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수다. 이번엔 직장이 문제다. 중소기업이 다 그렇지. 이전 직장에서는 날 죽이자 달려드는 상사 때문에 도망 나오 듯 회사를 관뒀건만. 이번 회사는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다. 직장 복도 지지리 없지. 어떻게든 매달 나오는 월급 받는 직장인으로 살아남자고 발버둥 쳤는데 결국 또 이렇게 됐다. 이렇게 되어버렸다. 실업급여라도 받게 됐으니 감사해야 하는 걸까. 지겹다. 뭐가 이렇게 힘든 건지 싶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해 한 직장에 지금껏 일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삼십 후반, 이제 내 손에 남은 게 없다. 약 12년 동안 내가 다닌 6개 회사는 망하거나 혹은 정신병 걸릴 만큼 나를 괴롭혔다. 조용히 취업사이트를 연다. 마음이 아프다. 각종 공고에 만 35세까지란 문구가 가슴을 후벼 판다. 나는 항상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반사회적 마인드가 싹트고 아웃사이더스러운 아우라가 자리 잡는 거 같다.
사람 좋은 회사 다니는 게 꿈이었다. 오랜만에 꿈을 이뤘다 했다. 7개월 만에 이 꿈은 산산조각 났다. 회사가 돈이 없다는 데 어쩔 거야. 뭐를 위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나 싶다. 이렇게 영양가 없는 삶도 드물겠다.
내일이면 내일 모래면 다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꾸역꾸역 살아나가겠지. 이 글을 쓰는 것도 죽지는 못하니 살아보자고 쓰는 거겠지. 삶의 플로우가 왜 이리 거친 지 모르겠다. 마치 사포로 한번 갈아 낸 자갈밭 위를 위태롭게 걸어 나가는 것 같다. 인생이 이렇게 힘든 건지 알았더라면 조금 더 준비된 삶을 조금 더 여우 같은 삶을 살았을 텐데.
이제는 나이만 먹었구나 라는 한탄뿐이다.
백수가 됐지만, 게을러지긴 싫었다. 집안에서 히끼꼬모리처럼 살다가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남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유 오피스에 사무실을 구하자고 돌아다녔다. 오픈한 지 딱 한 달 된 공유 오피스로 갔다. 젊은 여성분이 나온다. 매니저쯤 돼 보였는데 직접 오픈했다고 한다. 나랑 비슷한 연배인 듯한데 규모 감도 꽤 있는 공유 오피스를 직접 오픈하고 운영한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부동산이며 인테리어며 다 알아보고 스스로 마케팅 해 나란 사람을 이곳을 찾아오게 만들었다는 게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자가 왔다. 부담스러우면 다른 곳을 소개해준다고 한다. 지금 당장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해야 할 판에 다른 곳을 소개해준다니. 이제 막 백수가 돼 사무실을 구한다는 내가 안쓰러웠던 걸까. 괜히 마음이 가 연락을 해봤단다. 나도 어째, 그곳이 마음에 아니 그분이 마음에 가더라니. 역시 이심전심인가. 나보고 인상도 좋은데 웃으란다. 송곳이 내 안을 뚫고 들어오는 것 같다. 나도 느낀다.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이제는 깊은 불신이 자리 잡아 항상 의심을 하고,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한다. 언제부터인가 웃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리의 죽음이 이상하지 않았고, 영화 조커의 주인공에 공감을 했다.
그렇게 간파당하고 또 위로까지 받다 보니 속에서 욱하며 눈물이 터진다. 그렇게 단단하고 견고하게 쌓아놨다고 생각한 내 깊은 속 댐이 무너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