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은 나를 잊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잊을 때 가장 나다웠다.
시간도, 공간도, 심지어 나라는 자각조차도 사라진 그 순간에
나는 가장 창조적이었고, 가장 살아 있었다.
신들린 경지. 그 순간 말이다.
사람들은 천재를 특출난 능력으로 정의하지만
나는 천재성을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능력으로 본다.
몰입이란 단어로는 부족하다.
이건 흡수다.
자기와 세계의 경계가 녹아드는 경험.
내가 나를 잊고,
세계가 나를 지나쳐 흘러가며,
나는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닌 현상 자체가 된다.
그 순간, 창조는 노력이 아니라 사건으로 일어난다.
그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문장 같고,
악보가 없는 음악 같고,
눈앞에서 솟구치는 이미지 같다.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는 일이야말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 일을 할 때 나는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배고픔도 잊고,
불안도 고요해진다.
그 일이야말로 내 존재의 답이다.
그곳에서 나는 설명하지 않고도 존재하고,
싸우지 않고도 증명되며,
흔들리지 않고도 살아진다.
나는 그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믿는다.
무아는 비어 있음이 아니라,
가득 차 있는 상태다.
자기를 벗어났을 때
비로소 자기다워지는,
기묘한 역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