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 Jan 04. 2022

아이에게 인사, 사과 억지로 시켜야 하나요

인사하라고 말은 해도 될까요?


아이를 키울 때 이런 말을 많이 들었었다.

'인사 강제로 시키지마~~~'

'사과 강제로 시키지마~~~'


그래 그런 줄 알았다.

아이에게 '인사하라'는 말 조차 죄책감이 들었다.

인사는 강제로 시키는게 아니야.

아이의 의사에 반해서 억지로 고개 숙이게 해선 안돼.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건 나의 상처야.


나의 생각이 그러했기에

구지 아이의 친구가 아이를 아프게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상대방 아이의 부모에게 

구지 사과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했었다.


아이의 행동은 거칠었지만, 

놀다봐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아이의 입장에서는 실수였기에 

구지 닥달하듯 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분법에 빠져있었던 나는

'아이에게 억지로 인사를 시키지 말라'는 말을

'절대' 인사를 시켜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이런 질문도 했었다.

'아이에게 인사하라는 말은 해도 되나요?'


말 하는 것 조차 강요라고 느꼈었기에,

일체의 강요조차도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인사 하라고 말'만 하는 것 뿐인데도

그것이 아이에게 강요일까봐 두려웠다.

그리고 인사하라고는 말을 해도 되는지 아닌지조차

나 혼자 결정하기가 두려웠던 시기이기도 했다.


작은 결정하나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시기.

그러기에 누군가의 조언을 절대 규칙으로 받아들여 

철저히 그 규칙안에서 아이를 키우려고 했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2022년.

이제 큰 아이는 10살이 되었고,

둘째 아이는 7살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많이 어설프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던 육아였다.

'해야한다'에 갇혀 그 '틀'안에 들어가기 위해 무수히 많이 애를 썼던 시간들.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후회되는 지점들이 몇 개 있는데,

아이에게 '인사하는 법'과 '사과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였다.


아이에게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알려주었어야 했는데,

그것이 강요일까봐 입을 꾹 다물고만 있었던 그 시간이 후회스럽다.

'인사 해야돼'라는 강요의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괜찮아, 인사 안해도 돼'라는 말을 구지 했던 시간들.


돌이켜보면 아이가 인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뻘쭘함을 숨기기 위해서,

그리고 더 깊은 내 마음에는 타인에 대한 안전함을 

부모인 나 조차도 믿지 못했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인사해야지'라는 말은 아이에게 상대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려주는 표시라면,

'인사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오히려 아이에게 

'상대는 안전하지 않다'라는 두려움을 은연중에 전달했던 말은 아닐까 싶다.


'사과'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너무 컸다.

그래서 아이에게 구지 '너 때문이야'라는 식의 죄책감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윤찬이가 실수 한 부분에 대해서

혹시 아이가 주늑이라도 들까 싶어서

의레 앞장서서 '윤찬아 실수한건 괜찮아'라는 말을 했었다.


사과 하는 마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너가 사과하는게 맞는거야'라는 것을 알려주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혹시 헷갈릴까봐 한번 더 언급하자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이에게 '사과를 무조건 시켜야 한다', '인사를 무조건 시켜야 한다'가 아닌,

아이에게 '인사'와 '사과'의 필요성과 중요성 정도는 알려주었어야 하는데

'강압'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아에 모든것을 덮어놓고 외면했던 과거의 나에 대한 반성문이다.


나는 여전히 인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아이의 머리를 내가 억지로 숙여가면서 까지 인사를 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의 자율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아이에게 '인사해야지'라고 알려주는

엄마의 성실함 정도는 꼭 필요하다는게 지금 나의 생각이다.


엄마의 체면 때문에 아이에게 인사시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에게 '인사'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임을,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려주자는 이야기다.


큰 아이는 작년 12월까지 한번도 제대로 사과라는 것을 해보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늘 '실수'했던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버리고 

'실수해도 괜찮아'를 연발해버렸던 나의 설레발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동생을 실수로 멀어버린 상황에서도

'실수야'라는 말로 모든 것을 퉁 치려고 했다.

아이는 '사과'라는 것을 참 어려워했고, 그건 5살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 때 아이의 느낌은 뻔뻔함이 아니라, 자기도 이런 상황이 두려워 '실수야'라는 말로 자기 보호를 하고 있는 느낌이였다)


5살은 모든 것을 다 자기가 다 이기고 싶어하는 '전능함'의 시기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사과하라는 엄마의 말이 

자신의 '전능함에 대한 도전,굴복'처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는 그런 시기가 있다. 


그런데 이제 곧 10살이 될 첫째의 경우는 달랐다.

아무리 '실수' 했어도, 아프게 한 것은 아프게 한 것인데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것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한번도 타인에 대한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아이에게 말로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없다는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과'라는 것은 타인의 아픈 마음에 대한 공감인데, 

나 역시도 '사과'를 누군가에게 고개 숙이는 행위로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사과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던 것 같다. 

'사과'는 어쩌면 미숙했던 행동을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온전한 수용이자 이해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인데 

그 마음을 엄마인 나조차도 '이기고 지는' 마음으로 바로 보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사과'의 진짜 의미를 알려주지 못했던 것 같다.


사과는 '누군가를 이기게 하고, 누군가를 지게 하는' 그런 행위가 아님에도 그렇게 바라보았구나~~~

그래서 알려줄 수가 없었구나~~~ 

아이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삶을 살아내기를 바랬는데, 

그러기 위해 아이에게 억지로 사과를 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마음은 아이에게 진짜 당당함이 아니라, 타인은 안중에도 없는 

'거만함' 혹은 '무배려', 가슴에 '사랑'이 없는 아이로 자라게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정말로 '사과'를 어려워 했다.

'미안해'라는 말을 정말 도저히 입밖에 꺼내기를 어려워했다.

이렇게 까지 어려워 할 일인가 싶을 정도로.


'실수' 였지만,

상대는 아플 수 있음을 아이는 알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보았어야 했다.

'사과'는 누군가에게 '졌음'을 시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의 미숙함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사과'라는 행위를 쉽게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용서'만큼이나 어려운 행위가 '사과'였음을 아이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자,

나를 온전하게 바라보고 인정하는 마음이 바로 '사과'가 아닐까 싶다.


얼마전에 윤찬이와 감정적으로 투닥거리는 일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윤찬이가 나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했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자발적으로!

9년을 아이를 키우면서 거의 처음 들어본 말이 아닌가 싶다.


아이는 행위에 대해 사과했지만, 실은 엄마의 화난 마음을 헤아려주는 아이의 마음이 아니였을까 싶다.

그 당시엔 단순히 '윤찬이가 내게 처음 사과를 했어' 딱 그정도의 놀라움이였는데,

글을 쓰다보니, 아이는 이제 상대에게 '사과'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조금 더 성숙한 아이가 되었구나... 하는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흑백논리에 갇혀 있을 때는

인사도 사과도 억지로 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두 개 만큼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아이 머리를 손으로 억지로 눌러가며 인사시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에게 '사과해!!'라고 소리지르며 강압적으로 사과시키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엄마의 체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자율성이다.


다만, 혹시라도 내가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인사도, 사과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해야한다'라는 마음보다는 

'인사'와 '사과'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엄마부터 이 두 가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부모이지만,

아이를 통해 나는 또 하루를 성장중인듯하다.

두 아이의 엄마라,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편견이라는 '틀', 판단 멈추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