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고 느낀다. 분명히 나는 똑똑해지고 있는데, 생각에 빠지다 보면 밥은 식어 있고, 손은 데어 있다. 뜨거운 줄도 모르고, 시간을 잊은 채 생각에만 빠져든다. 그러다 시간이 훌쩍 지나있어 놀린다. 어쩌다 이런 얼빠진 상태가 되었을까. 나는 왜 사유의 세계에 들어가면 현실에서 자꾸 어긋나게 되는 걸까.
그럴 때마다 느낀다. 똑똑해지는 일은,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내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순간, 뇌는 오로지 그 한 줄기 사고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감각은 저만치 물러나 있고, 손끝의 뜨거움이나 입속의 온도는 뇌에서 처리할 여유가 없다. 결국 생각이 깊어질수록 나는 현실에 약해진다. 사유의 날카로움은 현실의 둔함으로 이어진다.
나는 때때로, 천재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떠올린다. 뭔가 대단한 걸 이야기하면서도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다니는 사람들, 중요한 논문을 쓰다가 깜빡 잊고 밥을 태운 사람들. 그런 이야기들이 이제는 나와 조금 더 가까이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천재는 멍청하다”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한다. 이는 실제로 신경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는데 창의성, 상상력, 통찰은 비현실적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지만, 반대로 현실의 자극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은 이런 현상을 ‘인지 자원의 재분배’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한정된 주의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복잡한 문제를 사고하는 순간 그 자원의 대부분이 전전두엽과 고차원 사고 네트워크에 몰린다. 동시에 신체 감각을 처리하는 회로는 뒷전으로 밀린다. 이성적 통찰이 생길수록 감각적 둔감함이 따라온다는 말이다. 어쩌면 창의성과 얼빠짐은 하나의 뇌에서 파생된 동전의 양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