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들이 빛과 휘파람 소리를 내며 우크라이나 도시에 떨어졌다. 사이렌이 울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목을 따러 러시아 공수부대와 특수부대가 분주하게 움직였고, 벨라루스가 터준 북쪽 길에서, 러시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쪽에서 ‘Z’를 세긴 러시아 군대가 밀려 들어왔다. 같은 날 2월 24일, 러시아 방송에서 푸틴의 대국민 담화가 시작됐다. 그는 세 가지 목적을 말했다. ‘돈바스 해방’, ‘나치 제거’, ‘탈군사화’. 그리고 이렇게 말을 마쳤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특수 작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곳에 있다"
‘tut(여기에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자신이 도망가지 않고 키이우에 있다(tut)는 말로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탈 것 대신 탄약을 달라’는 말로 의지를 보여줬다. 유럽과 미국은 젤렌스키가 국민을 버리고 도망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방어와 반격은 그렇게 시작됐다.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러시아 군대는 며칠 안에 키이우를 함락시킬 줄 알았다. 그래서 배낭에 부실한 식량과 시가 행진용 제복을 챙겼다. 그들은 영광을 기대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포옹과 박수를 상상하면서, 탈나치화(Denazification)의 훈장을 상상하면서. 하지만 젤렌스키의 목을 따러 간 공수부대와 특수부대는 전멸했고, 우크라이나 군대와 시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러시아 군함, 가서 엿이나 먹어(Russian warship, go fucX yourself)”. 독립국 우크라이나는 항복할 생각이 없었다.
초반 러시아군은 많은 전투에서 이겼다.
하지만 준비된 군대 같지 않은 모습도 보여줬다. 불안정한 보급, 이게 전쟁인지 몰랐다며 질질 짜는 모습, 약탈하는 모습, 골동품으로 전투를 하는 모습, 시가전에서 도망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서방언론은 러시아군에게서 아마추어의 냄새를 맡았다. 그들은 러시아가 ‘종이 호랑이’라고 조롱했다. 껍데기만 국방력 2위라는 의미였다. 어느 순간부터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에게 시간과 보급, 무기만 있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생각이 퍼졌다.
전문가들은 두 번 틀렸다.
첫째, 전쟁이 안 날 거란 예측에서. 둘째, 며칠 안에 러시아가 이길 거라는 예측에서. 우크라이나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독일의 한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48시간 안에 모든 일이 끝나고 새로운 현실(새로운 정부)이 세워질텐데, 우리가 왜 당신들을 도와야 하지?(My dear, let's be honest, why should we help you if all will end in 48h at most & new reality sets in)” 하지만 러시아는 초반 공격을 잡쳐버렸다. 그렇게 전쟁은 길어졌다.
아, 갈수록 싸움은 지저분해졌다.
깔끔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전쟁은 더럽고 치사해졌다. 러시아 미사일은 천둥소리를 내며 아파트와 유치원을 박살냈다. 서로가 서로의 포로를 고문했고, 자전거를 탄 시민이 폭탄을 맞아 시꺼멓게 탔고, 탱크가 시민이 탄 자동차를 깔고 지나갔고, 생선처럼 눈의 초점을 잃은 시체들이 부차(Bucha)에 깔렸고, 드론이 새 떼처럼 하늘을 휘저었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여성들은 강간당했고, 지뢰로 팔 다리가 잘려나갔고, 누가 나치인지 서로 삿대질을 했고, 누가 더 많이 죽였는지 공로를 자랑했다. 그리고 무능해보였던 대통령은 영웅이 되었고, 유능해보였던 대통령은 전범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