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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뜻지 Feb 15. 2023

학급 세우기

3월 첫날, 첫째 주의 가장 중요한 과업


1. 학급 비전 세우기

- 2023년, 새 학년 새 학급에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과 내가 바라는 우리 반의 모습을 키워드로 적는 활동.

- 교사가 본인의 것을 먼저 써서 예시로 보여주거나, 아이들의 발표를 통해서 키워드 예시를 공유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 좋다.

- 각각의 포스트잇에는 반드시 본인의 이름을 쓰도록 미리 안내한다.

- 모든 아이들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난 후에, 분류가 가능하다면 연관되는 키워드별로 유목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학급 아이들의 성향과 바람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는 학급 보상 등 학급 경영 계획을 세우는 데 기초자료가 된다.


                                  


- 아이들이 쓴 포스트잇을 모아서 뒷 게시판에 1년 동안 부착해 두었다. 첫날에 품었던 다짐과 함께 일 년 동안 이 교실 안에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아이들이 쓴 포스트잇은 종업식날 마지막 선물을 줄 때 함께 넣어주거나, 학급문집에 붙여서 되돌려주었다. 첫날에 품었던 다짐이 지켜졌는지를 물어보며, 다시 새 학년 새 학급에서 새로운 목표와 함께 시작하라는 덕담을 건네며.




2. 학급 규칙 세우기

- 학급 규칙 세우기는 생활 지도와 학생 상담의 기틀을 마련해 두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 특히, 교사가 미리 정해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만들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함께 만든 공통의 약속은 한 해 학급살이의 근간이 된다.

- 크게 네 가지 분야(아침시간, 수업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학교폭력예방)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받는다. 아이들 의견 취합은 패들렛을 활용하거나, 모둠별로 대형 포스트잇에 정리하도록 한다.

- 교사는 취합된 의견을 살펴보고, 중복되는 의견을 정리한다. 꼭 필요한 규칙이 빠진 경우와 학교 규칙과 상충되는 의견이 나올 때가 있다. 꼭 필요한 규칙은 추가하고, 상충되는 규칙은 삭제하되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주어야 한다.

- 큰 규칙 외에도, 학급 살이를 위해 필요한 소소한 규칙들이 많이 있다. 일단 아이들에게 먼저 묻고 꼭 필요한 규칙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눈다. 우선순위가 시급한 대표적인 규칙에는 ‘급식 먹는 순서’와 같은 것이 있다.


  모든 학급 규칙을 3월에 다 완벽하게 만들어 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3월에 정했던 규칙이 수정되거나, 새로운 규칙이 추가되는 상황은 늘 발생한다. 작년에 맡았던 아이들은 특히 공평한 줄 서기에 민감한 편이었다. '교실에서 전담실로 내려갈 때 어떤 순서로 줄을 설 것인가.', '그럼 교실로 다시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출석번호 순서대로 하면 여자가 늘 앞에 서는 경우가 많은데 불공평하다.' 등의 의견이 나와서 학급회의 시간을 활용해서 수정 보완하기도 했다. 2019년에 만난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두고 다툼이 많아서, 작은 회의를 여러 번 열어서 보드게임 놀이 규칙만 따로 만들기도 했다.


  올해 맡은 아이들의 성향과 이번 학년도의 상황은 모두 전년도와 다르다. '3월 학급 세우기'는 한해살이의 대원칙을 세운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지만 이것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우리의 교실은 소소하게 정해야 할 일들이 늘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며, 인류애를 의심케 하는 분란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애써 세워둔 원칙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학급 세우기는커녕, 학급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작년에 통했던 학급 규칙이 반드시 올해 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학급 세우기는 일 년 내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세우고 무너지고 또다시 세우며 사력을 다해 교실을 지키고 있는 동료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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