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 천재성의 문

by 신성규

무아지경은 나를 잊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잊을 때 가장 나다웠다.

시간도, 공간도, 심지어 나라는 자각조차도 사라진 그 순간에

나는 가장 창조적이었고, 가장 살아 있었다.

신들린 경지. 그 순간 말이다.


사람들은 천재를 특출난 능력으로 정의하지만

나는 천재성을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능력으로 본다.

몰입이란 단어로는 부족하다.

이건 흡수다.

자기와 세계의 경계가 녹아드는 경험.


내가 나를 잊고,

세계가 나를 지나쳐 흘러가며,

나는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닌 현상 자체가 된다.

그 순간, 창조는 노력이 아니라 사건으로 일어난다.

그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문장 같고,

악보가 없는 음악 같고,

눈앞에서 솟구치는 이미지 같다.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일이야말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 일을 할 때 나는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배고픔도 잊고,

불안도 고요해진다.


그 일이야말로 내 존재의 답이다.

그곳에서 나는 설명하지 않고도 존재하고,

싸우지 않고도 증명되며,

흔들리지 않고도 살아진다.


나는 그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믿는다.

무아는 비어 있음이 아니라,

가득 차 있는 상태다.

자기를 벗어났을 때

비로소 자기다워지는,

기묘한 역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천재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예술은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