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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세기소년 Apr 06. 2021

Dream Club #1

김치미러


“Give me two hours a day of activity, and I’ll take the twenty-two in dreams.”

- Salvador Dali


“선택할 수 있다면, 하루에 2시간만 활동하고 나머지 22시간은 꿈속에서 보내겠다.”

- 살바도르 달리









 루시드 드림을 최첨단 뇌공학 기술에 접목시킨 “드림 클럽”은 세계 최초로 인류를 꿈속에서 연결시켰고, 숙면중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끔 했다.








 마치 야구장을 연상케하는 크기의 원형 실내 스튜디오에는 약 만 여명의 사람들이 군집해 있었다. 중앙에 놓인 원형 강단 주위로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텝들과 각 국의 기자단과 특파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곧 객석의 조명들이 서서히 암전되어갔고 웅성거리는 관객들의 소음도 옅어지는 조명들과 함께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어서 음악소리마저 줄어드는 찰나, 스튜디오에 배치된 홀로그램 프로젝터들이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강한 빛줄기를 쏘아 올렸다. 빛줄기는 관객들의 환호 소리와 함께 암전된 스튜디오 중앙을 힘차게 가로질렀고 다음과 같은 문구를 써내려갔다.


“The Dream Club by Teddy Bear”


 같은 시각 행사 관계자는 대기실에 있는 문틈을 열고 사회자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다. 멀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무대 뒤편으로 이동했다. 남자는 숨을 죽인체 그리고 잔뜩 상기된 표정을 감추려는 듯 했다. 그는 고요한 정적을 가로지르며 무대 중앙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마침내 무대에 선 남성이 환한 미소를 선보였고 약 만명의 관중들로 시선을 옮겼다. 마이크를 입에 갖다대더니 마지막으로 아주 짧은 숨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드림 클럽 간담회에 오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드림클럽은 출시 전부터 훗날 세계 각국의 정부로부터의 공식 승인과 상용화를 위해 움직였습니다. 정확하고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밀도있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드림 클럽”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죠.


 드림 클럽 베타테스트는 참가 동의서에 서명한 만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했습니다. 바로 오늘, 최종 베타 테스트를 마친 여러분들과 이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섰습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는 체험단 여러분들의 소중한 경험에 귀를 기울이며 주목하고 있습니다! 테디베어 CEO 테디 역시 간담회 행사에 앞서 실험단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림클럽의 최종 간담회 행사의 모든 이야기들은 전 세계의 주요 언론들에 의해 보도될 예정입니다. 그간 드림클럽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신 지구의 모든 사람들 역시 오늘 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쌓여왔던 이 드림 클럽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금일 행사가 끝난다면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드림클럽의 상용화를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드림 클럽은 인간의 삼대 기본 욕구 중 하나인 수면욕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착안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기대 수명의 삼분의 일이라는 시간 동안 수면을 하며 생을 마감합니다. 드림 클럽의 개발자이자 창업자 테디는 어릴 적부터 이 '무의미한 숙면의 시간'을 상당히 아까워했다고 합니다. 네, 뭐 어떻게 보면 다소 인간미가 떨어지는 발언이기는 합니다만,


 테디는 이 호기심을 단순히 상상의 틀안에 가두어 놓지 않았습니다. 결국 “드림 클럽”을 만들어냈죠. 물론 이 세계관을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기술의 한계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 역시 바뀌려 하지 않았거든요. 약 이십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이전서부터 영장류에게 있어 수면은 필수 불가결한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수면'과 '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필수적인 행위가 되어버린지 오래였죠. 아무도 우리는 '수면'이라는 행위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죠. 하지만 변화의 시작이 바로 그 부분이었죠. 우리는 왜 잠을 자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합니까?


 사회자의 질문에 관객들이 환호했다. 사회자는 양팔을벌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환호를 계속해서 유발했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연설을 이어갔다.


 과거의 인간들은 나름의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프로이트는 수면 중의 꿈을 그저 무의식이나 욕망의 상징적 표출"로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현대 신경과학계는 꿈을 "임의적인 뇌 활동의 부산물" 정도로 취급했죠. 테디 킴은 바로 이 REM 수면 상태에 들어간 인간의 중뇌(中腦)와 연수(延髓) 사이의 자율신경계를 관장하는 뇌교(腦橋)에 소량의 약물을 주입했고, 그 약물에는 나노 공정을 거친 초미세 로봇들이 침투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뇌전도 초음파를 이용하여 드림 클럽 네트워크 서버를 구축했고 꿈을 꾸는 인간들을 연결시켰죠. 즉, 신체와 의식의 완벽한 분리를 성공시켰습니다. 이에 꿈을 꾸는 중 인간의 사고는 자유로워졌고, 그 안에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피로감을 느끼지 아니하며 완벽한 숙면 역시 가능케 했습니다.]



 스튜디오내 배치된 각 홀로그램들은 숙면에든 인간의 신체를 그려냈다. 인간의 형태를 표현하더니 곧 REM 수면 상태에 접어든 인간의 떨리는 안구를 표현했고, 떨리는 안구에서 인간의 뇌를, 또 뇌에서 드림 클럽 서버로 연결되는 정밀한 과정이 시뮬레이션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만 명의 실험단 중 일부는 박수를 쳤으며, 일부는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네, 바로 그겁니다. 다양한 대중들의 야유와 환호의 공존. 저희 테디베어 그룹의 야심작 드림클럽은 여느 디스토피아 SF 영화나 사이버펑크 시나리오처럼 압도적인 기술을 통해 정부를 위협하고 인류에게 도덕적 헤이를 야기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여러분들의 냉정하고 정확한 피드백이 필요했죠. 따라서 저희는 직업군, 성별, 성소수자, 그리고 나이 등에 구분을 두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실험단을 선별했습니다.]


 홀로그램의 빔들은 사회자의 설명에 맞는 이미지를 시시각각 그려내고 있었다. 사회자는 다소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주목해주십시오. 여러분! 우리는 베타 테스트 기간 동안 다양한 진행과 결과의 보고들을 수집했으며 각종 사례들을 토대로 피드백을 통해 발전시켰습니다. 우리 테디베어는 결코 세상을 향해 숨기거나 은폐하지 않았습니다. CEO 테디는 "이해하기 어렵고 재미없는 연구 실적과 전문 용어를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한낱 자랑질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은 매우 한심하고 구식입니다. 차라리 실제 사용자 경험을 대중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할 방식이겠죠."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드림 클럽 연구진들이 엄선하고 또 엄선한 세 개의 사례를 실험단 여러분들에게, 나아가 전 세계에 공유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겠죠.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첫 번째 실험자의 이야기입니다.]


 사회자가 서있는 무대는 조명빛만 남은 채로 서서히 암전 되었다. 동시에 한 남자가 객석에서 걸어나왔다. 그가 선 자리에 서서히 LED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홀로그램의 빔은 재빨리 남자의 형체를 묘사해 공중에 똑같이 그려냈다. 사람들은 홀로그램에 그려진 남자의 모습에 주목했다. 남성은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체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지만 그의 음성이 스튜디오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남성의 이름은 '조오진'이며 현재 실어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은 언어 보조 장치를 거쳐 스튜디오의 스피커를 통해 통역되었다. 그렇게 오진의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아내 이야기




 처음 테디베어의 드림클럽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건 제가 아니라 제 아내였습니다. 저와 아내는 같은 직장의 인턴으로 입사해 만났습니다. 서로 간절하게 들어간 회사인지라 인턴 기간 동안 우리는 서로 정이 들었죠. 저는 어리지만 성숙하고 똑 부러지는 아내가 참 멋있었습니다. 다소 워커홀릭적인 성향이 강한 아내였지만 저는 그런 아내가 싫지 않았습니다. 아내 역시 그런 자기 자신의 모습에 큰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이었죠. 아내는 숫기 없고 업무적으로도 미숙했던 저에게 다양한 팁들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가까워졌고 연인으로 발전했죠.


 그렇게 이 년 정도의 연애 후 저희는 바로 결혼을 했습니다. 신혼여행을 끝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대규모 인사이동이 이루어졌지만 저는 부서에 남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의 핵심 부서로 옮기게 되었죠. 하지만 기존 부서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 인정을 받기 시작한 저와는 다르게 아내는 부서 업무에 쉽게 적응을 하지 못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우울증은 단순한 업무스트레스 만은 아닌듯 보였습니다. 골이 깊은 공허함이 있어보였죠. 그리고 언제부턴가 아내는 불면증과 우을증에 시달렸습니다. 아내는 그럴수록 일에 더 집착하려 했습니다. 건강은 점점 악화되었고 말 수 역시 적어졌습니다. 점점 더 예민해지고, 부부관계 역시 소원해졌죠. 하지만 저는 도대체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사건이 터졌습니다. 아내는 수면제를 복용해 자살기도를 했죠. 주말 저녁, 차안에서 거품을 물고 죽어가는 아내는, 지나가던 행인에게 발견되어 신고됐고 곧바로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저는 곧장 응급실로 뛰어갔죠. 그날 응급실의 풍경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일분일초를 앞다투며 생사에 갈림길에 놓여 피로 얼룩진 환자들과 울부짖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힘겹게 위세척을 하고 있는 아내를 기다리며 노심초사 했습니다. 다행히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장인어른 덕에 빠른 응급 처치가 가능했고 심각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곧 제 자신의 무력함에 대해 절망에 휩싸였습니다. 장인어른을 뵐 면목도 없었죠.


 응급실에서 꼬박 밤을 지새운 저는 다음날 회사에 병가를 내었습니다. 장인어른을 뵙기 위해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때 저는 정장을 입은 한 남자에게 시선을 뺏겼습니다. 그는 무더운 여름날 새까맣고 두꺼운 정장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페도라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괴상한 차림새의 남자는 병동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듯 보였습니다.


 "박사님, 저번에 말씀드린 베타 테스트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불편하실것 알지만 제발 잠깐만이라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마침 수술실에서 나온 장인어른이 남자를 마주 했고 장인어른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죠. 그리고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를 무시해 지나쳤습니다. 간호사들과 병동내 경비원들이 서둘러 그를 막아섰고 그는 힘없이 저지 당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좀 더 주시했습니다. 피부와 손이 울긋불긋한 악성 종양으로 가득 찼더군요. 피부의 각질이 다 벗겨져서 마치 당장이라도 죽은 살점들이 눈앞에서 툭하고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몸은 또 얼마나 볼품없이 말랐는지 정말 피골이 상접해있었죠. 남자가 입고 있던 정장의 어깨선은 한없이 축 늘어져 있었고 펄럭이는 정장 바지 속에는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을만한 앙상한 두께의 다리가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졌죠. 전반적으로 그를 보았을때 음산함과 불길함에 압도될 것만 같았습니다. 남자는 병원에서 쫓겨났고 다급한 목소리로 장인 어른을 향해 외치더군요.


 "누구보다 그 기술의 활용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수면과 의식을 완벽하게 분리시킨느 겁니다! 혼수상태의 환자들도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선생님께서 책임지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단 한번도요. 다시는 선생님 눈 앞에 나타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단 한번만이라도 제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병원 복도를 가득 채웠습니다. 남자의 처절한 외마디가 머릿속에 맴돌았죠. 하지만 아내의 건강문제로 복잡해진 제 머릿속에는 다른 일을 상기시키거나 흥미를 가질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저는 병원 밖을 한참이나 걸어 나왔고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냈습니다. 라이터를 찾고 있는데 한 사내가 다가와 불을 붙혀주더군요. 방금 전 병원에서 쫓겨난 그 남자었죠. 저는 순간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흠칫했지만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암컷 초롱 아귀라는 물고기를 아십니까?"

 "네?"

 "암컷 초롱 아귀요."

 "아, 아니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심해어종입니다. 이마에 발광하는 물질이 달려있죠. 굉장히 고약하게 생겼습니다. 마치 저처럼 말입니다. 하하."

"아, 아닙니다. 그런 말씀을."

"웃자고 한 이야기입니다. 난처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죄송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조그마한 의료 기술 회사를 운영 중인 테디라고 합니다."


 동시에 그가 건넨 명함에는 '테디베어'라는 회사명이 적혀있더군요. 테디는 겉모습과는 달리 젠틀하고 제법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우리가 아는 드림클럽의 개발자이자 테디베어의 CEO, 테디였죠. 하지만 그때는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죠. 하지만 저는 이상하게 그에게 동정이 갔습니다. 누군가에게 대차게 거절 당하는 모습을 보아서 그랬을까요. 꽤 많은 대화가 오갔고 저는 우습게도 처음보는 그에게 제 모든 고민을 털어 놓았죠.


 "아까 그분은 제 장인어른입니다. 제 장인어른과 안면이 있으신것 같은데, 혹시라도 신경이 쓰이신다면 걱정 마십시오.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에게 안심을 시켜주었죠.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테디는 제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해주었죠. 저는 단박에 테디의 드림 클럽만이 아내의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죠. 물론 그의 전문적인 지식이 섞인 자세한 설명들을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지만 말입니다. 테디는 분명 괴짜나 천재와 같은 느낌이었지만 동시에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해보지는 않았던 그런 사람 같았습니다. 어쨌든 "드림 클럽"의 핵심은 수면 중 꿈을 꾸는 시간을 이용하여 다른 활동과 생각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것 이었죠. 저는 그 "드림 클럽"이라는 것을 제 아내에게 사용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테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죠. 그는 낡아빠지고 헤질대로 헤진 검정 백팩안에서 깨끗한 계약서 한장을 꺼내들더군요. 제 아내는 그렇게 테디베어 드림클럽의 베타 테스트의 참여자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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