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 뒤집기는딱 한 번이다.
제가 20대 중반에 한,일 원스타 사모님 두 분을 수행해야 하는 의전업무를 할 때였습니다. 해당 부서 실무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는 다다익선이 도움이 될 거라 여기셨는지, 자신(대령)의 아내도 동행을 시키셨죠. 그리고 그 분은 두 장군 사모님들의 이야기가 끊기지 않게 장단을 잘 맞추시는 센스쟁이셨지요.
정해진 관광 일정을 화기애매한 분위기로 소화하다 점심시간이 됐습니다. 예약된 식당에 가니 메뉴가 한우 숯불 구이였습니다. 사모님들은 일정의 주인공이자 50대로 연장자이기도 하니, 제가 고기를 굽게 되었습니다. 석쇠가 있다고는 하나 직화구이니 타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고기를 열심히 뒤집었습니다.
그러자 대령 사모님이 본인이 굽겠노라 하시며, 고기는 한 번만 뒤집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네, 오늘 파전도 딱 한 번 뒤집겠습니다.
파전의 특성 상 토핑재료가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여러 번을 멀쩡하게 뒤집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재료가 이미 맛있는 맛, 뒤집기만 성공하면 됩니다!
자, 그럼 재료 깔고 한 번만 뒤집으면 완성되는 비쥬얼 성실한 해물파전 만들어 보겠습니다.
*부침가루에 간이 되어 있고, 해산물은 짭조름하기 때문에 별도의 간이 필요없습니다.
재료(28cm 후라이팬 기준 1장) : 부침가루 2국자, 쪽파 20 뿌리, 칵테일 새우 한 줌, 조갯살 한 줌, 오징어 한 줌, 달걀 1개
1. 부침가루 2국자에 물을 적당히 넣어 걸죽하게 흐르도록 반죽합니다.
2.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팬을 달굽니다. 가스레인지는 중불, 하이라이터는 부스터를 켜지 않고 8-9정도로 합니다.
반죽과 재료를 팬 위에서 태우지 않고 세팅하기 위해서 입니다.
팬 위 허공에 손을 올렸을 때 온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지면, 파를 먼저 펼쳐 올립니다.
파를 다 깔고난 후 반죽을 붓습니다.이때 반죽이 파를 전부 감싸도록 골고루 펼칩니다.
2. 파 사이 사이에 새우, 조갯살, 오징어살을 올립니다.
계란을 푼 뒤, 해산물을 파전에 부착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펼쳐 붓습니다.
* 이 상태로 아랫면을 한 번에 익힙니다. 불 조절에 자신이 없는 분은 중강불로, 식용유를 추가하면서 충분히 익힙니다.
아래 면이 익으면 반죽에 재료가 붙어서 익은 상태이기 때문에 뒤집기도 쉽습니다.
위에서 봤을 때 반죽이 익어 보이면, 가장자리에 뒤집개를 넣어서 일부만 살짝 들추어 보시면 아래쪽도 익었는지 육안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3. 뒤집어서도 기름을 추가하며 충분히 익힙니다.
마찬가지로 중간에 뒤집개 넣어 살짝 들추어 보시고 다 익었다 싶으면 접시에 담아 내는데, 뒤집는 과정에서 흩어진 해산물들을 원래 자리에 감쪽같이 올립니다.
간장+식초, 양파 샐러리 장아찌에 막걸리를 곁들어 보았습니다.
파의 결따라 찢어 먹어도 맛있지만, 전집처럼 바둑판 모양으로 잘라 보았습니다. 접시에 담은 채로 가위로 자르시길 권합니다. 도마로 갔다가, 접시로 오는 사이에 해산물들이 흩어질 거예요...
*야심한 밤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