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나를 반기는 자연

by 신성규

나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밝고 개방된 공간이 불편해서라기보단, 그 속에서 마주치는 대화가 너무 얕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나누는 말들은 겉돌고, 질문은 깊이를 잃는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사람들 속에서 고립된다. 육체는 함께 있어도, 정신은 혼자 떠 있다.


사고의 깊이라는 건 자랑할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삶을 구성하는 방식이라면, 어쩌면 고통의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 — ‘왜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말하는가’, ‘왜 이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는가’, ‘나는 지금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 이런 질문들이 일상의 대화에서는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나는 침묵한다.


그래서 나는 방 안에 남는다. 어두운 공간, 그곳은 나를 해치지 않는다. 질문을 멈추라고 다그치지 않고, 깊게 생각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자연도 그렇다. 바람과 나무는 말을 걸지 않지만, 묵묵히 곁에 있어준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은 드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존재할 것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관계보다 이해를 갈망하며, 침묵 속에서 더 많은 언어를 듣는 사람들.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은 드물고 귀하다.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다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어둠이 나를 보호하듯, 언젠가 어떤 존재가 나의 깊이를 존중해주기를.


그 전까지는, 이 어두운 방 안, 나를 환대해주는 자연과 함께, 조용히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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