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실패기

by 신성규

나는 기업 면접에서 자주 통과한다. 그건 내가 탁월해서라기보다는, 그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을 면접 자리에서 나 스스로 ‘구현해내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의 말투, 성향, 분위기를 빠르게 캐치하고 내 안에 반영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언제나 통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생산직군 면접에선 이상하게도 막힌다.


생산직군 면접에서는 기술적 문제에 대한 대화가 오간다. 나는 구조와 원리를 따지는 성향 탓에 너무 세부적으로, 너무 멀리 본다. 단순히 ‘공정의 이해’를 넘어,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전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말한다. 또 공부를 통해 생산 제품에 대한 설명을 전문적 수준으로 이야기한다. 나는 그게 진심이라 생각했지만, 종종 면접관의 표정이 굳는다.


“성규 씨는 너무 똑똑하신 것 같아요. 이 업무에 적응하실 수 있겠어요?”


“저라면 못할 것 같네요.”


나는 이 말을 곱씹는다. ‘똑똑하다’는 것이 왜 ‘부적합’의 언어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자격증이나 학위가 부족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구조를 파악했고, 공부했다. 하지만 학위 없이 똑똑하다는 건, 오히려 사회에서는 ‘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단순히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설명 없이 일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논리와 구조 속에서 안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오히려 조직 안에서 부적응자가 되어버린다.


지적이라는 이유로, 나는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학위가 없으면, 똑똑해서는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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