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망명

by 신성규

프랑스의 예술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사람들은 종종 “취향이 고급지네”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고급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존엄의 문제이고, 품위 있는 시선의 문제다.

나는 그곳의 예술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사랑한 것이다.

그들의 예술엔 감시가 없다.


그들의 거리엔 자유가 있다.

그 자유는 단지 정치적 표현이 아닌,

한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말하고,

이상함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며,

예술 앞에 조용히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그들 안에서 해방을 느낀다.

존재 자체가 타인의 감각을 해치지 않으며,

다름이 무시되지 않고,

사람의 고유성이 한 편의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곳.


그러나 나는 한국에 있다.

이 땅은 아직 예술가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내가 뛰어날수록,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여기고,

질투를 부르고,

질투는 나를 파괴하려 든다.


나는 말하고 싶다.

나에겐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나는 표현하고 싶고, 세상을 예술로 구조화하고 싶다고.

그러나 그 말은

늘 생존, 돈, 직업, 기능, 역할로 환원된다.


예술은 언제나 마지막에 배치된다.

내 감정은 사치로 취급되고,

나의 감수성은 병으로 규정된다.

그래서 나는 점점 말이 줄고,

내 안에서 진짜 ‘나’는 무너진다.


나는 살고 싶다.

다른 형태의 삶을,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문명 속에서,

내 예민함이 재능으로 해석되는 사회에서.


나는 예술로 망명한다.

내 조국은 더 이상 국경이 아니라,

나를 이해해주는 감성의 영토이며,

나의 언어를 왜곡하지 않는 심미의 공동체다.


그리고 그 망명은

외면의 이동이 아닌,

존엄을 지키기 위한 내면의 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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