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6월 4주차 수업 일지
“내 질문이 이상하거나 엉뚱하게 느껴지더라도, 개의치 말고 질문을 제게 해주세요.
소글에서 수강생의 질문은 올바르고 정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질문은 우리의 생각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요. 질문에 답하고 그 답에 다시 질문하는 ‘과정’을 즐겨보세요.
배움의 즐거움은 그 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글쓰기의 요체예요!”
수강생 분들께 돌려드리는 첨삭지에 이 말을 자주 쓰곤 해요. 일대일 화상수업에서, 또는 이메일을 통해 오가는 첨삭지에서 자주 이 말을 반복해 쓰곤 합니다.
저도 질문이 여전히, 아마도 평생 주저되거든요.
"학교 가서 떠들지 말고 말 잘 들어라." "가만히 있음 중간은 가지." "뭘 그렇게 따지고 묻니?" 란 말을 듣고 자란 세대라 그런가 봐요:)
질문을 하려다가도, 그것도 모르니, 남들은 다 아는데, 뭐 그런 걸 질문해? 라는 말을 들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답니다.
그래서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멈추지 마세요!’ 란 말을 하면서, 저도 저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주 수업일지입니다.
-일대일 화상수업과 필사반, 두 가지를 모두 열정적으로 해 나가시는 모습! 목표에 대한 스트레스 대신, 글쓰기를 유희 그 자체로 충만하게 즐기시는 모습, 글쓰기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된답니다. 이번주에 우리가 스카이프로 만나 대화하면서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의 말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시간관계상 직접 해드리지 못한 말을 여기에 씁니다.
“삶은—아름다움뿐만 아니라—즐거움, 재미, 놀이로 변모할 수 있어요. 그저 따분하기만 할 뿐인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거예요. 부담이 되는 상황 속에서도 재미를 찾아내고요. 언제든 무언가를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어요. 이건 나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일종의 보호 장치예요. 살아가다 보면 큰 불행, 큰 고통이 찾아와요. 하지만 저는 보호를 받아요. 심지어 제 곁을 영영 떠난 이들조차 저를 보호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제겐 불평할 자격이 조금도 없죠.”
-소글 정규반 최장기 수강생! 덕분에 00님을 위해서 매주 새롭게 강의안을 만들고 있어요. 00님을 위해 만든 강의안이 아마 다음 최장기 수강생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지지난 주 00님의 과제를 보고 그 고민에 도움될 글을 찾다가 책 <빠르게 실패하기> 를 발견했어요. 강의안을 받고나서 그 책을 구입하셨다고 하셔서, 정말 뿌듯했답니다.
-00님의 꾸준한 글쓰기를 보면서, 우리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집중할 에너지를 만들지 않아서다, 란 생각이 들어요. 아마 누구보다 분주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텐데도, 단 15분이라도 단 25분이라도 어떻게든 글을 써서 보내주시는 모습이 저에게도 큰 힘이 된답니다. 이 시절이 지나고 나면, ‘다 잊어버렸네!’ 싶은 순간에 소글 과제들을 보면 거기에 기억이 있을 거예요. 제가 그렇더라고요! ‘이걸 내가 썼다구!’ 싶거든요. 하하.
-왕초보반은 제가 가장 먼저 첨삭하는 과제입니다. 왕초보반 특유의 푸릇푸릇 신선한 에너지가 너무 좋거든요. 실타래가 슬슬 풀려가듯, 본인이 원래 지녔을 글쓰기의 개성, 장점이 매주 풀려나오는 걸 보면 마법 같아요.
-00님의 글은 차분함과 절제의 힘이 매력적이에요. 마음이 많이 아픈 사건에 대해 쓰더라도, 분노하게 되는 일에 쓰더라도 내 인생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조용한 응시를 하시네요. 한 주 한 주 써나가는 동안, 00님이 변화하는 게 보여요. 시니어라고 성장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래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어떻게든 변화해요. 그리고 글쓰기 속에서 변화할 때, 그 변화는 분명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이번 주에는 직면하기 어려운 글 주제였죠? 의외로 글이 굉장히 담담한데, 이 태도는 매력적이지만 이 사건들에 대한 감정은 정확한 단어로 들어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동안 00님의 글을 읽어온 바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면, 00님은 바늘처럼 콕 찔러서 쓸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수업 시간에 이 내용에 대해 짚어본 것을 바탕으로 좀더 감정을 글에 표현해도 된다고 봅니다.
-일대일 수업에서 얼마나 즐거웠던지! 하나 하나의 배움을 맑고 반듯한 마음으로 흡수하는 게 보여서,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에너지가 슉슉! 앞으로는 내 글에 대해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힘을 길러보아요. 글로 잘 안나오면, 말로 중얼중얼 해봐도 도움이 된답니다. 예컨대 ‘단락이 너무 긴가? 이렇게 나누는 게 맞나?’ ‘여기에 이 단어를 넣는 게 맞아?’ ‘대화가 이렇게 길게 들어가도 되나?’ 이런 고민을 과제에 표시해서 주세요. 제가 답을 드릴게요.
-우리가 이번달에 읽어가는 책이 00님에게 슬픈 감정을 준다고 말해주셨어요. 맞아요. 나와 사회에 대해 선명하게 알아가는 건 때로 몹시 슬퍼지는 일이에요. 때로는, 다 모른 척하고, 꺼내보지 않고 싶어요. 그리고 많이 피로할 때는 좀 쉬고, 좀 딴청도 피우고, 과제도 좀 대충 내고…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도 어떤 이슈에 대해 쓸지 말지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정기간 동안 하지 않은 적이 많아요. 그런데 긴 기간에 걸쳐 제 컨디션을 관찰해 봤어요. 결과는 의외였어요. 사회 속에서의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보고 고찰하는 게 저에겐 긍정적이었어요. 쓰고 말하는 동안, 그 순간과 이후 몇 시간은 위축되고 분노하기도 해서 에너지가 더 적어지기도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제 삶의 방향 잡기와 기분관리에 도움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통제를 되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말하고, 계속 씁니다.
온라인 글쓰기 강의 소글은 일대일 맞춤 첨삭으로 진행됩니다.
소글 정규 강의는 매달 오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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