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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Jul 19. 2024

[소글 수업 일지]질문은 훌륭할 필요가 없어요

24년 6월 4주차 수업 일지

“내 질문이 이상하거나 엉뚱하게 느껴지더라도, 개의치 말고 질문을 제게 해주세요. 

소글에서 수강생의 질문은 올바르고 정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질문은 우리의 생각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요. 질문에 답하고 그 답에 다시 질문하는 ‘과정’을 즐겨보세요. 

배움의 즐거움은 그 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글쓰기의 요체예요!”


수강생 분들께 돌려드리는 첨삭지에 이 말을 자주 쓰곤 해요. 일대일 화상수업에서, 또는 이메일을 통해 오가는 첨삭지에서 자주 이 말을 반복해 쓰곤 합니다.


저도 질문이 여전히, 아마도 평생 주저되거든요. 

"학교 가서 떠들지 말고 말 잘 들어라." "가만히 있음 중간은 가지." "뭘 그렇게 따지고 묻니?" 란 말을 듣고 자란 세대라 그런가 봐요:) 

질문을 하려다가도, 그것도 모르니, 남들은 다 아는데, 뭐 그런 걸 질문해? 라는 말을 들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답니다.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멈추지 마세요!’ 란 말을 하면서, 저도 저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주 수업일지입니다. 


-일대일 화상수업과 필사반, 두 가지를 모두 열정적으로 해 나가시는 모습! 목표에 대한 스트레스 대신, 글쓰기를 유희 그 자체로 충만하게 즐기시는 모습, 글쓰기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된답니다. 이번주에 우리가 스카이프로 만나 대화하면서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의 말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시간관계상 직접 해드리지 못한 말을 여기에 씁니다.


“삶은—아름다움뿐만 아니라—즐거움, 재미, 놀이로 변모할 수 있어요. 그저 따분하기만 할 뿐인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거예요. 부담이 되는 상황 속에서도 재미를 찾아내고요. 언제든 무언가를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어요. 이건 나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일종의 보호 장치예요. 살아가다 보면 큰 불행, 큰 고통이 찾아와요. 하지만 저는 보호를 받아요. 심지어 제 곁을 영영 떠난 이들조차 저를 보호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제겐 불평할 자격이 조금도 없죠.”


-소글 정규반 최장기 수강생! 덕분에 00님을 위해서 매주 새롭게 강의안을 만들고 있어요. 00님을 위해 만든 강의안이 아마 다음 최장기 수강생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지지난 주 00님의 과제를 보고 그 고민에 도움될 글을 찾다가 책 <빠르게 실패하기> 를 발견했어요. 강의안을 받고나서 그 책을 구입하셨다고 하셔서, 정말 뿌듯했답니다.


-00님의 꾸준한 글쓰기를 보면서, 우리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집중할 에너지를 만들지 않아서다, 란 생각이 들어요. 아마 누구보다 분주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텐데도, 단 15분이라도 단 25분이라도 어떻게든 글을 써서 보내주시는 모습이 저에게도 큰 힘이 된답니다. 이 시절이 지나고 나면, ‘다 잊어버렸네!’ 싶은 순간에 소글 과제들을 보면 거기에 기억이 있을 거예요. 제가 그렇더라고요! ‘이걸 내가 썼다구!’ 싶거든요. 하하.


-왕초보반은 제가 가장 먼저 첨삭하는 과제입니다. 왕초보반 특유의 푸릇푸릇 신선한 에너지가 너무 좋거든요. 실타래가 슬슬 풀려가듯, 본인이 원래 지녔을 글쓰기의 개성, 장점이 매주 풀려나오는 걸 보면 마법 같아요.


-00님의 글은 차분함과 절제의 힘이 매력적이에요. 마음이 많이 아픈 사건에 대해 쓰더라도, 분노하게 되는 일에 쓰더라도 내 인생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조용한 응시를 하시네요. 한 주 한 주 써나가는 동안, 00님이 변화하는 게 보여요. 시니어라고 성장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래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어떻게든 변화해요. 그리고 글쓰기 속에서 변화할 때, 그 변화는 분명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이번 주에는 직면하기 어려운 글 주제였죠? 의외로 글이 굉장히 담담한데, 이 태도는 매력적이지만 이 사건들에 대한 감정은 정확한 단어로 들어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동안 00님의 글을 읽어온 바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면, 00님은 바늘처럼 콕 찔러서 쓸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수업 시간에 이 내용에 대해 짚어본 것을 바탕으로 좀더 감정을 글에 표현해도 된다고 봅니다.


-일대일 수업에서 얼마나 즐거웠던지! 하나 하나의 배움을 맑고 반듯한 마음으로 흡수하는 게 보여서,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에너지가 슉슉! 앞으로는 내 글에 대해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힘을 길러보아요. 글로 잘 안나오면, 말로 중얼중얼 해봐도 도움이 된답니다. 예컨대 ‘단락이 너무 긴가? 이렇게 나누는 게 맞나?’ ‘여기에 이 단어를 넣는 게 맞아?’ ‘대화가 이렇게 길게 들어가도 되나?’ 이런 고민을 과제에 표시해서 주세요. 제가 답을 드릴게요.


-우리가 이번달에 읽어가는 책이 00님에게 슬픈 감정을 준다고 말해주셨어요. 맞아요. 나와 사회에 대해 선명하게 알아가는 건 때로 몹시 슬퍼지는 일이에요. 때로는, 다 모른 척하고, 꺼내보지 않고 싶어요. 그리고 많이 피로할 때는 좀 쉬고, 좀 딴청도 피우고, 과제도 좀 대충 내고…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도 어떤 이슈에 대해 쓸지 말지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정기간 동안 하지 않은 적이 많아요. 그런데 긴 기간에 걸쳐 제 컨디션을 관찰해 봤어요. 결과는 의외였어요. 사회 속에서의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고 고찰하는 게 저에겐 긍정적이었어요. 쓰고 말하는 동안, 그 순간과 이후 몇 시간은 위축되고 분노하기도 해서 에너지가 더 적어지기도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제 삶의 방향 잡기와 기분관리에 도움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통제를 되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말하고, 계속 씁니다.




온라인 글쓰기 강의 소글은 일대일 맞춤 첨삭으로 진행됩니다. 

소글 정규 강의는 매달 오픈 됩니다:) 

블로그: blog.naver.com/purplewater

인스타그램: @sogeul_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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