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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

feat 심훈

by Emile


누군가에게는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치게 기쁜 날이었겠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개골이 산산조각 나도록 죽을 것 같은 날이었겠지만, 중요한 것은 도무지 올 것 같지 않더라도 그날이 반드시 온다는 것일진대, 그렇게 기다리는 그날이 바로 오늘일 수도 있고, 매일일 수도 있고, 불현듯 어떤 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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