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17

미련 없이

by 에스

17



4월


전국에서 벚꽃축제가 한창이어서, 우리는 여의도 벚꽃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는 친구 결혼식에 들렀다가 올 예정이라 여유롭게 2시쯤 만나기로 했다. 나는 약속을 잡았던 몇 주 전부터 그저 '토요일만 기다리자'라며 버티고 버텼다.


결혼식 때문인지 그는 보기 드물게 잘 차려입고 왔다. 열심히 골라서 택배로 보내주었던 넥타이를 하고, 짙은 파랑 셔츠 위에 까만 조끼를 입고(그는 조끼가 정말 잘 어울린다), 말도 안 되는 체크무늬 바지에 초록색 아디다스 삼선 운동화. 위는 좋은데 하반신은 망했다.


예상했던 대로 우리는 꽃구경보다는 사람 구경을 실컷 하고 돌아왔다. 심지어 벚꽃이 그다지 많이 피지도 않았다. 공원을 한바퀴 걷고 나니 꽃구경이 끝났다.

나는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원체 사진 찍기 싫어하는 그를 핸드폰에 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끝끝내 우기고 우겨서 같이 셀카를 몇 장 찍었다. 다른 사람한테 찍어달라고 했더니 죽어도 그건 싫댄다. 덕분에 팔이 짧은 내가 찍은 셀카에는 우리 얼굴만 대문짝만 하게 찍혀 나왔다.


우리는 저녁쯤 터미널로 왔다. 그는 7시 15분 표를 끊어주고는 내가 화장실에 가 있을 동안 무려 알약으로 된 멀미약을 사다 주었다. 차에 타기 전에 하이파이브를 두 번 해주고는 내가 차에 타는 걸 보고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4월 16일


괜히 잠이 안 와서 대학생 때부터 찍어놓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감상했다.


의외로, 정말 우연찮게 구석에 찍힌 그의 사진이 많아서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하나하나 보면서 그때의 추억이, 그리고 내가 놓친 그의 모습이 떠올라서, 사진을 다 보고 나니 눈이 퉁퉁 부어 빠질 것처럼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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