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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나 Oct 22. 2024

[인문] 팩트풀니스 Factfulness

가장 심하게 세상을 오해하며 바라보게 만드는 본능은 무엇일까.

도서명 : 팩트풀니스

글 : 한스 로슬링

출판사 : 김영사

출판 연도 : 2019.03.08

별점 : ★★★★

난이도 : 보통

내 맘대로 한 줄 발제 : 책에 나온 본능들 중 내가 가장 심하게 세상을 오해하며 바라보게 만드는 본능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 나서-


 첫 페이지를 펴자마자 나오는 세계 건강 도표에 눈이 간다. 보통 두 가지 정보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데 이 도표는 물방울의 색깔과 크기로 인구와 지역의 정보도 알 수가 있다. 언뜻 보기엔 소득이 높을수록 수명이 늘어나고 대륙에 따라서도 조금 편향되어 있는 것 같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도표. 그리고 머리말에 13가지 문제를 풀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세계에 관한 상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한 이 문제들은 안타깝게도 평균 정답 개수가 3문제이다. 거의 대부분이 맞춘다는 마지막 문제를 빼고는 2문제가 평균이고 다행히 나도 2개는 맞췄다. 아니 나름 어느 정도 상식이 있고 똑똑쟁이고  책도 읽고 세상사에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2개라고. 침팬지가 문제를 찍어도 평균 4문제는 맞을 텐데 그보다도 떨어지는 정답률이고, 게다가 오답이 한쪽으로 치우쳐진다고 한다. 더 극단적이고, 더 부정적으로. 


 왜 사람들은 이렇게 세상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되는 걸까.  저자는 책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10가지 본능을 언급하면 이를 인지하고 그러한 오류를 고치고자 했다.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대부분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는 관점과 본능에 관한 거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문제였다. 그것도 올바른 정보의 최신성. 우리는 대부분의 교육을 초~고등학교 시절 받게 된다. 내가 하기 싫어도 억지도 하게 되는 교육이며 그 이후의 배움은 우리가 직접 찾아야 한다. 스스로 올바른 정보를 찾아서 새롭게 업데이트를 해야 하지만 사실 사는 게 바쁘다고 등한시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정보라는 것도 절대적으로 옳은 게 없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이 정보의 발원지가 어디냐에 따라 사뭇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섣부른 일반화에 쉽게 빠지게 된다. 누가 누굴 믿을 수가 있을까. 자주 보는 유튜브마저도 내가 즐겨 찾는 채널과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하는 영상들을 추천해 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릇된 정보들을 고칠 기회를 주지 않고 오류를 강화해 주기만 한다.


 한때 내 유튜브에는 국뽕이라고 불리는 동영상만 줄기차게 뜬 적이 있었다. 나는 정말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사람들이 선량하고 도덕적이며 살기 좋은 나라라고 철석같이 믿기 시작했다. 굳이 외국에 갈 필요가 있겠냐고 앞으로 22세기는 한국이 지배할지도 모르겠는데. 한글은 곧 공용어로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이렇게 과학적으로 유용한 문자라니. 한국인인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  내가 필라테스를 검색하고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내 세상은 근감소증이 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나이 들어가는 노인 사회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변 어른들이 아픈 이유는 다 근육이 감소한 거니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건 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세상이었고 지인들도 개개인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사고방식을 굳혀가고 있었다.  사실 그게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방식, 다른 시선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내 생각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심하게 굳어지진 않을 텐데. 사람이란 자신이 믿고 싶은 걸 더 믿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시스템은 하나의 가설,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주는데 굉장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나는 세상이 굉장히 불공평하며 가난한 사람들은 극심하게 가난하여 최소한의 교육도 못 받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더 나아지지도 않고 양극화가 가속될 뿐이며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고 알고 있었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서 그 나라에는 그 나라만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TV를 돌리다 보면 나오는 아이들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안쓰럽고 안타까운지. 하지만 그런 건 언론에서 보여주는 과장된 모습이고 사실은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실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지만 나도 잘 믿기지는 않는다.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조선시대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아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흉악 범죄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 하지만 이렇게 내가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흉악 범죄가 늘어났는지 데이터는 확실하지 않다. 그저 내가 뉴스에서 자주 접했기 때문에 많아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면 이 사람이 낙천주의자 인가. 하지만 생각이 아닌 데이터로 근거를 제시하는 이상, 단순히 낙천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 세상은 좋아지고 있는 지도.


 얼마 전 베트남에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나라 보다 물가가 한참 낮은 이 나라는 그래서인지 휴양과 쇼핑을 위해 사람들이 많이 놀러 가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갔다 온 후기를 보면 바퀴벌레가 보인다, 쥐가 많다, 더럽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 정도 물가면 우리나라에서 5~60 년대 아닐까. 아니면 대한제국 때쯤일지도. 소설로 밖에 접해 보진 못했지만 예전에 우리나라도 초가집에서 살고 곳간에서 쥐 선생이 나와도 그러려니 하지 않았을까.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으니 우리나라 역시 예전엔  빈대가 일상인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지의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은 과연 깨끗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의심이 될 때도 있다. 재래시장도 냄새나고 좁고 에어컨도 잘 안 돌아가지만 그건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었다. 그래서 사실 나는 베트남에 여행을 가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큼 의 위생 수준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 시장에 가면 그렇게 바가지를 씌운다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바가지 막 씌워서 욕을 먹지 않았나. 외국인에게는 더 비싸게 가격을 불러서 종종 기사화됐던 것 같은데. 그건 행사나 축제가 있을 때면 아직도 욕을 먹고 있는 행태인데. 약간 시간 여행을 하듯이 예전에 구한말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면서. 사실 확실한 비교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책에서 확실히 짚어 주고 있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생활 수준이 결정된다고. 일반화 본능을 설명하는 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224. 중국 사진만 보았다면
 '아, 중국에서는 물을 저렇게 끓이는구나. 
불 위에 삼각대를 놓고 
그 위에 주전자를 놓네. 
저게 중국 문화군'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별다른 비교군 없이 살거나 여행을 한다면 그렇게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여러 나라를 비교해 보면 비슷한 생활양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베트남도 현재 우리나라만큼 소득 수준이 올라오면 그만큼 위생이나 문화도 비슷하게 변하지 않을까. 물론 디테일한 사고방식이나, 태도는 문화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삶의 질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소득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갑자기 문득,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간다면 사고방식과 태도도 하나로로 수렴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이상 언젠가 원더 키디 2020(실제는 상상보다 4년이 지났고 크게 바뀐 게 없어 보이는 현재지만) 같은 미래가 오면, 모두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지 오래가 되었을 때는 태어난 민족이, 환경이, 나라가 생활방식과 태도, 문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외모만 다를 뿐 전혀 차이가 없어질 수도 있겠지. 가끔 과도기인 현재가 아니라 모든 발달이 끝났을 미래를 생각하면 가끔 무섭다.


이건 바로 뒤 운명 본능과도 비슷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239. 운명 본능은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중위도여서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고 저위도 쪽은 너무 덥기 때문에 늘어지고 일을 열심히 할 수가 없는 게 아닐까,라고. 타고난 특성이 그 나라를 결정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속도만 다를 뿐 모두 한 곳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위는 냉방만 원활하게 되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바깥 활동은 기계가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모두의 환경은 비슷비슷해져 가는 갈 테다. 다만 돈(=소득 수준)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설국열차의 앞자리를 차지할지, 뒤 칸으로 밀릴지가 결정되고 말겠지. 그 사람의 출신도, 외모도 상관없이 돈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그런 세상이 오게 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책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하던 소득 수준이 바로 돈 아닌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도 나라의 소득이 늘자 환경(=삶의 질, 생활 수준)을 개선하려고 한 게 아닐까. 물론 그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어서 극적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들, 사는 환경이 모두가 엇비슷 해지는 순간이 오면(이런 순간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 자체도 길겠지만) 사고방식과 태도들도 가장 최선의 것으로 수렴할 것인가. 어쩌면 종교도 하나로 통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현재 있는 종교가 아닌 무언가 전체를 아우르는 그런 새로운 종교가 생겨날지도. 모두가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상이 생겨날 수도 있을까. 갑자기 생각이 이상한 대로 뻗어버린다. '멋진 신세계' 나 '가타카'처럼 제일 안정된 상태로 통제되는 세계가 올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는 머리말에 나온 문제들에 나라별 정답률도 나와있다. 정답률이 높을수록 정확한 최신 지식이 잘 업데이트된 나라이며 정답률이 낮을수록 그릇된 오답을 믿고 있는 나라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침팬지의 정답률을 넘은 문제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세계 기대 수명과 미래 아동 수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맨날 출산율 위기에 대해 뉴스를 보내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이 문제 풀면서 20억 도 안될 줄 알았는데 제일 작은 게 20억이어서 고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일본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나라와 언론에서 중요하게 부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들도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나는 내가 문학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소설은 그저 읽기 쉬운 거고 인문학을 좋아하나 보다. 읽는 내내 다음엔 무슨 이야기를 할지 너무너무 궁금해서 금방 읽어 내려갔다. 내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이 부서질 때,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알게 되었을 때 두근두근한 것 같다. 새로운 생각이 기존 생각에 덧붙어서 뻗어나갈 때 설렌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니. 왜 난 그렇게 생각 못 했던가. 이 책에서 일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건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올바른 최신의 데이터를 수시로 업데이트할 것. 결국 천동설이 폐기되고 지동설이 진실이 된 것처럼. 명왕성은 이제 태양계가 아니고, 요오드를 아이오딘으로 부르기로 한지는 벌써 15년이 넘었다. 나는 이제 알았는데? 같이 찾아보니 이것 말고도 바뀐 게 많다.


 틀린 건 아니지만 업데이트가 안되고 있는 나의 지식들.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최신 지식들. 게다가 찾아도 많은 정보들. 이것을 적극적으로 내가 다 찾아 업데이트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내가 요오드, 아이오딘을 검색하지 않았다면 계속 모를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정보의 최신성을 유지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 찾아서 수시로 업데이트를 할 수 없다면 누군가가 먼저 제공해 주는 정보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대할 것. 옳고 그름을 당연히 판단해야 하지만 그전에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네가 틀렸어라고 단언하지 말기. 

23. 즉 오답은 체계적이었다. 
'지식'이 '적극적'으로 
잘못되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목차 -

저자의 말

머리말

1장 간극 본능

2장 부정 본능

3장 직선 본능

4장 공포 본능

5장 크기 본능

6장 일반화 본능

7장 운명 본능

8장 단일 관점 본능

9장 비난 본능

10장 다급함 본능

11장 사실충실성 실천하기

사실에 근거한 경험 법칙

맺음말

감사의 말

부록_ 내 나라는 몇 점일까?

참고 자료

출처


-책 속 내용-


간극 본능

 22... 인간의 오답은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성향을 보인다. 내가 질문한 모든 집단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며, 더 가망 없는 곳으로, 한마디로 더 극적인 곳으로 여겼다.

실제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 무섭고 더 나아지고 있다니 다행이야. 정말.


23. 즉 오답은 체계적이었다. '지식'이 '적극적'으로 잘못되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잘못되었다니. 생각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위험한가.


24. 따라서 무지를 뿌리 뽑으려면 사람들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했다. 

한번 받아들인 정보가 틀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 했어.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틀린 지식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로 썩어가겠지.


27. 나는 그것을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그런 세계관은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온다.

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생각이 흉악하고 날로 어려워진다고 하면 정말 힘들다. 아이들이 걱정이 되는데 그게 할 필요 없는 걱정이었을까.


38. '세상은 둘로 나뉜다'라는 거대 오해

그냥 양 끝은 있지만 그 안에 무수히 잘게 쪼갤 수 있다. 책에서는 적당히 4단계로 나눴으나 더 잘게 쪼갤 수도 있을 테지. 그리고 점점 마지막 단계로 다 수렴해 갈 것이다.


46.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적어도 서양인의 머릿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대로다. 서양인 대부분은 시대착오적 생각에 사로잡혀 서양 이외의 세상을 바라본다. 

서양 아니면 동양. 


53.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러 나라를 두 집단으로 나누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하지만 흑백으로 나누고 좌우로 나누는 게 제일 편하다. 내 편 아니면 적.


60. 우리는 이분법을 좋아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영웅과 악인,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세상을 뚜렷이 구별되는 양측으로 나누는 것은 간단하고 직관적일 뿐 아니라, 충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극적이다.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항상 그런 구분을 한다. 

생각을 할 때 이제 별다른 생각을 같이 해야지.


부정 본능


94. 궁극적 목표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다. 

 이건 경제적 목표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무언가 하고 싶을 때 경제력이, 환경이 방해가 되지 않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자유.


95.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본능이다. 여기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상황이 나쁜데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면 냉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부정확하고, 알려주는 진실만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진실을 파고들지 않고, 나는 여전히 착한 사람이고 싶고. 


99. 그러다 보니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는 착각에 빠져 더러는 스트레스를 받고, 더러는 희망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사람들이 다 데이터를 찾아보는 게 아니니 자극적인 보도나 기사, 소문에 홀리기 쉬운 건 어쩔 수 없지.


99. 내가 보기에는 생각을 아예 ' 안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생각이 아닌 느낌을 말할 뿐이다.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럴 것 같다는 느낌으로, 그럴 듯 함에 그럴듯함을 더해서 대 왕 뻥을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역시 그럴듯하게 말하는 게 사실을 말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지 그러고 있을 지도. 무언가에 근거를 든다는 건 그만큼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정성과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숏폼에 들이는 시간보다 그게 더 생산적이겠지만 더 귀찮아서 쉽지가 않다. 생각을 안 하면 사는 게 아주 편하지. 가끔 나도 그렇다. 아니 자주 그래.


102. 희망을 포기하는 건 부정 본능과 그에 따른 무지가 가져오는 최악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제일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을 포기해 버렸어. 가끔 그렇게 안타까운 일들이 생긴다. 자기 생각 속에 갇히기 때문에 무지가 생기는 게 아닐까.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이론은 어쩌면 근거 없는 거짓일 수도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두 번의 육아 휴직 동안 사회생활을 잘하지 않고 내 생각에 갇혀서, 인터넷 세상만 서칭 하면서 많이 느꼈다. 복직하고 만난 사회는 생각보다 긍정적이고 밝았다. 집에만 있을 때는 심각했던 각종 사회문제와 어려움들이 막상 사회에서 사람들을 부대끼면서 겪어 보면 극복 가능한 어려움들이었다. 내가 집안에만 있어서 내 생각으로만 사회를 바라보고 있어서 내가 우울해지고 무서워했구나 싶었다. 요즘에도 내가 자꾸 우울해지고 두더지처럼 방구석을 파고 있으면 밖에 사람을 만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4. 긍정적인 변화는 훨씬 흔하지만 그 소식은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라. 우리가 직접 찾아봐야 한다. 

중요한 건 직접 확인해야 해. 누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혹하지 말고.


직선 본능


131. 극빈층에 갇힌 세대가 오히려 다음 세대 인구를 더 증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극빈층은 줄어들고 있지. 우리나라 출산율동 엄청 낮아졌지. 그럼 더 좋아지는 걸까. 인구는 결구 다른 사회도 점점 줄어드는 게 아닐까. 


133. 인구 증가이든 그 밖의 다른 상황이든 항상 직선을 상상하는 본능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상엔 여러 형태의 곡선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다. 



공포 본능


148. 늘 비판적 사고를 하기는 어렵지만, 특히 두려움에 떨 때는 거의 불가능하다. 머릿속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실이 들어올 틈이 없다.

밤에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뜬금없이 무서운 생각이 나기 시작해서.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머릿속이 온통 코끼리로 꽉 차는 것처럼. 공포는 힘이 세서 즐거운 생각을 떠올리려고 해도 곧 공포물로 변하고야 만다. 밤에는 그게 더 심하지만 낮이라고 작진 않지.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하면 주변에 온갖 것들이 나를 위협하는 위험한 것들이 되고야 말지.


148. 세상의 온갖 정보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떻게 선택했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부분을 무시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이야기가 있는 정보, 즉 극적으로 들리는 정보다. 

 예전에 스틱.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로 했었다. 찰싹. 스티커처럼 붙는 이야기. 스틱. 똑같은 정보지만 극적인 이야기가 붙어 있어야 뇌에 찰싹 붙어서 오래도록 떨어지지 않고 머릿속에 남는 정보가 된다. 그걸 정보라고 볼 수 있나 싶지만. 나중엔 정보가 아닌 이야기만 남는 경우도 많다. 


172. 공포는 유용할 수 있다. 단, 실제로 위험한 것에 공포를 느낄 때라야 그렇다. 공포 본능은 세계를 이해하는 형편없는 지침이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실제로 위험하지 않은 것에도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점. 사실 귀신은 존재하지 않으니 위험하지 않지만 무섭다. 항공사고보다 교통사고가 흔하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난다. 


크기 본능


196. 총량은 구하기 쉬워서 쉽게 알 수 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세면 그만이다. 하지만 비율이 더 의미 있을 때가 많다.

대부분은 총량보다는 비율이 의미가 있지.


일반화 본능


208. 사람은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성향이 있다. 무의식 중에 나오는 성향이지, 편견이 있다거나 깨우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사고가 제 기능을 하려면 범주화는 필수다. 범주화는 생각의 틀을 잡는 작업이다.

 세상을 특별한 범주화 없이 이해하려고 하면 매번 그 사건과, 현상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무언가에 시간을 들이기가 아까운가. 범주화해서 적당히 시간을 쏟는 게 그 대상에 대해서는 더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일 수도. 내가 몰라도 되고 신경 안 써도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나하나 직접 대면할 것인가.


224. 중국 사진만 보았다면 '아, 중국에서는 물을 저렇게 끓이는구나. 불 위에 삼각대를 놓고 그 위에 주전자를 놓네. 저게 중국 문화 군'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저분하고 청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문화가 그 나라 고유의 문화라고 생각할 뻔했다. 사실은 그만큼의 생활 수준에서는 그게 최선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문화는 같은 걸까. 그렇게 치기에는 당장 우리나라, 중국, 일본만 보더라도 바로 옆에 살지만 사뭇 다른데.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결국 대부분의 것들은 일반화할 수 있는 부분과 개별성을 동시에 갖고 있지 않을까. 자연발화된 불을 이용하다가, 부싯돌을 이용하고 화로를 쓰다가 가스레인지를 쓰고, 인덕션을 쓰는 과정은 아마도 아직 인덕션을 쓰지 않고 있는 나라도 생활,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오게 된다면 비슷한 양상으로 생활양식이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 나라의 언어, 고유문화, 사고방식은 하나로 통합될까. 그런 것들은 개성을 띄는 거라 생활 수준이 올라간다고 하나로 수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영어를 배우려고 하고 상대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한다. 어느 나라가 더 문화 수준이 우위에 올라가느냐에 따라 결국 하나의 언어로 수렴할 것인가. 의상이 고유하다 생각했지만 이미 옷은 나라 구분 없이 비슷해졌다. 그렇다면 사고방식은? 점점 합리적인 쪽으로 바뀌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을까. 나와 너를 구분하는 개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흰색을 좋아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우리 민족은 이미 그때 그 민족성은 사라지지 않았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건 또 어느 나라의 개성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가진 것 중 다른 집단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개성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어떤 걸까. 아니면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은 하나를 향해 가고 있을까.


226. 누군가가 예를 달랑 하나만 내놓고 집단 전체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 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예를 더 제시하라고 말해야 한다. 아니면 상황을 뒤집어서 반대 사례 하나가 나오면 정반대 결론을 내리겠느냐고 물어봐야 한다. 

추론이 아닌 예시로 주장하는 건 사실 다른 예시가 나오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이지. 


231. 우리는 비교 불가능한 여러 집단을 일반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우리 논리에 숨은 광범위한 일반화를 찾아내려고 또 노력해야 한다.

서로 다른 집단들의 유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더니 이제는 일반화하지 말라고. 


운명 본능


239. 운명 본능은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무언가가 지금의 그 상태인 것은 피할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는 이유 때문이며, 그래서 그것은 늘 그 상태로 존재했고,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금수저, 다이아 수저가 있는 이상 절대 변하지 않는 게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는 가지지 못한 다이아 수저는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한 사회 내에서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다리가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257. 운명 본능을 억제하려면 늘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들이면서 지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원서를 읽은 게 아니지만 왠지 원서에는 fresh라고 쓰여있을 것 같다. 지식을 신선하게 유지하라니, 꼭 생선을 신선하게 유지하라고 하는 것 같은데. 신선식품인 지식. 


단일 관점 본능


265. 전문가는 자신이 선택한 세계의 한 조각을 이해하는 데 몰두하는 사람이다. 

정말이지 전문가라는 말에 얼마나 현혹되는지. 하지만 겨우 세상의 한 조각에만 몰두한 사람인 걸. 그치만 또 한편으로는 그 한 조각만큼도 몰두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266.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약간 뒤통수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다. 나도 그 통찰력의 순간이라는 걸 혼자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사실 아무것도 아닌 생각이지만 통찰이라 생각하고 뿌듯하고, 즐기고. 그래서 정말로 무엇을 이해한 느낌. 이해한 게 아니라 그저 이해한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니. 어떻게 해야 확실히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 항상 불안하고 의심이 든다. 자기 생각에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273. 세상을 이해하려면 수치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수치만 분석해서 얻은 결론은 의심해 봐야 한다.

예전에 숫자로 경영하라라는 책이 있었다 총 5권짜리 책이고 아직 못 읽어 봤지만 언젠가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 세상이든 회사든, 수치를 읽지 못하면 눈뜬장님이 될 수밖에 없다. 문맹과 비슷한 느낌일까. 수치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고 나면 개안한 것 같은 기분일 듯. 하지만 항상 의심할 것.



비난 본능


315.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누구에게 향해야 하는지도 모를 비난을 하는 건 참 쉽다.


다급함 본능


332. 행동에 나서야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행위는 데이터를 개선하는 것일 수 있다.

사실 마음이 급하면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는데. 머리는 차가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특히나 내 머릿속엔 당황이가 제1 리더인 듯.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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