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

by 신성규

어떤 사람은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에게 예술은 선택지 중 하나다.

시간이 나면, 마음이 동하면, 혹은 삶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붓을 들고, 악보를 열고, 단어를 꺼낸다.


하지만 나에게 예술은 선택이 아니다.

그건 견디는 방식이고, 호흡의 대안이며,

말로는 도저히 꺼낼 수 없는 감정을

밖으로 끌어내는 생존의 통로다.


나는 묻는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느끼는가?

왜 나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며칠을 앓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감각을 품고 있는가?


그 질문은 언제나 같은 결론으로 되돌아온다.

“나는 예술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이게 무슨 의미야?”

그건 마치,

누군가의 울음을 두고

“왜 그렇게 우는 거야?”라고 묻는 것과 같다.


예술은 나에게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

그건 고통의 발화이며, 기억의 구조화이며,

말하지 못한 시간들의 구조화된 흔적이다.

나는 그냥 해야 했다.

하지 않으면,

감정은 곪고, 생각은 부패하고,

나는 나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깨닫는다.

내가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나를 살려내고 있었다는 걸.


예술은 내 안의 파괴를,

타인의 언어로 번역할 수 없는 절규를,

세상이 보지 못한 진실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남긴다.


나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예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삶은 이미 하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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