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못하지만 요가 시간은 좋은 이유
요가를 다시 시작한 지 두 달째다. 처음엔 의욕을 불태웠지만 왜 이리 가는 길이 고된 건지 어째 삶의 질이 더 떨어지는 느낌이다. 때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요가복을 챙겨 입고 센터에 가기까지가 왜 이리 귀찮고 힘든지, 운동하러 가는 날이면 '가기 싫은 나'와 '가야 하는 내'가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아무튼, 오늘도 난 가기 싫은 나를 이기고 꾸역꾸역 집을 나섰다.
요가는 올바른 자세를 바르게 취하는 것이 중요한 운동이다. 그래서 초보일수록 강사님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 일상에서 요가시간만큼 뼈 이름을 자주 불러줄 때도 없을 거다. "날개뼈를 조이면서, 엉덩이 뼈로 바닥을 꾸욱 누르고, 척추뼈를 바르게 세우고, 발끝부터 머리까지 일직선으로 마치 하늘로 솟아나는 느낌으로"라고 하면 내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와 '도대체'로 가득 찬다. '도대체' 날개뼈는 어떻게 움직이는 거며, '어떻게' 엉덩이뼈로 바닥을 누르는 건지! '도대체 어떻게' 머리를 하늘로 솟아나게 한담!
하지만 수련의 날이 하루하루 쌓일수록 자세가 잡히고, 바른 자세를 취할수록 내 몸의 굳은 근육들에 고통이 따랐다. 고관절을 늘릴 때나 트위스트 자세를 할 땐 저절로 윽 소리가 난다. 특히 중심을 잡으며 모자란 코어힘을 하체에게 몰아주고 있을 때는 다리 근육이 덜덜 떨리며 욕마저 나올 지경이다. 선생님 카운트는 또 왜 이리 늘어지는지 "포.................... 조금만 더 버텨봅시다. 쓰리............... 자 조금만 더 힘내요. 투.............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자 마지막 힘까지! 원...!" 하..... 드디어 끝났다. 그렇다. 끝난다.
요가를 하며 깨달은 것은 끝난다는 것이다. 잘 되지 않는 자세, 불편한 자세, 죽을 것 같이 힘든 자세도 끝난다. 그리고 그 자세를 다시 할 땐 이전보다 쉽다. 고통은 근육에 유연성을 남기고 유연성은 자신감이 되고 자심감은 나를 변화시킨다. 한 번에 잘 되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반복하다 보니 내 몸은 조금씩 바른 자세로 나아가고 있다.
요가 자세라고 모두 힘든 자세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세는 사바아사나다. 이른바 송장자세. 몸의 이완을 위한 자세인데 쉽게 말하면 그냥 누워서 쉬는 것이다. 이 자세에 온전히 빠져들면 스르륵 잠에 들 수도 있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매 수련이 끝나면 2분에서 3분 정도 사바아사나를 하는데 이 시간이 어찌나 꿀 같은지 계속 누워 있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간 역시 어김없이 끝난다. 이완된 몸을 깨우기 위해 손가락 발가락부터 꼼지락꼼지락 한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천천히 옆으로 돌아누워 일어난다.
그러니까 고통도 쉼도 끝이 난다. 그러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 인생사 별거 아니다. 좋은 날도, 힘든 날도 끝난다.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이 길게, 쉼은 언제 시간이 또 이렇게 흘렀지 할 만큼 빠르게, 같은 시간이라도 다른 속도로 느껴지지만 어쨌든 끝난다. 그러니까 나는 요가를 하면서 세상 순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 끝난다. 끝난다는 걸 아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러면 고통을 느낄 때는 그 고통에 집중하고 이완의 순간에도 이완에 집중할 힘이 생긴다. 내 몸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나를 좀 더 잘 알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건 또 나에게 자신감이 되고, 인생사 결정의 순간 앞에서 좀 더 담대하게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한 시간 요가를 위해 내 몸을 내어주고 왔다. 얼마나 내 몸의 근육들이 변했는지, 다음에 같은 자세를 할 때는 또 얼마나 더 편해지는지 하루하루 알아가는 게 재미있다. 그래서 또 요가를 할 것이다. 이효리처럼 멋지게 머리서기 같은 건 못하더라도 송장자세는 내가 제일 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