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9장27절~
<눈 먼 두 사람을 고치시다>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길을 가시는데 눈먼 사람 둘이 따라오면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 집 안으로 들어가시나 그 눈먼이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예, 주님!"하고 대답하였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의 눈을 손대시며 이르셨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그러나 그들의 눈이 열렸다. 예수님께서는 "아무도 이 일을 알지 못하게 조심하여라."하고 단단히 이르셨다. 그러나 그들은 나가서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그 지방에 두루 퍼뜨렸다.
어제 스터디를 하면서 선생님들과 우연히 나누었던 성경의 한 부분이다.
"내가 그런 일일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라는 예수님의 물음을 들으면서
찰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믿으면, 너는 뭘로 증명해보일껀데?"
라는 마음의 소리.
그 마음의 소리를 되돌아 보면서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나 '믿음'과 같은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반대로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믿는다면',
상대는 나에게 그 마음에 대한 증거로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사랑한다면, 너는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만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야.'
'너가 나를 믿어준다면, '그럼에도' 너는 나를 지지해줘야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나를 믿어줘야지.'
믿어준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한채 성장했다.
또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것이 무엇인지
다 큰 성인이 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서도 알기가 참 어려였다.
그래서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을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증표, 증거를 찾아 헤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증명하듯이, 때론 부담스럽게, 또 때론 쌩뚱맞게 표현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얼마나 증명하듯 말했을까 싶어 부끄러움도 올라온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 자연스럽다는 것이 새삼 어렵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할 사랑과 믿음이라는 감정. 그 감각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늘 노심초사 관계를 맺고, 뒤늦은 후회를 한다.
사랑해주려 애쓰고, 믿어주려 애썼다. 비록 그 순간은 온전히 사랑해주지 못하고, 온맘 다해 믿어주지 못했지만,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어쩌면 '애쓴다' 말 자체가 이미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온맘 다해 믿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나의 고백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믿어주고 싶었고(특히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역으로 누군가가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그렇게 사랑해주길, 믿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믿어준다'는 것.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고, 어떤 불안이나 두려움 없이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 나는 아직도 가끔은 무엇인지 너무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며 깨달은 것 하나는, 사랑과 믿음은 내 본성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는 것. 만약 억지로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두려움안에서 주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런 일일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라는 예수님의 말에 힘껏 "네"라고 할 수 없는 이유도, 사실은 내 마음안에 두려움이 걷히지 못해서 그럴 뿐이라는 것.
아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한마디를 믿지 못한다 자책하지만, 사실은 내안의 불안과 두려움이 걷히지 못해서 믿을 수도, 온전히 사랑해 줄 수도 없는 것은 아니였을까?
믿지 못한다 자책하지말고,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고 자책하지 말고, 무엇이 이 자연스러운 '사랑'과 '믿음'이라는 감정을 막아서는지 살펴볼 일이다. 또, 사랑과 믿음의 증거를 찾고 싶은 마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에서도 자유로워져야 겠다. '해야한다'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나를 옥죄는 마음이기에. 그저 자연스럽게. 무얼 하지 않아도 되는 그 편안함 속에서 내 마음을 표현하고 머무르기를 선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