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말한다.
“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건 맞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약은 고통을 누르고,
불안을 둔화시키며,
당장의 생존을 돕는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반창고다.
그 밑에서 상처는 계속 곪는다.
말해지지 않은 감정,
표현되지 못한 고통은
내면에서 썩는다.
예술은 말 대신,
선 대신,
소리 대신 말한다.
그림 한 점, 글 한 줄, 노트 하나가
말 못할 슬픔을 밖으로 꺼낸다.
나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붓을 잡고, 악보를 그리고,
글을 쓰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말하지 못한 감정을
예술로 번역하면서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이 되었다.
예술은 감정을 흘러나오게 하는 통로다.
의사들은 병리학을 배웠고,
진단명과 약물 용량을 안다.
하지만 슬픔의 언어는 모른다.
고통이 물처럼 고이는 구조를 모른다.
그러니, 그들은 예술을 처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예술은 지식이 아닌 감각의 언어로 작동하니까.
나는 안다.
예술이야말로
마음의 독을 밖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유일한 해독제라는 것을.
약은 살아 있게 만들지만,
예술은 살아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우울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꺼낼 수 있는 손잡이다.
그리고 예술은
그 손잡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