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19

도넛과 눈물

by 에스

19


5월


업무 협의회 출장 때문에 교육청에 가게 되었다.

우연히 그 사람에게 출장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도 마침 교육청에 출장이 잡혀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와는 5월에 두 번이나 보게 되었다.

출장 당일날. 그는 무려 2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는 먼저 업무를 끝내고, 내 협의회가 안 끝났을까 봐 말도 안 하고 교육청 근처에 꼭꼭 숨어있었더랬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빵 터졌다. 덩치는 산 만하게 크면서 이럴 때는 귀여운 면이 있다.


그는 4학년 한국미술사 수업 어느 날 본인의 조발표 날, 동시에 그의 생일날, 동시에 내가 전날 밤 12시에 도서실 그의 뒷자리 커튼에 대문짝만 하게 생일축하를 붙여 놓았던 그날 입었던 하얀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 까망하양이 섞인 셔츠가 좋다.


저번보다는 다리를 절뚝거리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구두 때문에 불편하다고 한다. 나는 걱정이 되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시내의 퓨전 양식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다. 늘 그랬듯이 어제 본 것처럼 편안하게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쉬지 않고 떠들었다.

업무가 너무 많다며 죽는소리를 해댄다. 하지만 학생들은 너무 착하다고 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 또다시. 요즘 그를 좋아하는 새로운 여자가 생긴 모양이었다. 그래서 피곤하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그는 쇼핑몰에 들러서 그녀에게서 받은 던킨도너츠 쿠폰으로 도넛을 아주 많이 샀다. 그는 박스에 가득 담긴 도넛 중 한 개를 먹고는 나머지를 나에게 주었다.


우리는 슬슬 터미널에 가기 위해 근처 대학교 쪽으로 갔는데, 무려 코앞에 있는 터미널을 못 찾아서 결국 케이로 학교 드라이브를 했다.

다소 소담한 대학교를 나온 우리는 다른 대학교 캠퍼스들이 이렇게 넓은지 처음 알았다. 겨울에 했었던 지옥의 밤 드라이브가 생각난다며 웃었다.


힘들게 터미널에 도착해서 그는 나를 내려주고 떠났다.

나는 티켓을 끊으려고 하는 순간에서야 쇼핑몰 화장실에 던킨도너츠박스를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청난 기억력이다.


티켓을 끊으며 시간을 물어보니, 10분 뒤인 7시 50분에 차가 있고, 다음 차는 엄청나게 돌아가는 완행버스가 8시 10분 차라고 했다.

나는 다급하게 114에 전화해 쇼핑몰 번호를 알아내 분실물센터에 전화를 했다. 가능한 한 빨리 던킨상자가 있는지 봐달라고 말했다. 타야 하는 버스는 일찌감치 도로 옆으로 와서 내가 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심드렁하게 운전석에 앉아 있는 기사님에게 잠깐만 기다려달라며 부탁했다. 기사님은 사정도 모르는 채 버스에 일단 타서 전화를 하면 되지 않냐며 까칠하게 보챘다. 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1년처럼 느껴졌다.

쇼핑몰에서는 49분에 전화가 와서는, 화장실을 체크해 보았지만 박스가 없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재빨리 버스에 탔다.

기사 아저씨는 출발함과 동시에 버스 조명을 껐고, 나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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