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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지은이 Jan 14. 2020

내 나이에 대한 객관적 시선

코스모폴리탄 vs 여성조선

미용실에 자주 간다.

이사 온 후엔 딱히 단골집도 없어서 여기저기 간다.


어디를 가든 펌을 할 때면 늘 듣는 말이 있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잡지 드릴까요?"

그러면 나도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네, 따뜻한 커피 주세요"


작은 나무 쟁반에 커피음료와 간단한 쿠키가 들려있다. 쿠션과 함께 내 무릎에 놓여지는 잡지.




4-5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 때면 20대와 30대의 경계 쯤 였던 듯다. 당시 용실에서 내가 받은 잡지는 "여성조선"이었다.


청.천.벽 력

얼굴이 벌개졌고 그 후엔 머리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관심이 1도 없었다. 내 머릿속은 온통 '왜? 내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보이나?' 기가 차다는 태도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해댔다.


"아니, 그 여자는 그렇게 센스가 없나? 여성조선 볼 나이 같아 보여도 보그를 갖다 줘야 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작년 가을 쯤.

어느 미용실에선가 또 한 번 여성조선을 건내주었다. 나이가 든걸까? 여유가 생긴걸까.


별 생각없이 표지를 열고 한장 한장 넘겨봤다. 패션잡지보다 많은 컨텐츠에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날은 집에 돌아오며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여성조선 읽을 때도 됐지 뭐'


겨울, 다시 한 번 미용실을 찾았다.

"잡지 좀 드릴까요?"

"네, 고맙습니다"

내 무릎엔 코스모폴리탄이 놓여있었다. 그게 뭐라고 머리도 맘에 들고, 종일 기분이 괜찮았다.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 그렇지만 무시할 수 다는 것도 잘 알기에. 점점 나이 듦이 어딘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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