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16

두 번째 밤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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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밤


그가 한 달이나 남은 내 생일축하를 해주겠다며 부산으로 왔다. 퇴근을 하자마자 출발했어도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다 되어 있었다. 피곤할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늘 입었던 아저씨 패딩이 아니라 무려 파란 셔츠에 넥타이에 재킷을 입고 왔길래 칭찬해 줬다. 내가 전에 선물해 준 와인색 목도리도 하고 왔다. 갈색 구두, 어두운 색 청바지. 윗부분만 까만 뿔테안경. 긴 손가락과 내린 앞머리가 좋았다.


우리는 터미널 3층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는 바다를 보러 드라이브를 갔다. 그 밤중에 자동차 케이를 타고 간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우리는 잠시 바다의 파도를 듣고는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 나니 거의 열 시 열한 시였다.


집에 와서는 내가 고장 난 컴퓨터를 고칠 동안 그는 비스듬히 누워 웹툰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사실 우리는 얼마 전 통화를 했었는데, 그 통화에서 내가 조금 이상하다고 했다. 왠지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길래 나는 깜짝 놀랐다.

사실 그 통화 며칠 전에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었던 것이다. 너무나 평판 좋고 인맥도 넓었던 상사는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나는 혼자였다. 누구에게 이야기한들 오히려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터였다.


나는 그날 겪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에게 얘기해 버렸다. 내가 담담하게 말하니 그도 나름 담담하게 받아줬다. 그러고는 그 학교를 떠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리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거의 새벽 세 시쯤에야 잘 준비를 했다. 내가 준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코를 골지 않기 위해 등을 돌리고 누워 잔다. 역시나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든다.


그에게 나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한 이불에 누워 자고는 다음날 해준 늦은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존재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이런 편한 존재여야만 하고, 그렇기에 이 삶을 버틴다.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있지만 절대 손을 내밀 수 없는, 그렇기에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신이시여, 제가 어찌 이 같은 삶을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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