은 ‘빅 스텝’이라는 둥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둥 금리 인상을 강하게, 연속적으로 했다. 금리가 강해지자 많은 기업들이 힘들어했다. 기업을 믿었던 투자자들이 마이너스에서 허우적거릴 때 달러는 온갖 공포를 먹고 자랐다. 2022년 1월 1200원 하던 원/달러 환율이 9월에는 1400원까지 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