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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꼬비 Sep 25. 2019

상큼함이 터진다!

모시


여름 필수템, 개구리가방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어제 센트럴 마켓에서 봤던 개구리 모양의 가방이 눈앞에 계속 아른거렸다. 이미 돈을 많이 썼으니까 사지 말기로 단념했다. 그런데 어쩌지? 오늘도 계속 갖고 싶네!    

 

“얘들아, 혹시 센트럴마켓 다시 한 번 가도 될까?”

텍스타일 뮤지엄에서 나와 친구들의 양해를 구했다. 어제 내가 개구리 가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던 걸 알았던 친구들은 “그래, 이럴 때 안 사면 후회한다!” 며 함께 센트럴 마켓에 가주었다.     


오늘 나의 목표는 단 하나, 개구리 가방. 어제처럼 센트럴 마켓을 배회하지 않고 곧장 가게로 직진이다. 가게 아주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빵 터지셨다. 어제 구매를 망설였던 애가 결국 돌아왔기 때문에. 네, 맞아요. 결국엔 돌아왔어요.     


개구리가방은 나와 아주 잘 어울렸다. 비록 아이들이 매는 코너에 있는 가방이었지만, 패션에 나이는 상관없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개구리가방을 꿋꿋이 메고 다녔더니 친구들이 귀엽다며 부러워했다. 후훗, 역시 사길 잘했어. 올 여름 잇 아이템은, 개구리가방이다!

(이렇게 쇼핑을 많이 하다 나중에 흣쨔에게 돈을 꾸는 신세가 되었다는 건 안 비밀)                         


 

한국에서도 잘 매고 다닙니당!


                     




과일 전도사, 과일가게 아주머니              

센트럴마켓에서 나온 우리는 과일을 사서 숙소에 가기로 했다. 거리에 과일을 파는 노점상인들이 몇 분 있었다. 주춤주춤 과일가게 앞으로 다가갔다. 잔뜩 털이 나 있는 과일도 있고, 냄새 고약한 두리안도 있었다.

“전부 낯선 과일이네, 뭘 고르지?”

머뭇거리는 우리에게 과일장수 아주머니는 보라색 과일 하나를 보여주셨다.

"It is 망고스틴."       


처음 보는 과일에 살짝 경계를 하며 우선 망고스틴을 요리조리 돌려 보았다. 크기는 주먹보다 좀 작고 껍질은 보라색인 과일. 손톱으로 살짝 찍어보니 보라색 즙이 묻어나왔다. 과육도 보라색일까?     


잔뜩 관찰하고만 있자, 아주머니가 손으로 과일 가운데를 갈라 주신다. 보라색 껍질 안에는 하얀색 과육이 들어 있었다. ‘에게, 겨우 요만해?’ 귤보다도 더 작은 과육에 실망하려던 찰나, 아주머니가 얼른 먹어보라고 손짓했다. 감사한 마음 반, 어리둥절한 마음 반으로 망고스틴을 먹었는데...     

“빠,빠 빨간 맛이야!”

여름 그 맛을 느껴버렸다.      




아주머니가 망고스틴 하나를 공짜로 맛보게 해주신 덕분에 그 맛을 알아버린 우리는, 망고스틴 한 봉지와 망고, 리치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맛있는 건 아껴 먹자는 생각으로 망고스틴을 제일 마지막에 먹기로 정한 후, 우선 망고부터 먹었다. 망고는 한국에서도 먹어봤으니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익숙한 맛이겠거니’ 하고 베어 물었는데, 웬걸, 한국에서 먹는 망고랑 차원이 달랐다.     

“뭐야, 왜 이렇게 달아!”

“우와, 대박이다!”


물렁물렁해서 껍질만 예쁘게 벗겨내기가 힘들다고 투덜거렸던 참이다. 손에 과즙이 다 묻은 채로 집어 먹으니 끈적끈적 찝찝했다. 하지만 망고를 한 입 먹어보자 엉망진창 된 손 따위는 이제 안중에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망고는 한국에 싸가서 부모님과 함께 먹고 싶은 맛이었다. 당장 한국으로 달려가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었다. “엄마, 아빠! 이게 진짜 현지의 망고 맛이래요!”     


“얘들아, 정신 차려. 우리 아직 과일이 많이 남았어.”

선호가 말하자 정신이 확 돌아왔다. 맞아.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 망고를 산산조각 내버린 우리는 다음으로 리치를 깠다. 빨간 껍질 사이로 손톱을 콱 넣으니 껍질이 열리면서 하얀색 과육이 드러났다. 후루룩, 과즙과 함께 알맹이를 입에 넣었다. 하얗고 투명한 맛에 머리까지 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앞에 먹었던 망고가 단 맛으로 가득 찼다면, 리치는 조화로움이다. 과즙의 투명함과 과육이 씹히는 그 조화. 망고가 쾌락이라면 리치는 고요한 숲 속에서 마시는 한 모금의 생명수 같았다.     


리치
* 참고: 리치, 람부탄, 마타쿠칭(용안) 등에 포함된 아미노산의 일종인히포글리신과 MCPG(methylene cyclopropylglycine) 성분은 저혈당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빈속에 먹지 말고, 적당량만 섭취하자. 한 기사에 따르면 성인은 10개 이상, 어린이는 5개 이상 먹지 말라고 한다.     


“빨리, 다음, 다음!”

푸드파이터가 아닌 과일파이터 모드로 변한 우리는 마지막으로 망고스틴만 남겨 두었다.  

“무슨 맛이었더라?”

가게에서는 조그마한 과일을 셋이 나눠 먹느라 그 맛이 정확히 기억나지않았다.

“망고스틴이니까, 망고랑 비슷한 맛이었던가?”

“그건 아니었어. 아예 다른 맛이야. 다시 한 번 먹어보자.”     


꼴깍, 그렇게 망고스틴을 맛보고선 지난 21년간 내가 먹었던 과일이 허무해졌다. 보통 과일은 한 가지 맛이 제일 또렷하기 마련이다. 키위를 먹을 땐 신 맛을 기대하게 되고, 망고는 단 맛을 예상하고선 먹는다. 하지만 망고스틴은 담고 있는 맛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어떤 한 가지만 기대할 수가 없다. 파인애플처럼 새콤한데, 그 새콤함을 향으로 풀어낸 듯한 맛이 난다. 망고처럼 달콤한데, 강한 단 맛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단 맛이다. 리치처럼 물기가 있으면서도 단순한 과즙이 아니라 과육과 밀착된 과즙을 품고 있다.      


“얘들아, 나 너무 충격이야.”

“나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동남아에 가본다면, 꼭 먹어보시라, 망고스틴. 신이 실수로 인간계에 과일 하나를 떨어뜨렸다면, 그건 망고스틴이다.                                             


어나더레벨, 망고스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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