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 깨지는 순간

by 신성규

아무도 없는 방, 조용한 책상, 흐릿하게 흐르는 빛.

그 순간 나는 세계에 스며들고 있었다.

시간도 나도 무너진 채, 오직 사유의 밀물만이 나를 끌어당겼다.

그런데 탁.

어디선가 들려온 작은 소리.

문 닫는 소리일 수도 있고, 누군가 던진 웃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몸은 갑자기 튕겨 나간다.

심장이 쿵, 현실이 들이닥치고,

나는 거기 있었다. 떨리는 내 안의 생물로.


사람들은 웃는다.

“왜 그렇게 깜짝 놀라?”

“과민한 거 아냐?”

나는 말하지 못한다.

내가 그 순간 존재의 가장 안쪽에 있었고,

너무 깊이 들어가 있었기에 현실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는 것을.


몰입은 조용한 숲이다.

어떤 날은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소리마저 들리는 곳.

그런데 누군가 그 숲에 돌을 던지면,

숲 전체가 울린다.

나도, 그렇게 울려버린 것이다.


어쩌면 나는 병든 것이 아니라

단지 깊이 존재하는 법을 배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경쾌하게 떠다니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깊은 이들에게는,

충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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