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을짓다 Jan 04. 2023

성공담 말고, 과정을 공유하고 있나요?

당신은 기록하는 사람인가요?

천천히 슬로우 슬로우, 일요모닝독서클럽은 무사히 3회 차를 맞이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일요일 아침에 모여  관련도서를 윤독하는 모임.

인디펜던트 워커라는 책을 읽어나가고 있는 중인데, 이번 회차는 무과수님의 레퍼런스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을 쓸 당시의 무과수님은 오늘의 집이라는 인테리어 앱회사에서 콘텐츠/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나는 무과수님을 잘 몰랐지만 무과수님은 자신의 기록을 잘 남기는 사람이었고, 그것들이 모여 ‘무과수가 더욱 무과수답게 깊어지는’ 과정을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그 개인의 기록이 SNS에서 대중들에게 또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어필했고, 그것이 사람들이 무과수님을 찾는 이유가 되었으며 회사에서의 업무에도 무과수라는 개인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어나가며 다양한 질문이 오갔는데, 그중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 날의 주제였다.


무과수님이 처음 입사했던 직장을 옮겼던 큰 이유 중 하나가 탑다운 방식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였다고 한다. 이후 바텀업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로 옮기게 되었고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무과수라는 개인 역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교직에 있을 때 나는 분명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오롯이 개인으로서 한 시도들이 많았지 그것을 학교에서 이어나가는 방식으로는 가져가지 못했다. 나는 그래서 내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 글을 읽다 보니 얼마큼 열린 조직에서 일하느냐도 중요한 요소 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톱다운 방식 vs 바텀업 방식,
어떤 방식이 여러분의 일하는 스타일과 더 잘 맞나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물론 바텀업 방식이다. 아래에서부터 하나하나 내가 만들며 나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숲을 보는 정도의 큰 지시는 필요하겠으나 너무 정형화되어있어 형식이나 틀에 나를 맞춰야 하는 톱다운 방식은 내게 잘 맞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자유도가 낮기 때문에 내 맘대로 이것저것 주체적으로 시도해보기가 어렵다. 학교를 그만두어야겠다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도 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돌아오는 부정적인 피드백 때문이었으니 나는 확실히 바텀업 방식을 선호한다.


다들 주도적인 여성들이라 나는 모두가 바텀업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두 사람의 답변에서 나는 조금 놀랐다.


디자이너인 Y는 탑다운 방식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바텀업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면 좋으나 디자인은 의뢰하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하기에 어떤 제한적인 선, 의뢰인의 취향이나 주문 같은 것 안에서 해야 할 때가 많아서 탑다운 방식도 이제는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는 역시나 바텀업을 선호한다고도 했다.


내 기준 무척 신여성인 D 역시 탑다운 방식을 편안하게 느낀다고 했다. 학창 시절부터 ‘시키는 것을 잘하는 애’였던 D는 보수적인 집단에서 일했었기에 주도적으로 자신이 바닥에서부터 무언가를 만들어 낸 경험이 적다고 했다. 주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혼란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누군가가 시키면 그걸 그대로 하면 되는데, 그 기준이 없어지니까 어떻게 일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외부로부터의 동기가 항상 컸기에, 내적 동기를 느껴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했다.


바텀업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과 탑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 두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한다고 해서 더 좋고 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선호하는 방식을 알고 있을 때 내가 있어야 할 환경을 선택하는 것이 조금 더 쉬워진다. 나는 그래서 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기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무과수님은 자신의 강점으로 트렌드를 먼저 캐치해서 기록을 남긴 것을 꼽았다. 그 트렌드를 캐치한 것은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특정한 시점에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나중에 돌아보니 운이 좋게 트렌드였다고 한다. 그걸 조금 앞서 기록했기에 해당 분야에서 의견이 필요한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해당분야의 일로 연결되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 운이 좋게 트렌드이기만 한 건 아니었을 거다. 무과수라는 사람의 감 같은 것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여기서 주목한 것은 기록이었다. 우리 셋 모두 현재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모임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SNS에 공유했을 때 좋은 기회로 이어진 적이 몇 번 있었다. 전자책 플랫폼에서 전자책 제작 제안을 받기도 했고, 스마트폰 영상제작 강의를 제안받기도 했다. 두 건은 모두 거절했으나,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네이버 엑스퍼트의 전문가 섭외나 기업 노션 강의 요청 등은 기꺼이 수락해 경험을 쌓고 그 경험 역시 기록해나가고 있다.


기록을 지속적으로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과수님은 가볍게 기록하려고 노력했고, 목표나 목적이 없어서 오랜 시간 같은 얘기를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과연…”하고 생각했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n년 전 오늘’이라는 주제로 전에 기록한 포스팅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그 기능을 통해서 나는 ‘14년 전 오늘’과 같은 기록을 종종 마주할 때면 ‘나는 정말 오래전부터 내 이야기를 기록해 왔구나, 나는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하고 느낀다.


내가 기록을 14년, 그 이상 지속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가볍게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가끔 기록이 힘들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너무 힘을 주고 기록했기 때문은 아닌가 스스로를 돌아본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