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러블리모니카 Dec 17. 2022

포켓몬 카드가 이뤄낸 의외의 성과

-초딩 경제교육과 영어교육에 대하여

꽁주가 코스트코에서 파는 포켓몬 카드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달라고 했다. 100불이 넘는 카드, 내 눈에는 큰 가치가 없어 보이는 것이라...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엄마, 그럼 내가 모아둔 돈으로 사면 안돼?"


꽁주는 캐나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모아둔 용돈으로 코스트코에 있는 카드팩이 들어있는 포켓볼을 45불 정도 주고 산 적이 있다. 이번에도 모아놓은 용돈을 써서라도 꼭 가지고 싶나 보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돈이라도 포켓몬에 쓰게 하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 지난 주일에 나에게 "엄마, 난 내가 모아놓은 용돈 전부를 하나님께 헌금하고 싶어."라고 했던 아이가 아닌가! 모아놓은 것에 돈을 얹어야 구입할 수 있는 포켓몬 카드를 사고 싶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엄마가 생각해 볼게. 그런데 아무리 너의 용돈이라고 해도 너가 어리기 때문에 엄마랑 상의해서 써야 돼. 100불은 큰돈이야. 그 돈을 포켓몬 카드 구입하는데 쓰는 건은 많은 생각이 필요해. 포켓몬 카드가 너의 용돈을 다 쓸 만큼 가치가 있을까?"


"엄마 내가 가지고 있다가 어른이 되면 그 가치가 높아질 거야."


"꽁주, 시간이 지났을 때 가치가 높이지는 게 있고, 가치가 떨어지는 게 있어. 포켓몬 카드는 어느 쪽일까?!"


"엄마, 당연히 포켓몬 카드는 가치가 올라가. 미래에는 종이로 된 포켓몬 카드를 구하기 힘들 거야."


으이구. 결국 사고 싶다는 이야기 군. 그래서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은 누군가가 준 돈이니, 스스로 벌어서 구입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그리고 bottle depot을 제안했다. 병을 모아서 용돈을 만들어 보라고. 옆에서 남편이 덧붙였다.


"너가 병을 모으고, 또 bottle depot에 가서 분류하는 작업까지 하면 수입금의 절반을 너에게 줄게."


그때부터 아이는 학교에 가져간 생수병을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고, 친구들이 버린 생수병도 종종 가지고 왔다. 남편이 어디선가 차에 가득 찰 만큼 병을 수거해 온 날, 나는 하교하는 꽁주를 데리고 bottle depot에 갔다. 약 1시간에 걸쳐 병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카운터에 가져다주었다. 첫 번째 10불, 두 번째 27.7불 총 37.7불을 받았다. 아이에게 수고했다고 10불을 주면서 말했다.


"꽁주, 네가 학교에서 가지고 온 생수병도 있었지만 너도 봤듯이 아빠가 차 한가득 음료수 병을 모아 와서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었어. 전에 엄마 아빠가 '병을 모으는 것'과 'bottle depot'에 가서 분류하는 것을 모두 하면 수입의 반을 준다고 했었던 거 기억하지? 이번에는 꽁주가 두 활동 중 분류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절반이 아닌 10불을 줄게."


"엄마! 나 음료수 병 30개나 가지고 왔는데, 왜 10불밖에 안 줘!"


"하나에 10센트니깐, 30개면 얼마야? 3불이지? 너는 그것보다 훨씬 많이 받은 거야."


아이는 다음에 병 수집하는 데 열심히 해야겠다며 10불을 받았다.


집에 오는 길, 뒷좌석에 앉은 아이가 말했다.


"다리 진짜 아파. 이렇게 하는 것보다 사업을 하는 게 훨씬 낫겠어. 돈을 벌어서 좋긴 한데, 추운 데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해서 힘들어."


아이의 말에 힘입어 나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투자소득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이는 매우 귀 기울여 들었고, 우리는 사업과 투자에 대해 같이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뒤 A&W 버거집을 지나치며 아이가 또 말했다.


"엄마, 나 A&W 먹고 싶어. 나 힘들게 일했으니깐 저거 사주라."


"꽁주야, 너 한 시간 동안 열심히 해서 10불 벌었잖아. 저기 버거 한 세트가 약 13불 정도 하거든. 그러면 네가 번 돈에다가 3불 더 내야 하는데, 괜찮겠어?"


"아니 엄마, 나 그냥 참을 게. 돈 아까워. 집에 가서 밥 먹는 게 훨씬 돈을 아낄 수 있겠어. 그냥 빨리 집에 가자."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이에게 근로를 경험하게 하고, 근로소득과 사업/투자소득, 그리고 절약의 가치까지 끌어내도록 도왔다.


여전히 포켓몬 카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아들. 집에 와서 나와 끊임없는 절충을 했다. 그래서 결국 100불이 넘는 코스트코의 포켓몬 카드 대신 한국에서 파는 가성비 좋은 포켓몬 카드로 딜을 했고, 본인이 모아놓은 20불을 내게 주며 나머지는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태달라고 요청을 했다. 오케이, 딜! 친정에서 보내는 짐에 포개져서 배송될 수 있도록 바로 주문을 했다.


주문한 것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짓는 꽁주. 그 뒤로 하루에도 몇 번씩 언제 도착하냐는 질문을 듣는 것은 내 몫이지만..... 수 주일 내에 집에 도착하게 될 포켓몬 카드. 꽁주가 엄청 좋아하겠다.

짐 싸기도 바빴던 출국 3일 전, 꽁주 데리고 난 교보문고에 갔었다.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 구입한 책이, 바로 이 책. ㅎ
매일 저러고 있는....
모아놓은 돈 중 20불을 내게 주었다.

TMI로.. 포켓몬 카드는 엄마 마음에 영 내키지 않지만, 아이가 포켓몬 카드를 매개로 친구들을 빨리 사귀고 영어도 빨리 늘고 있다. 덕분에 학교에 잘 적응한 것도 사실이다. 7, 8월 포켓몬 전국 도감 책과 포켓몬에 빠져있어서 심란해하며 아이에게 야단을 많이 쳤었다. 꽁주는 한번 빠지면 끝을 보는데, 그게 포켓몬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의 성과들...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아이를 닦달하거나 다그치지 않아도 된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의 방증인 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주저했던, 그리고 다시 쓸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