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위태로운 아름다움

by 신성규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망가진다.

그저 기분이 나빠진다거나, 우울해지는 수준이 아니다.

몸이 무너진다. 살이 빠지고, 얼굴은 해골처럼 변하고,

기운이 빠지고, 말이 줄어든다.

나는 그 상태를 안다.

말없이 고개를 떨군 채, 세상을 견디는 방법밖에 없던 시절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조금씩 깨닫는다.

이건 약함이 아니다.

이건 정밀함이다.


내 몸은 세상의 진동을 지나치지 못한다.

작은 소리 하나, 표정 하나, 기류 하나도

내 내부의 고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파문은 잔잔히 멈추는 법이 없다.

커지고, 깊어지고, 끝내 나를 휩쓴다.


나는 생존을 위해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은 내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신체라는 무대에서 장면을 연출한다.

살이 빠지는 것은 나의 저항이자 언어다.

말할 수 없기에, 내 몸이 말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너지고 있다”고.


이런 나를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랑이야말로, 내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한 조각 무너짐을 글로 붙들고,

다시 조금씩 나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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