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왜 나의 직감은 이토록 정확한가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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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오랜 경험과 관찰을 통해 얻어진 교훈이다. 무언가 잘 진행되고 있다 해도 어딘지 모를 찜찜함과 슬픈 기분이 든다면, 거의 100%의 확률로 맞아떨어졌다.


다니던 디자인 회사에서 갑자기 어제 나를 부르더니, 오늘이 마지막 근무라고 했다.

회사가 어렵댄다. 나와 같은 수습 처지였던 다른 한 명도 똑같이 같은 날 잘리고 말았다. 우리는 얼마 안 되는 짐을 바리바리 싸서 차에 실은 후, 근처 식당에 가서 같이 밥을 먹었다.


해고 통보는 전혀 언질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이루어졌지만, 어쩐지 그전부터 이유 없는 꺼림칙함을 느끼고 있었다. 감도는 공기와 말투, 내 작업물을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그 느낌이 맞았던 것이다. 내 박스 패키지 시안이 업체에게 선택받아도, 업무가 빠르고 정확해도 나는 그저 바쁠 때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나의 경험이 반전처럼 도움이 되었다.

이미 예감을 느낀 그 순간부터 나의 무의식은 퇴직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상사를 마주 보고 앉아 있어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회사 예산도 부족한 데다가 역량 미달인데 비싼 돈 주고 계속 쓸 이유가 없지.'


그다지 상처받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화는 나와 같이 해고당한 동료가 더 많이 냈다.

나는 같은 처지인 주제에 그녀를 위로하며 다 털어버리자고 웃었다.


슬픈 예감은 매번 틀리지 않지만,

또 그렇기에 미리 그걸 준비할 수 있다는 현명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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