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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Aug 07. 2022

랭포드에서 느끼는 집 없는 설움


최근 나의 가장 큰 이슈는 집이다. 아이 교육, 영주권, 둘째 출산, 가족의 향후 향방, 한국에 남겨둔 어떤 것들.... 보다 집이 이슈인 이유는 가장 자유롭고 편안해야 하는 공간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 한 이후 집 문제로 크게 스트레스받은 적이 없었다. 집의 상태나 위치에 대한 불만은 있었으나, 얹혀살거나 눈치 보며 살았던 적은 없어서였을 테다. 결혼 전에 월세로 살 때에도 치안문제로 걱정은 있었어도 집에 들어온 후 불안이나 예민함을 겪은 일은 없었다. 꼬박꼬박 월세와 공과금을 냈었기에 누구도 집안에서 내 자유를 방해하거나 억압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와서의 상황은 달랐다. 우리 가족의 집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잠깐 고모 댁에 있기로 했기에 임시거처는 있지만... 임시거처가 집이 될 수는 없다.


장성한 자녀들이 이미 출가한 후 조용하고 깔끔하게 유지된 집은 우리가 이전에 살던 쿵쾅쿵쾅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사는 집과 같기 어렵다. 고모댁에 온 첫날부터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이곳은 고요하고 평화로웠으니깐...


시차 부적응으로 밤낮이 바뀐 생활 일주일, 바뀐 환경 탓에 밤마다 늘어놓는 투정과 장난을 받아주기를 일주일, 통제불능이 된 아들에게 역정을 있는 대로 내며 신경이 곤두서기를 일주일,....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한 달이 흘렀다.


고모께 폐를 끼치지 않고 싶어 매일 밤낮 렌트 웹사이트를 검색하나 우리 조건에 맞는 하우스, 예산 2000불의 렌트하우스는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 1~2년 전만 해도 2 베드 1 베스(방 2개, 화장실 1개)가 약 1700불 정도면 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랭포드의 렌트 시세는 2600불 내외에 공과금까지 합치면 약 3000불 정도이기 때문이다. 예산보다 무려 1000불이 오버되어야 주거가 해결될 수 있는 상황.


예산에 맞는 집을 구하기 위해 메일과 전화로 컨택하면 단 1~2분 차이로 집은 이미 렌트가 완료되기도 일쑤였다. 10번이 넘게 퇴짜 맞았다.


그러기를 반복하던 지난주 어느 밤이었다. 예산에 맞는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 예산에 오버되는 집을 구하려니 생활이 어려워질 것 같은 생각, 고모댁에 계속 있다가는 아이에게도 고모께도 미안해질 것 같은 마음 이 가득해졌다. 그래서 통제되지 않는 아이와 일에 지친 남편 앞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이는 옆에서 "엄마 괜찮아? 엄마 울지 마~"라고 나를 위로하고, 남편은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얼마나 울었을까 어느새 나는 잠들어 버렸다.


그다음 날 아이를 데리고 렌트 아파트의 오피스에 찾아갔다. 아이 학교와 남편 직장의 중간 지점인 아파트.... 웹사이트에서 그곳에 1 베드 1 베스의 공실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오피스에 가서 인터폰을 눌렀는데, 담당자는 문도 열어주지 않은 채 인터폰으로 이야기했다.


"방 몇 개 찾으세요?",

"우리는 3명 가족인데, 2 베드가 있으면 좋지만 없다면 1 베드도 보고 싶어요."

"지금은 2 베드가 없어요. 그리고 3명 가족은 1 베드 못 드려요. "

"1 베드라도 들어가고 싶은데요!"

"안돼요. 가족 3명은 1 베드 이용 못합니다. 뚜뚜뚜"

(캐나다는 부부와 자녀가 있을 시, 최소 방 2개가 있는 집에 살아야 하고... 자녀의 성별이 다를 시 최소 방이 3개 있는 집을 렌트해준다고 한다.)


인터폰은 끊어졌고, 나는 오피스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문전박대당했다. 기분이 나쁘거나 속상하지는 않았다. '캐나다 법이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우리 집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그런 생각.


'랭포드 어딘가에는 우리 가족이 살 곳이 어딘가에는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어제도, 오늘도 웹사이트를 열심히 보고 있다.


예산을 조금 오버하더라도, 손가락을 빨더라도...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한 우리 집.

곧 찾을 수 있겠지?

그 와중에 문의했던 다른 집에서 온 메일 회신. 그래, 답이라도 보내준 정성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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