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

by 신성규

발끝이 차가워진다.

생각이 점점 깊어질수록, 나는 내 몸을 잃는다.

머릿속은 뜨겁게 회전하고 있는데, 정작 내 발은 얼음처럼 식어간다.


처음엔 그것이 이상했다.

몸이 아픈 건 아닐까, 혹시 피가 안 도는 건 아닐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건 단지 혈류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분배에 관한 일이었다.


생각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몰입은 나라는 자원을 한곳으로 모으는 일이다.

그때 내 안의 혈류는 뇌로 향한다.

논리를 세우고, 질문을 품고, 세계의 틈을 찾아나서는 뇌에게 피를 주기 위해

손과 발은 자신을 거두어 간다.


나는 생각하는 동안 점점 무감각해진다.

피부의 온기, 창밖의 소리, 내 몸의 경계.

모두가 점점 흐려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차가운 발끝이 나에게 진짜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내가 지금, 완전히 몰입해 있다는 증거.


세상은 따뜻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때로 진리를 향해 걷는 자는 발끝부터 얼어붙는다.

그 차가움은 생각의 깊이만큼 찾아온다.

그곳은 고독하지만, 나는 안다.

그 냉기의 자리에서야 비로소 나는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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