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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왜 출마하지 않을까?

feat 개의 것은 개들에게 고양이의 것은 고양이들에게

by Emile


막장 드라마


'대통령 후보 등록일' 마지막 날인 오늘, 신은 인간 세상의 드라마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일찍이 말했듯이 '막장 드라마' 마니아였던 신은 드라마 보다도 더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막장 경선 스토리에 푹 빠진 듯 보였다. 우리나라는 신도 즐겨 보는 명실상부한 K-드라마 강국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 막장 드라마가 인간에게는 자꾸 현실의 일이라는데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신이 왜 직접 출마하지 않느냐는 거였다. 물론 신의 체면에 굳이 출마를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혹시 인간의 유혹에 혹해서 출마 선언이라도 했다가, 이번 막장 드라마처럼 경선에서 떨어진다거나, 본선에 올라가더라도 당선되지 못할 경우 신의 권위는 심각한 손상을 입고 인간 비대위에 권력의 일부를 내어 놓아야 할 수도 있다. 이는 마치 '왕'이 스스로 백성의 선택을 받겠다고 하는 것과 같아서, 꼭 신이 아니더라도 그 기득권상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신은 사상은 사실상 민주정이라기보다는 왕정에 가까웠다.


신은 왜 출마하지 않을까?


그러나 신의 대리인을 통하여 인간을 구원 또는 교화하기를 끊임없이 원하던 신이 직접은 아니더라도 대리인을 통하여 출마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어렵게 슈퍼히어로를 보내기보다는 오늘날은 정치인 '지자스'를 보내서 쉽게 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메리카노 퍼스트'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아닌 '지자스'를 보냈으면 얼마나 쉽고 빠르게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었겠는가? 자유무역을 통해 후생은 상승하고 신의 초상화가 달러 가운데에 인쇄될 것이다. 그것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신리 우 또는 좌라고 치우침을 비난받을게 부담이라면 동쪽의 작은 '막장 드라마'의 나라에서 작게 '실험'을 해 볼만도 할 일이다. 그런데 신은 그러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신은 이런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교황'과 같 신의 대리인이 곧 정치인이었거나, '왕'과 같이 정치인이 곧 신의 대리인이었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신은 처음에 위와 같이 쉽게 대리 정치인을 통해 신의 뜻을 펼치려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지도 않은 거창한 '실험'은 와장창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데, 역시 '정치'가 결합되면 '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지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이다. 신은 비로소 실패 후 깨달았을 것이다. 아무리 신의 아들, 대리인, 심지어 신의 와이프가 온다 해도 '정치인'이 되었을 경우 '신'을 빙자하여 사기를 치거나, 결국 자신이 '신'이 되려 한다는 것을, 환호와 도취는 신이라도 마약에 빠지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신의 무서운 위협과 황홀한 약속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는 것을. 인간이 AI를 만들어 놓고 나중에 그 속 마음을 모를 것처럼,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속내까지 간파하고 필연적으로 발생할 '버그'를 간과하는 우를 저질렀던 것이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정치'와 '신'을 결합하려 한다면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신이 '경선'과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이 '당'이라든지, '신도'의 무리를 이루어 '교주'를 선출했을 때 반드시 발생하고야 마는 '버그'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를 퇴출하기 위해서는 결코 '정치'와 같은 고도의 주작용을 수반하는 방사성 치료가 아닌, 개별적인 '슈퍼히어로'나 '지자스'의 투여가 필요했고, 이는 매우 한정적인 능력으로 매우 부분적으로 사용되어야 그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개와 고양이의 선거


하지만 신은 '출마'와 관련된 아주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이 아니라 신의 대리인이라도 인간의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는 마치 "이 인간의 선거가 신의 입장에서는 '개'나 '고양이'의 선거에 출마하는 것과 같다"라는 흥미로운 이유에서였다. 이를테면 인간이 '개'와 '고양이'를 특별히 사랑하여 '반려견', '반려묘'로 부르긴 하지만 신이 인간을 '반려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개'들의 우두머리, '고양이'들의 서열에 굳이 개입하려 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인간으로부터 선택받은 한 '개'나 '고양이'를 통하여 '개'와 '고양이'의 '정의'와 '평화'를 이룩하려고 시도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것은 인간에게도 '개'나 '고양이'에게도 결코 옳거나 좋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개'나 '고양이'중 인간의 특별한 선택을 받아 자신이 그 인간의 대리견이나, 대리묘라고 주장하는 '개'나 '고양이'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 또한 경계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하였다. 특히 '인간'의 애정을 무기로 다른 '개'나 '고양이'들을 가스라이팅 하는 선지 '개'나 구원 '고양이'는 특히 위험하다고 했다. 이런 '개'나 '고양이'가 선거에 출마하여 '개'나 '고양이'를 인간화 하려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재난이 될 것이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인간이 '개'나 '고양이'를 양육하고, 훈련하고, 교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의 것은 '개'에게, '고양이'의 것은 '고양이'에게라는 불문율이 존재함을 인정해야 하며, 이것이 신 또는 신의 대리인이라도 인간의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라고 한다.


개나 고양이를 뽑을 뿐


그러므로 우리가 뽑아야 할 것은 우리와 같은 '개'나 '고양이'일 뿐 신을 뽑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개'나 '고양이', 또는 나쁜 '개'나 '고양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신이 이 땅의 '개'나 '고양이'가 아니라 신의 사자, 즉 '개'나 '고양이' 입장에서는 '인간'의 사자라고 외치는 '개'나 '고양이'인 것이다. '인간'을 위하고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스스로가 곧 '인간'으로 부활할 것이라면서 '개'가 '고양이'들을, 또는 '고양이'가 '개'들을 이 집에서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뿐더러 그 주인인 '인간'도 매우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문득 며칠 전에 끝난 '콘클라베'가 궁금해 물었다. "그러면 이번 '콘클라베'에도 아무런 출마를 하지 않으신 건가요?"


"오브 코오스(Of course), '개'의 것은 '개'들에게 '고양이'의 것은 '고양이'들에게, 선거에서 우와 좌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것이다"


"OMG"

우와 좌가 개와 고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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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