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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소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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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정원 Apr 13. 2024

영혼의 집


1

사람들은 내가 듣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리는 들을 수 있었고 그 소리는 작은 알갱이로 바뀌어 귓속을 태웠기에 얼른 그 돌들을 꺼내어 빙하에 던져버려야 했다. 나는 숱하게 타이밍을 놓쳤고 한쪽 귀를 잃었다.


정작 들어야 할 소리를 듣는 자들은 달궈진 돌멩이를 누구에게도 던지지 않고 가슴 아래쪽에서 빛나는 소리의 홀(Hole)을 돌보는 것에 집중했다. 소리의 홀은 흰 돌이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서 어떤 소리를 듣는 것인가. 한 번도 듣지 못한 자는 상상할 수 없었다.              


 

2

나는 한쪽 귀가 작은 주먹처럼 뭉그러진 채 절뚝거렸다. 내일이면 또 한 번 심판대에 서는 날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돌산에 세웠고 빙하에 던져버려야 할 뜨거운 돌들을 던졌다.     


그 밤 나는 차라리 죽기로 하고 깊은 빙하 속으로 뛰어들었다.               



3

아주 길고 시린 블루를 통과하는 꿈을 꾸었다.               



4

빙하의 푸른 물이 일렁이며 하늘에 떠있었다. 그 물을 통과해 들어오는 맑은 햇살을 받으며 울창한 숲에 떨어졌다. 빙하를 통과하면서 나머지 귀마저 소라 모양으로 뭉그러져 작은 구멍으로 미세한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한밤에 수풀이 흔들렸다. 무엇도 나를 해치러 나타나지 않았다. 서쪽으로 걸어가면 실개천이 흘렀다. 두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숲밖에서 이는 진동이었고 여기는 안전하다는 걸 알았을 때 맨몸으로 숲을 뛰어다녔다.     


숲 중앙에 내가 살 집을 지었다. 죽음 전에도 혼자였으므로 푸른 숲의 고독이 나았다. 빙하를 머리 위에 두고 있다는 게 좋았다. 이 숲은 빙하의 물이 하늘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며 태어난 것이었다.               



5

동쪽 숲에서 붉은 열매를 따고 돌아온 날, 숲 속 집에 작은 생명체들이 내려앉아 재잘거리고 있었다. 작은 생명체들이 내는 미세한 웃음소리만이 작은 구멍을 남긴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밖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다가가도 그들은 놀라지 않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나의 집으로 찾아왔다.


푸른 여명이 시작되려던 새벽, 평소와 다른 열감에 깨어났다. 가슴 아래쪽에 하얀 소리의 홀이 생겨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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