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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블리모니카 Jul 20. 2022

층간소음에서 시작된 자괴감

- 캐나다 나무집에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

캐나다에 도착한 지 21일째, 시차 적응하는 일주일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밤만 되면 예민해지는 부분이 있다. 아들의 뜀박질, 남편과 아들의 놀이시간, 그리고 층간소음이다.   


밴쿠버 도착했을 때 하우스 신축 현장에서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가 주요 자재로 쓰이는 것이 신선했고 5층 이하까지는 나무로 짓는다는 소리에는 '친환경'적이라고 감탄까지 했었더랬다. 그러나 우리가 머물게 된 집이 나무로 된 4층짜리 콘도, 즉 나무로 만든 집이고 여기서 층간소음 때문에 매일매일 예민한 나날을 보내게 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살았던 집은 아파트가 아니었기에 비교적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웠던 터라 아들은 집에서 매우 자유롭게 뛰놀았었다. 심하게 다칠 상황이 아닌 이상 집에서 하는 아들의 행동, 즉 걸음이나 놀이에는 큰 통제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캐나다. 나무로 만든 4층짜리 콘도의 3층이다. 게다가 렌트를 구하지 못해서 고모댁 빈방에 생활하고 있는 상황. 위층 이웃의 걸음소리가 쿵 삐걱 쿵 삐걱, 옆집 이웃의 잡담 소리가 마치 간이벽을 둔 옆 사무실의 회의 소리처럼 들리는 환경에서 나는 난생처음 아들의 걸음걸이와 놀이 패턴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고모께서 잘해주시는 것과 별개로 '우리의 발소리와 소음으로 인해 고모께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아랫집 캐내디언이 컴플레인하면 어쩌나', '무엇보다 집이 잘 안구해지는 상황에서 '이 문제'로 고모와 불편해지면 어쩌나' 등 불안과 걱정들... 동시에 잘 놀고 있는 아들에게 반복해서 하게 되는 '뛰지 마라', '작게 말해라', '뒤꿈치 들고 다녀라' 등 말도 안 되는 잔소리들.


여유와 자유, 아이를 더욱 사랑하기 위해 찾아온 캐나다.

한국의 100배나 되는 이 나라의 4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모두가 잠들어 조용한 새벽마다 자괴감에 빠진다.


"나는 과연 좋은 엄마인가. 이 시기에 옳은 선택을 한 것인가!"


동네에 6층 이하로 올리고 있는 콘도. 저기도 층간소음이 어지간하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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