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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지역 연고는 폐지되어야 할까?

feat 포스트시즌

by Emile
프로야구


프로야구 어느 팀을 응원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솔직히 좀 당황하곤 했다. 주로 지역에 따른 한 팀을 정해서 응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하고 많은 스포츠 중에서 유독 야구라는 종목의 한 팀의 팬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일까? 국가대표도 아닌 국내 리그의 고만고만한 승부에 그토록 목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지만 어느 팀도 응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재들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팬심에 소속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방관자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혹시 야구가 아니라 책이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덕후처럼 잘못 찍힐 수도 있으며, 지연과 학연과 같은 기존의 질서의 가치에 함께하지 않는 행동으로 간주되어 나뿐 인상을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서울에 연고를 둔 "엘쥐(트윈스)요"라고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곤 했지만, 엘지 TV나 냉장고면 몰라도 야구는 아니었고, 쌍둥이도 낳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고구려팀 백제팀 신라팀


그런데 태어나거나 살고 있는 지역에 연고를 두었다고 해서 그 야구팀을 응원한다는 것은 더욱 이상한 일이었다. 부족사회 정도나 되어서 그 야구팀을 우리 부족에서 만들었다거나, 선수가 같은 씨족 출신인 경우 그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널디너른 서울땅의 인구 천만이 모두 우리 부족의 일원이라고? 자라나는 것도, 혹 같은 학교에서라도 보도 듣도 못한 선수가 같은 씨족의 대표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지역 연고를 둔 팀이 마치 공적인 시도 같은 행정구역 별로 있고, 그중 비교적 큰 대도시를 연고지로 삼아, 응당 그쪽 어디 근방에서 태어났거나 자랐으면 당연 그 팀을 응원해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연좌제에 가까운 벌칙인 것 같았다. 게다가 다른 지역, 다른 연고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다투기까지 하고 있었으니 이게 무슨 조선 하늘에 고구려팀, 백제팀, 신라팀이더냐?


양키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었고, 이것은 먼저 미국에서 시작한 것 같았다. 프로야구 소속과 응원 문화가 삶의 일부로 정착한 것 같은 양키들은 뉴욕 양키스(New York Yankees)와 같이 팀명이 정말 양키도 있었고 무슨 삭스인가 양말들도 있었다. 이들은 프로야구팀이 무슨 종교의 하위 지파인양 거의 신앙의 개념처럼 어릴 때부터 세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의 큰 땅덩어리와 여러 민족 구성이라는 특수성을 무려 (삼)십분 이해해 볼 때, 고기를 많이 자셔 주체할 수 없이 넘치는 힘이, 전쟁을 자주 벌이지 않아 심심하기 그지없어 그럴 수도 있겠느니 여겼다. 유럽에서는 야구가 아니라 축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어느 수업에서 배운 바로는 내기(도박)를 하고 있기 때문에 승부에 제정신일리 없다(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단일민족에, 좁은 땅덩어리에, 휴전선을 항시 마주하는 전쟁에, 로또보다 스포츠토토에 별로 집착하지 않은 것 같은데 웬 지역분할 프로야구팀이람?


지연


거짓말을 좀 보태서 단적으로 말하면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야구 연고지가 지연과 지역주의의 병폐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정치를 끼워 넣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아무런 경쟁, 생각, 이유도 없이, 그 지역 출신이라면 무뇌적으로 뽑고 보는 선거 결과는 이 연고지 시스템과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때 중부의 한 도시에 기반을 둔 꼴찔 밥 먹듯 하는 더럽게 못하는 야구팀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그 팬들은 마치 보살처럼 그 팀을 계속 응원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뭐 야구 같은 스포츠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토록 못하는 팀을 왜 바꾸지 못할까? 그 지역 연고라서 팀을 갈아타면 배신이라도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지역 연고팀은 타고난 숙명 같은 하늘이 정한 것이라서 바꿀 수가 없는 것일까? 그러나 그 팀은 결코 부족도 씨족도, 가족도 아니다. 알고 보면 그저 그 지역에 기반을 두지도 않은 어떤 기업이 상업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며, 언제든지 사업성이 맞지 않으면 구단을 팔아치우고 떠날 뿐이다. 이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프로'이기 때문이다. 지역 연고는커녕 달러를 받고 미국 양키스가 되기도 하고 양말들이 되기도 한다.


프로


이렇게 가장 '프로'라고 주장하는 프로야구가 '아마추어'처럼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응원하는 팀을 정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감독, 선수, 팀, 기업, 심지어 마스코트가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지역 연고 때문에 응원하는 팀이 정해진다는 게 이상하지 않는 일일까? 물론 응원하는 팀의 지역적 연고라는 기반으로 인해 소속감을 더욱 가질 수 있으며, 그렇게 편먹고 응원하니 즐거움이 배가 될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역을 앞세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쉽게 팬을 모으는 방법이기도 했다. 평소에 아는 척도 안 하고 지하철에서 몸을 부대끼던 사람들이 알고 보면 프로야구에서는 한편이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하지만 땅끝만 스쳐도 무슨 지연이니, 아무 실력도 기여도 없이 그저 쉽게 먹는 지역주의 같은 폐해로 볼 때 프로야구 지역연고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것은 전혀 '프로'답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가 어디 지역이 같다고 봐주고, 끌어주고, 밀어주고 한단 말인가? 그건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지!


지역


지역주의는 프로야구뿐만 어니라 어디에서든 지금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도대체 공무원의 임명에 태어난 지역에 따라 고려와 안배가 이루어지는 게 좀 웃기지 않는가? 그것이 왜 실력보다 앞서야 하는 것일까? 부산에 살아도 호랑이기아차팀 타고, 광주에 살아도 거인롯데타워팀에 살고, 대구에서도 영웅키움증권팀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남이가? 우리는 학실히 남이다. 나도 호남사람입네다. 너는 하는 짓이 양키스나 요미우리 같던데. 이런 것이 다 '프로'가 아니라 지연과 지역주의라는 '아마추어' 때문에 생기는 병폐라고 생각한다. 이 죄를 프로야구 지역 연고제에 다 뒤집어 씌우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나는 그 팀이 단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연고를 둔 팀이라 해서 응원하거나 팬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딱히 엘쥐팬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엘지 치어리더는 눈길이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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