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걸 타겟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를 보았는가. 나는 보았다.
그녀는 화가 나든 안 나든 항상 시비를 걸고 화풀이를 할 대상이 필요한 사람이다. 화풀이할 타겟이 없는 기간이 그녀에게 가장 힘든 시즌이다. 그래서 항상 회사에서는 그녀만의 화풀이 원픽이 주기적으로 바뀐다. 이번엔 과연 누가 타겟이 될까.. 매번 러시안룰렛을 하는 기분을 회사에서 경험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 그녀가 회사에서 이렇다 할 타겟을 찾지 못했을 땐 회사를 오고 가며 마주치는 행인들이 애석하게도 그 타겟이 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몇 가지 썰을 풀어보려고 한다.
K부장은 식당에서, 지하철에서 어디든 모르는 사람과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될 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엔도르핀이 돌고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에도 적잖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하구나 했는데, 출근길에 겪은 사이코틱한 썰을 신나서 들려주는 걸 보고 치를 떤 적이 있다.
때는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 우연히 K부장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났을 때 여느 출근길 자리 전쟁과 마찬가지로 옆에 서 있던 여성이 잽싸게 그 자리를 선점했다. 띠링� 타겟이 선정됐습니다. 그 순간 K부장 마음속에 또 화가 끓어올랐고 K부장은 어떻게 해서든 그 여성을 열받게 하기 위한 액션들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가볍게 계속해서 그 여자를 째려보는 걸로 작전짰지만 여성의 눈은 핸드폰으로 가있었기에 관심을 얻어내지 못하자 핸드폰을 들어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갑자기 셀카는.. 왜 찍으셨어요..?"
"걜 찍는 척한 거지, 기분 나쁘라고 걔 얼굴 향해서 핸드폰 들고 계속 찰칵거렸어. 진짜 걔를 찍으면 경찰서에 갈 수도 있으니까 셀카로."
이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은 정말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래도 그 여자가 쳐다도 안 보길래 따라 내렸지. 계속 걔 뒤에 바싹 붙어서 따라가는 데도 안 돌아보더라? 그래서 불러 세웠지. 나한테 할 말 없냐고."
"..."
"세상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쳐다보더라. 아까 왜 내 자리 뺏어 앉았냐고, 내 앞에 난 자리고 그 앞에 뻔히 내가 서있었던 거 알았으면서 왜 뺏었냐고, 내가 너무 분해서 따라 내렸다고 하면서 계속 따졌지."
".. 그랬더니요?"
"몰랐다고 그랬으면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모르긴 뭘 몰라. 근데 그렇게 따지고 마저 출근하는 데 가슴이 막 두근거리면서 희열이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 이렇게 말하니까 나 완전 이상한 사람 같네.(웃음)"
네, 이상한 사람 맞아요. 병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오늘도 그녀의 타겟이 되지 않게 그저 멋쩍게 웃으며 다른 화제로 돌렸다.
K부장과 함께 쌀국수집에 갔을 때 또 하나의 일반인(?)이 희생양이 되었다. 방긋 웃으며 물 잔과 메뉴판을 가져다주던 아르바이트생. 물 잔에 둥둥 떠다니던 날파리를 보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아주 험상궂게 굳어지며 "저기요"하고 살벌하게 아르바이트생을 불렀다.
"메뉴 다 고르셨어요?"
"아뇨, 물컵에 날파리가 둥둥 떠다녀요."
"아, 죄송합니다. 바로 새 걸로 가져다 드릴게요."
"아니, 지금 물컵에 날파리가 왜 있어요? 물컵에서 날파리 나오는 게 정상이에요? 날파리가 왜 들어가 있냐고요."
실수였고 사과를 받았고 새것으로 다시 가져다준다고 하면 끝날 문제를 또 저렇게 물고 넘어지며 소란을 피우자, 식당 내 모든 눈들이 우리쪽으로 향해지는 걸 안봐도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부끄러워 막내를 쳐다봤더니 막내의 눈도 말해주고 있었다. '너무 창피해요, 대리님.' K부장은 잔뜩 성난 표정을 지은 얼굴로 새 물 잔을 다시 가져다준 아르바이트생에게 계속해서 본인의 엔도르핀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이거 새 물컵 맞아요? 날파리만 건져낸 거 아니에요? 아예 새로운 컵으로 씻어서 가져다 준거 맞아요? 제가 그걸 어떻게 믿죠? 날파리만 건져냈을 수도 있는데"
무릎이라도 꿇으면서 죄송하다고 하길 원했던 걸까. 저런 그녀가 너무 창피해서 잽싸게 메뉴 선정으로 화제를 돌렸지만 식사 내내 쑥덕거리며 우리 테이블을 훑는 아르바이트생들, 식사 내내 아르바이트생을 씹기 바쁜 K부장 때문에 정말 맛있는 식사시간이었다. 이때도 그녀는 희열을 느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