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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세기소년 Oct 09. 2020

MIND KIT #1

김치 미러





 

1.



 인간의 심리상태를 수치로 측정해 보여주는 마인드 키트(Mind kit)가 앱으로 출시되었다. 한국의 대형 제약사와 미국 실리콘벨리의 최첨단 AI기기 제조사간 협업을 통해 탄생한 마인드 키트는 출시 당시부터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함께 세계 인권 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뒤따랐다. 인간의 고귀한 영혼과 마음을 수치화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발상 때문이었다. 그들은 마인드 키트가 인간상을 말살시킬 비인도적 기술이라 우려했다. 많은 예술가, 유명인사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세계 의학계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의학전문가들은 심리 상태의 측정을 정량적으로 수치화 해 표현한다는 발상 자체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마인드 키트의 성능은 놀라웠다. 마인드 키트는 환자들의 뇌전도 검사를 통한 뇌파 측정을 시작으로, 혈관, 심장 박동, 열감지 등 환자들의 신체 컨디션을 단 삼초 안에 스캔하였다. 이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빠른 실시간 측정을 가능하게 했으며 동시에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환자의 정확한 심리 상태의 수치를 제공했다. 마인드 키트 연구진들은 이 단위를 PF(Psycology Figure)라고 정의했다. PF는 보통 1부터 10까지 나뉘었다. 각 항목의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정상에 가까웠고, 10에 가까울수록 비정상임을 나타냈다. 조증, 우울증과 같은 양극성 장애부터 간단한 불안 증세, 혹은 타인에 대한 폭력성의 정도까지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함께 알맞은 약물의 복용량등까지 효과적인 심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었다. 인류 탄생 이래 최초로, 인류는 마음의 상처를 수치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인류는 비교적 손쉽게 우울증과 같은 각종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으며, 우발적인 살인이나 폭행 같은 중 범죄율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마인드 키트의 고무적인 성과였다.


 마인드 키트 개발에 참여했던 양 기업의 경영진들은 본격적으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대중 상용화를 추진했다. 막대한 자본의 투자자들을 등에 업은 마인드 키트는 세상에 등장한지 2년만에 대중들에게 친근한 앱으로 재탄생되었다. 첫 번째 시범국가는 미국과 함께 마인드 키트를 개발한 한국이었다. 그중 높은 인구밀도를 기반으로 빠른 인터넷 망과 네트워크 인프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구축되어 있는 서울은 마인드 키트 앱에 대한 피드백을 수렴하는 데 있어 적격인 곳이었다.


 앱이 출시한 당일, 마인드 키트 앱은 하루 만에 한국 인기 다운로드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기존의 마인드 키트 진단은 정신과 전문의 처방전을 필요로 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었다. 대중들은 마인드 키트 앱을 키고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3초의 스캔이 끝나면 인간의 심리상태를 수치화된 데이터로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정신과 전문의들이 사용하던 심리상태 32가지 유형과 PF 수치 역시 마인드 키트 앱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하지만 마인드 키트는 대중들의 수준에 맞추어 심리학적 전문용어들을 배제시켰고 재해석했다. 대중들의 이해수준에 맞추어 간소화시킨 것이었다. 대중들의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쌓일수록 마인드 키트 앱의 정확도와 신뢰성은 점점 높아져 갔다. 친구, 연인, 가족들은 어려움 없이 서로의 심리 상태를 공유하게 되었고 마인드 키트 앱을 불신했던 여론이나 전문가들도 그 성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개인사업자부터 기업들까지 이 마인드 키트 앱을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부작용 역시 존재했다. 일부 대기업은 채용과정에 있어 마인드 키트를 이용했다. 지원자들의 심리 상태를 채용에 반영해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마인드 키트는 연인, 친구, 가정 등에서는 의심이나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몰키'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몰래 마인드 키트 하다'의 준말이었다. 서울 시민들은 사생활 침해를 넘어서 사심 침해에 노출되었다는 말이 생겨났다. 일부 음식점이나 주점, 콘서트, 극장 등의 장소에도 마인드 키트의 사용은 빠지지 않았다.


 “우울증 6.5 PF 이상", 타인에 대한 폭력위험성 6 P.F 이상, 조울증 7.5 PF 이상 출입금지


이와 같은 PF 기준을 걸어두고 고객을 제한하고 가려받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었다. 마인드 키트를 이용한 모방범죄 및 사기단 역시 생겨났다.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우울증이나 정신병을 겪는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큰 불편함을 겪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급기야 역효과가 발생했다. 이들은 사회 전반에 설치되어 있는 진단 키트에 심리상태가 적발돼 사회적인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결국 마인드 키트 개발사들은 한국 정부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 정부는 무분별한 마인드 키트 앱 사용에 강력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자 한국과 미국의 제조사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내걸었고 이는 국제 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3년이라는 긴 법정공방 끝에 제조사와 정부 양측은 다음과 같은 합의를 발표했다. 합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대한민국은 민간인의 마인드 키트 앱의 사용을 폐지하고 금지한다.


두 번째, 마인드 키트 앱은 개인이나 기업 등 사업체의 경제적 사익추구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단, 보험사, 국공립 학교, 병원, 경찰, 법원 등의 공공기관은 특수한 목적 혹은 공익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세 번째, 마인드 키트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본인의 심리 상태를 스캔해 2주일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이와 관련된 데이터 수집 및 개인정보처리에 동의한다.


네 번째, 마인드 키트의 사용 법규를 위반할 시 민간인은 징역 2년이하 혹은 벌금 5천만 원, 기업및 기관은 1년 영업 정지 혹은 영업 활동 규제 혹은 5억 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한다.




2.



 "부장님 최민우입니다."  

 "여기 온지 얼마나 됐지?"

 "이제 두 달 좀 안됐습니다."

 "부서이동 세번째라고?" 김 부장은 민우를 응시했다.

 "네." 민우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말 길게 하는 거 싫어해서 내가 그냥 짧게 말할게. 두 달정도 됐으면 알아들을거라 생각해. 여기서도 적응 못하고 대충 시간 보낼 거면 그냥 지금 나가도 돼."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키트는 써봤어?"

 "네. 김대리님한테 교육 받았습니다."

 "김대리님이 그러셨어?"

 "죄송합니다. 김대리가 해줬습니다." 민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망분석 보험팀은 보험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사망자의 생전 마인드 키트를 분석하고 그에따른 사망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는 일이었다. 사실 말이 분석이었지 어떻게든 망자의 사망이 고의였다는 것을 밝혀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인 집단이었다.


 마인드 키트가 세상에 나온뒤로 각종 범죄와 사고가 줄어듬에 따라 인간들의 평균 수명까지 대폭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가장 피해를 입는 업종은 보험사였다. 어쩔수 없이 많은 보험사들은 보험 지급액을 두배 가까이 늘리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자 보험에 가입한 몇몇 인간들은 그 정책을 악용했다. 특히 사망보험금을 노린 위장 자살이나 인명사고 사기단이 생겨났다. 결국 정부는 사망사건과 같은 사고처리 과정에 있어 마인드 키트를 보험사의 사망보험금에 한해서 특별히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덕분에 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나 자해공갈사기단 등을 가려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았다. 그중 사망보험팀의 직원들이 사망보험 사건 하나를 해결했을 때, 보험사 직원에게 떨어지는 인센티브는 사망보험금의 30% 에 달했다. 직급에 따라서는 50%로 가까이 가져가는 일도 있었다. 실로 일반 직장인 연봉에 있어 엄청난 금액이었다. 사망보험금액 자체가 워낙에 큰 금액인데다 대부분의 사건들이 경찰 수사 단위에서 사고 혹은 타의에 의한 사망사건으로 결정된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직원들은 마인드 키트를 이용해 이러한 사건들을 뒤집어야 했다. 어마어마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에 있는 많은 직원들은 사망분석보험팀에서 일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망자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찝찝함이 있었다. 게다가 기본급이 현저히 낮았다. 뿐만아니라 사건을 해결할 가능성 또한 매우 낮았으며 도리어 역으로 고소를 당할 위험도 있었다. 게다가 보험사들은 해당 직원이 고소를 당했을 때 그 어떠한 책임도 져주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실적과 억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위해 인생을 거는 도박사들과도 같은 직원들이었다.


 그동안 자살한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측정한 마인드 키트 데이터 베이스에 따르면 우울증, 조울증, 폭력성, 분리불안, 공황상태 심리 항목 중 두 가지 이상이 70%가 넘는 경우가 98%에 육박했다. 심지어 보험사의 사망보험 가입자 중 사망한 사람들의 일부는 이러한 형태의 수치를 띄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보험사의 입장에서 석연치 않은 심증들만 남긴 체 사고에 의한 사망으로 기록되었고 보험금을 수령해갔다. 많은 보험사들은 마인드 키트를 이용해 합리적인 의심을 시작했고, 증거를 확보해야만 했다. 달리 말해 보험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굉장히 중요한 업무였다.




3.



 최민우는 괴로운 사회 초년생이었다. 학교 폭력과 괴롭힘으로 인한 후유증은 여전히 성인이 된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또한 민우는 마인드 키트의 희생양이었다. 취업에 있어 번번이 심리상태 부적합 판정을 받고 불합격했기 때문이었다. 높은 공황상태 수치를 비롯한 정서불안, 우울증, 그리고 이따금씩 올라가는 폭력성 등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마인드 키트의 무분별한 사용이 법적으로 제재되면서 채용을 비롯한 각종 사회 전반에서 사용이 불가능 해졌다.


 그러바 거짓말처럼 취업에 성공했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어렵게 들어온 회사였지만 민우에게 사회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민우는 회사의 주력부서라고 하는 영업전략팀으로 입사를 했다. 하지만 교육기간 중 인사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을 받았고 결국 예정에 없던 다른 부서의 팀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옮겨진 부서 내에서도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업무 평가와 실적 경쟁에서도 밀려났고 마침내 직원들이 가장 일하기 꺼려한다는 사망보험팀으로 부서 이동하게 된 것이었다. 민우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모든 것의 출발과 원인은 학창 시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패배감에 젖어 소극적이고 어디에서도 당당하게 기를 펴지 못하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고 믿었다. 그 증세는 직장생활을 하며 더 심해져갔다. 급기야 다른 사람과의 소통 행위 자체에 거부감이 일어났고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도 조금씩 생겼났다. 민우는 주기적으로 또 의무적으로, 마인드 키트 앱을 실행해 본인의 상태를 체크했다. 몇 초가 지나자 마인드 키트는 진단 결과를 업데이트해 알려주었다.


 공황증 6.8 PF, 조울증 6.8 PF, 타인에 대한 폭력성 7.2 PF, 우울증 8.0 PF.....


 점점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았다. 민우는 키트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채용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이해가 갔다. 아마 지금 자신이 다니고 있는 이 회사도 키트를 이용했다면 자게 자신을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었다.


 ‘씨발, 차라리 잘됐어.’


 민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비록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가야 하는 자리지만 이를 갈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끈질기게 버티고 파고드는 일에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민우는 어떻게든 사고로 위장한 사망보험 수령자를 잡아내 성과를 내고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민우는 마음을 가다듬고 사무실에 앉았다. 그리고 엑셀로 깔끔하게 정리된 수많은 사망보험 지급자 명단을 살펴보았다.


 ‘피추현....?’


 민우는 이름을 클릭해 자세한 데이터를 확인했다. 동명이인의 피추현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민우가 확인한 피추현은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 맞았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현재 민우의 성격을 만든, 학창 시절 내내 그를 때리고 괴롭혔던 악마였다. 민우는 녀석을 떠올렸고 동시에 약간의 짜릿함을 느꼈다. 교통사고로 평생 반불구가 되었다는 그의 소식을 들은 지 2년 만이었다. 당시 민우는 오히려 그가 자신에게 남긴 상처에 비하면 약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년정도 후에 그는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피추현이 수령할 사망보험금은 자그마치 6억이었다. 민우는 골똘히 생각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한테 6억이 지급된다고...?’ 민우는 그와 관련된 사망 정보들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사인 : 아파트 계단 낙사.

 부검 결과 : 뇌출혈, 척추 손상.

 사망 2주 전 최신 마인드 키트 측정 결과 : 공황상태 9 PF 외 나머지 정상수치.


 민우는 진단서의 ‘공황상태 9 PF’라는 수치가 눈에 걸렸다. 마인드 키트 기준으로 사망자의 생전 공황상태가8.0 PF 이상에 육박하면 자살 확률 역시 열어두는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문득, 민우에게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피추현이 자살이라면?”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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