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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꼬비 Aug 21. 2019

호기심 가득! 잘란알로 야시장 (1)

모시



'그랩'은 처음이지?


숙소에 짐을 둔 후, 야시장에 가기로 했다. 숙소 앞에서 '그랩'이라는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그랩은 말레이시아에서 활발히 사용하는 택시 앱이다. 한국에 있는 카카오 택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정식 택시 운전사가 아닌 일반 승용차를 가진 차주가 그랩이라는 앱에 등록해 택시운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카카오 택시와 다르다. 여행 내내 이동할 때 그랩을 주로 탔는데,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차를 탈 수 있어 재미가 쏠쏠했다.


10분쯤 기다렸을까. 택시가 왔다. 기사님은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셨다. "한국이요!"라고 대답하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야기가 시작됐다. (여행 당시는 러시아 월드컵 직후였기 때문이다.) "한국이 독일에 3:2로 이겨서 재미있었어요. 피파랭킹 1위인 독일을 이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외국인과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더군다나 한국 경기를 재미있게 봤다는 얘기를 들으니 신이 났다. 월드컵이 국제 경기이긴 하지만, 6시간을 날아온 땅에서 같은 경기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니. 여기가 바로 쿠알라룸푸르, 국제도시인가! 잔뜩 흥분한 나는 내친김에 프리미어 리그(영국 리그) 이야기도 도전해봤다. 아, 아쉽게도 기사님은 나와 응원하는 팀이 달랐지만 우리는 손흥민 선수로 대동 단결해서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갈 수 있었다.    


신났던 차 안의 분위기와 달리 길은 꽉 막혔다. 분명 숙소와 잘란알로 시장은 가깝다고 했는데....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차로 20분 이내에 도착할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는 1시간을 타고도 10링깃밖에 내지 않았다. 10링깃,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약 3000원밖에 내지 않은 이유는 그랩이 출발하기 전에 거리를 보고 미리 요금을 책정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1시간이나 고생하신 기사님에게 10링깃만 내니 괜히 죄송해졌다.


* 2019년 7월 12일 기준으로 그랩 이용료가 인상되었다고 한다.


반짝반짝 야시장과 마타쿠칭 사건


잘란알로 야시장은 ‘여기가 바로 동남아시아다!’를 뿜어내는 곳이었다. 야시장 근처엔 대형 쇼핑몰까지 있어 거리가 빽빽했다.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좌우로는 호객행위가 이어졌다. 날씨가 더웠다면 붐비는 거리에 불쾌지수가 높아졌을 텐데, 의외로 쿠알라룸푸르의 저녁 날씨는 한국의 여름보다 선선해서 다행이었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구경을 하던 와중, 오픈카를 탄 어떤 남자가 윙크를 날렸다. 우웩, 눈이 마주쳤고,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하지만 그 일만 빼면 그곳의 공기도,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전부 좋았다. 눈이 초롱초롱해진 우리는 갑자기 애니메이션 영화 속 야시장으로 빨려 들어온 것 같았다.

                                                     

야시장에서 처음으로 먹은 음식은 어떤 음료수다. 내가 그 음료수를 먹자고 주도적으로 나섰는데, 이유가 있다.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사전 답사 겸 말레이시아 여행 다큐를 열심히 봤다. 이 음료수는 바로 그 영상에서 출연자가 꼭 먹어보라 권했던 음료수였다. 나는 친구들에게 당당히 아는 척을 했다.     


저게 말레이시아 전통 음료래! ‘롱안’이라고 하는데, 고양이 눈알을 의미해.
저건 꼭 먹어보자!   

 

음료수 롱안 가게


음료수는 맛있었다. 그런데 먹다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다큐에서는 음료수에 흰색 과일이 들어 있었는데, 우리 음료수에는 없는 거다. '롱안'이라는 음료수 이름은 음료에 들어있는 흰색 과일이 고양이 눈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그 건더기는 음료수의 핵심이다. 그게 없다니? 참 희한한 일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상하다, 이상하다. 아는 척을 엄청 했는데 설마 그 음료수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평온한 표정으로 “역시 맛있다!”며 웃었다. 그때 친구들이 “근데 왜 음료수 이름이 고양이 눈이라는 뜻이야?”하고 물었다. 궁지에 몰린 나는 결국 음료수를 파는 상인 분께 음료수 이름을 여쭤봤다.   

   

“What is this?"

“It's 마타쿠칭!”   

“... Really?”     


예상과 다른 이름이 나오자 나는 매우 당황했고, 친구들은 내가 틀렸다며 깔깔 웃었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이 사건의 여파는 꾸준하게 이어졌다. 내가 무언가 아는 체를 할 때마다 일명 ‘마타쿠칭’ 사건이 회자됐다. 내 말의 신빙성은 낮아졌고, 별명 리스트에는 ‘척순이’(아는 척을 많이 한다고 해서 척순이)가 추가되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후 이 원고를 준비하면서 진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을 묘사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다시 하던 중, 마타쿠칭과 롱안이 똑같은 과일을 지칭한다는 충격적 진실을 마주한 것이다! 즉, 동그랗게 생긴 어떤 과일을 부르는 이름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말레이시아어 ‘마타쿠칭’, 또 다른 하나는 중국어인 ‘롱안(또는 롱간)’이다.      


나는 영상 내용을 어설프게 기억해 ‘롱안’이라는 이름밖에 몰랐다. 그래서 상인 분에게 ‘마타쿠칭’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틀린 줄 알고 매우 머쓱해했고 진실을 모른 채 여행 내내 척순이라는 오명을 달고 다녔다. 억울하다, 억울해.


              

얘가 바로 롱안(혹은 롱간 혹은 마타쿠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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